
kimys가 이미 아버지 퇴원 기념으로, 오늘 점심, 외식이나 하자고 친정으로 연락해 아버지와 약속해놓았는데,엄마가 반대하시는 거에요.
아무래도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서 먹는 건 무리인 것 같다고, 외식하러 나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그렇다고 해놓은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그렇고, 뭘 사가지고 가서 먹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제가 몇가지 해가지고 갈테니까, 밥만 좀 해놓으시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게 비단 요리뿐아니라, 청소든 빨래든 설거지든 바느질이든...
제 손으로 만든 것으로 인해 즐거워질 가족들의 얼굴을 상상하면,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아니...나중에...뭐...가족들이 제 수고를 몰라준다고 해도... 또 제가 한 음식이 맛없다고 해도..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죠.
이미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충분히 기쁘고 행복했으니까...
가족을 위해 뭘 한다는 건, 어찌 생각해보면 제 자신의 자기만족일수도 있는 거구요.

아버지께서 양상추에 과일드레싱 얹은 샐러드를 좋아하셔요.
냉장고 속 재료가 마땅치않아서 그냥 양상추와 오이, 토마토, 그리고 생 모짜렐라를 준비하고,
드레싱은 오렌지와 양파, 포도씨오일을 넣어 만들었어요.
단 것 좋아하시는 아버지, 더욱 부드럽게 드시라고 드레싱에 설탕 대신 연유를 넣었어요.
오이와 양상추는 한 그릇에, 토마토에서는 물이 나오니까 따로, 드레싱 따로..이렇게 준비해 갔습니다.

밑반찬도 좀 있어야 하니까, 오이피클과 짜사이무침을 조금씩 가지고 가져갔어요.
엄마네 종지 꺼내서 담고..
별 반찬도 아닌데...엄마네 대리석 식탁에서..훨씬 맵시가 살아나네요..^^;;

아~~ 오늘의 실패작~~
오룡해삼, 또 실팹니다..ㅠㅠ...이번에는 새우반죽이 흘러내렸어요...ㅠㅠ...
해삼을 불릴 때부터 오룡해삼 하기 좋으라고 내장을 쫙 갈라 빼지않았어요.
해삼의 물기를 빼고, 속살에 녹말가루를 바를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새우소를 넣고 쪄보니, 소가 마구마구 흘러내리는 거에요.
저명한 선생님의 레시피를 보니까 새우를 커터에 곱게 갈라고 되어있어서 그렇게 했더니,
굵게 다졌던 지난 번 오룡해삼보다 식감이 떨어지는 거 있죠??
집에서 새우소로 채운 해삼을 쪄서 아주 뜨거울 때 밀폐용기에 담고,
소스는 물녹말만 넣지 않은 상태로 완성해서 다른 그릇에 담아 갔어요.
엄마네 가서는 소스를 데워서 준비해간 물녹말만 부어줬어요. 다행하게도 그동안 해삼은 식지않았구요.
너무 창피해하면서 내놓았는데, 아버지 어머니도 맛이 좋다고 하시네요...
엄마 말씀이 새우 소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고, 담엔 조금만 넣어보라고 하시네요.
이제 다시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요리책에서 본 것처럼 해삼을 찌지 말고, 중국집에서 먹어본 것 해삼을 튀기면 더 쉬울 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담엔 누룽지탕 해드린다고 큰 소리 뻥뻥 쳤어요.
찹쌀누룽지 사놨으니까, 또 집에서 한번 해보고, 그리고 친정가서 해야죠...^^
도전과제가 또 생겼다는 건...생활의 활력소가 아닐 수 없습니당!

아...그리구 이건....오늘 평이 좋았던 건데..재료를 구하실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어떤 분이 저희 집 복어 좋아하다고 특별히 만들어주신 건데...아마, 시장에서 사실 수 있는 물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소개해볼게요...
꼬리는 붙여둔 채 몸통을 반으로 갈라서 내장을 빼낸 다음 꾸덕꾸덕 말린 복어입니다.
어제 저녁 집에서 한번 해먹어보니, 아주 맛있어서..오늘 친정에 가서도 했어요.
복어라는 생선이 원래 비린내가 없고, 고기가 아주 담백하잖아요.
국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설탕, 청주, 후추 등을 넣은 양념장에 복어 말린 것을 하룻 밤 재워뒀어요.
김이 오른 찜통에 완성접시에 담은 복어를 넣어서 20분 이상 푹 쪘어요.
찜판에 바로 생선을 올려서 찌면 맛있는 국물이 모두 아래로 빠져나가잖아요?
그래서 접시에 담아서 찌는, 전통적인 찜방법을 써봤는데...아주 좋았어요.
특히 껍질이 쫀득쫀득 맛있고. 찌면서 생긴 국물도 맛있고...
대구포도 불려서 이렇게 찌면 맛있어요.
별건 아니지만 이렇게 준비해가서 점심상을 차려드리니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기뻐하시네요.
아니..솔직히 아버지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것보다 제 기쁨은 백배쯤 더 컸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그것이 주는 기쁨이..훨씬 크잖아요.
사실, 아버지 퇴원 후 제가 좀 아팠습니다.
아버지 퇴원하시기 며칠 전, 집 앞에서 넘어졌는데(얼음판도 아닌 맨 땅에서 넘어져, 너무 분해요..^^;;),
손목이랑 팔뚝을 좀 다쳐서 며칠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었어요.
시아버님 제사로 좀 피곤한데다가 몸까지 좀 안좋은 상태에서 연속으로 아버지 병원 따라 다니고, 아버지 퇴원시켜드리고...
그러다보니까, 몸살에 가벼운 위경련까지 겹쳤었어요.
그랬는데...오늘 아버지 점심 차려드리고..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엔돌핀이 샘솟으니까..금방 좋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