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못지않게, 어딜갈까? 뭘 타고 가서, 뭘 먹을까?? 하나하나 준비하고 계획하는 과정도 놓칠 수 없는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어머님께서 네째 아드님네랑 따님네 다녀오시겠다고 출타하셨을 때, 그때부터 강원도를 갈까, 제주도를 갈까...계획은 참 많았습니다.
워낙 여행을 즐기지 않는 kimys인지라, 여행가자고 할 지는 몰랐는데...먼저 여행가자고 하더라구요..
제주도에 가서...관광은 하지말고, 삼시 세때..맛있는 것만 실컷 먹다가 오자,
강원도에 가서 바다구경하고, 회나 실컷 먹고 오자...
말로는 이러면서도..구체적인 계획은 저도,kimys도 서로에게 미루고 짜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영동지방 폭설소식까지 전해지자,
급기야는 KTX를 타고, 부산에 가는 방안 (요것도 상당히 땡겼습니다. 얼핏 듣자니까 해운대 어디에 바다가 보이는 찜질방이 있다던데..),
아님, 또 충청도 일대를 자동차로 도는 방안( 이건 한 10년에 kimys랑 둘이서 해봐 신선도가 화~악 떨어지는 계획이었죠)
등등 갈피를 못잡고 여행계획은 표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주의 소수서원] |
그러다 무작정 나선 길..있는 정보라고는 달랑 '살아가 꼭 가봐야할 동해안여행 139'라는 책 한권 뿐!!
일단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열은 자꾸 치솟고, 매맞은 사람처럼 온몸이 무거운...몸살 전조증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떠나오느라, 한끼도 먹질 못하고, 쌍화탕 한병 챙기질 못했는데...
영동고속도로의 여주 휴게소에서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실 때까지...행선지 조차 정해지질 않았습니다.
'일단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본다, 가고 싶은데까지 갔다가, 동으로 가든, 남으로 가든 그때 결정하자'
이것이 결론이었습니다.
늦가을, 초겨울 여행이 나름대로 운치는 있는데..해가 너무 빨리 떨어져 버린다는 거..그건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요일 오후라 중앙고속도로의 하행선에는 차가 별로 없었고...여름같으면 아직도 대낮같이 훤할 시간에도 이미 깜깜해져버렸습니다.
어림짐작으로...남으로 가든, 동으로 가든 어디선가 묵어야하는데..kimys가 결정한 곳이 영주.
영주에 묵기로 하고, 전화로 맛있는 식당을 수배...풍기로 들어서기로 했습니다.
영주에는 부석사도 있고 소수서원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온천도 있다니까..
게다가 인삼갈비와 사과가 있으니까..먹고, 보고, 사는 재미를 충족할 수는 아주 적합한 곳이죠.
[소수서원의 해시계] |
고속도로 상에서 풍기의 식당을 알아보고 간 곳이 인삼갈비집이었습니다.
매스컴에 많이 소개된 듯, 이런저런 흔적이 남아있고,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음식이야기는 따로 묶어 쓸 예정입니다.)
암튼...좀 그랬습니다.
그리고...풍기온천에 들어가면 숙박시설이 있는 걸로 생각했는데..
식당에서 알아보니, 숙박시설이 없다며...근처에서 자는 것이 좋겠다며 모텔을 추천해줘서..갔습니다.
숙박비는 일반실 3만원, 특실 3만5천원..인터넷이 되냐고 하니까...4만원을 내라고..
여행지에서만큼은 인터넷 접속도 하지 말아야하는 건데..그 새를 못참고...ㅋㅋ..
[소수서원 옆 선비촌의 와가(瓦家)] |
잠들기 전에는 일단 온천부터 하고, 부석사랑 소수서원이랑 둘러봐야지 했는데..아침에 일어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집에서 목욕이나 샤워를 할 때와는 달리 모텔에서 목욕을 해보니, 살이 금방 매끈매끈해지는 것이 마치 온천욕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꾸물꾸물 게으름을 부리다가 늦으막하게 움직이기 시작해서, 바로 소수서원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수서원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적한 곳에 세워진 서원, 주변의 빼어난 경관하며 서원 내의 아담한 가옥들하며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
이런 곳에서는 저절로 학구적일 수 밖에 없지않을까 싶었어요.
스승님들이 머무시는 집과 학생들이 머무는 집의 높이가 다르다고 줄 조차 맞춰서 짓지않을 정도로 극진한 스승에 대한 대접!
[선비촌 한 와가의 부엌] |
소수서원도 좋았지만...전 선비촌이 더 좋았습니다.
선비들의 고택에 하나하나 들어가 구조도 살피고 가구도 살피고...그런데...방문은 닫혀있는 곳이 더 많아, 약간 실망하긴 했어요.
전통가옥에 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더욱 재미었겠지만, 비슷한 듯 하면서 각각 다른 여러채의 집을 구경하는 건 참 재밌었습니다.
특히..부엌....아궁이...장독대...
[선비촌 내의 소박한 초가집] |
선비촌을 돌고 나와서는 왔던 길로 조금 내려가 묵조밥과 태평초를 먹고,
그 바로 옆 사과 직판장에서 사과도 샀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석사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는 곳!] |
사전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터라...부석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절이 없는 거에요.
절은 어딨지??하고 찾아보니, 저~~저 산밑에 보이는 절...
앗, 저기를 올라가야한단 말이지!!
[부석사에서] |
올라가는 길은 험하거나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아쉽다면 사과밭이 좌악 펼쳐져있어, 사과꽃이 필 때나..아니면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을 때 오지 못한 것이 한(恨).
계절만 잘 맞추면...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요..
그리고 무량수전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풍경이란!!
정말 가슴 속의 응어리가 모두 풀어져버리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82cook을 운영하면서 쌓였던 응어리들..이것이 오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겠죠??)
[그 유명한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
무량수전에 들어가보니..좀 색달랐습니다. 보통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방향과 달랐습니다.
보통 절의 중앙을 보고 부처님이 앉아계시는데...90도 틀어앉아 계셨습니다.
이것도 공부를 좀 하고 왔더라면..왜 그런 지 이유를 알수있었을텐데..너무 공부를 안해서...ㅠㅠ..
역사깊은 목조건물이고, 건물안에는 향을 피우지 마시오라고 쓰여있어서, 당연히 향 피울 생각도 하지 않고,
불전을 넣으면서, 관리하는 보살님들께,"향 피우지 못하죠"했더니,
뜻밖에도 향을 3개나 주면서 피우라고 하시는거에요. 얼마나 고마운지...
[왼쪽으로 보이는 부석(浮石)] |
부석이라는 지명이나 부석사라는 절 이름은 모두 돌이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바로 이것이 부석입니다.(부석만 찍은 사진이 없어서..하는 수 없이 제 얼굴도 넣었습니당!!)
부석사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보던, 풍경 들!!
"여행오길 너무 잘했지?" " 영주는 탁월한 선택이었어!!" "너무 좋아, 부석사~~♬♪"
제 입이...그만...귀에 가서 걸려버렸습니다.^^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
부석사에서 나와서...10여년전부터..꼭 한번 가봤으면 하던 백암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전...20대 초반부터..온천을 너무 좋아했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사귀던 남학생과 제발 헤어지라고 , 절 달래느라 우리 엄마가 절 데리고 간 곳이 온양온천일 정도!! ㅋㅋ..
소수서원 주차장에서 만난 한 관광버스 기사아저씨랑 부석사에서 나오면서 마추친 한 택배기사 아저씨에게 여쭤보니,
모두 봉화 울진 방향이라는 표시판을 보고가라고 일러줘서..그 방향으로 가다 우연히 들어간 곳입니다.
[국보 201호인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
변변한 법당도 갖추지 못한 채 벌판에 이렇게 마애불이 있는 거에요.
들어가서 촛불도 밝히고 향도 켜고...
(아...제가 또 마애석불 참 좋아합니다...제게 마애석불 있는 절에 가자고 하면 절대로 마다하지 않습니다..^^)
[봉화의 내성유기공방] |
조금더 달리다 만난 간판이 유기장 마을!!
허억..유기라고...차를 꺾어 들어가보니, 두 집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들어간 곳은 무형문화재 제22호 김선익선생님의 봉화내성유기공방이었습니다.
이곳에서...충동적으로 방짜유기를 좀 질러줬는데..
아직도 후회가 됩니다. 앞으로 몇달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사고싶은 걸 다 사왔어야 하는건데...
(제가 지른 방짜유기는 지른 것 편에서 보여드릴게요...)
무계획 여행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