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집은 김장을 많이 해서, 일년 내내 김장김치를 먹습니다.
kimys가 어찌나 김치, 특히 김장김치를 좋아하는지...
김치냉장고가 없을 때에는 한 쪽씩 비닐백에 넣어 냉동했다 먹었는데,
김치냉장고를 장만하면서부터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일년내내 먹습니다.
해마다 12월 초순께에 김장을 하곤 했는데..올해는 제가 막 서둘러서 빨리 했어요.
작년 김장, 큰 통으로 하나 남은 거, 내년 여름에 먹어보려고, 그럼 3년 묵은 김치가 되나요??, 아예 뚜껑도 안 열어 봤어요.
김치 한통 아끼다보니, 김치가 일찍 떨어져...며칠전에는 제가 그냥 한 포기 담그기도 했지만..어디 김장김치만 한가요??

월요일날은 친정어머니랑 마포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갓이랑 미나리 쪽파, 대파, 그리고 갈치를 사왔어요.
김치 담그러 가는 농장에도 준비된 양념거리가 있지만, 녹색 채소의 양이 좀 부족한 듯 싶어서 시장에 갔어요.
역시 큰 시장에 가서 사면, 1단의 값이 크게 싸지는 않지만, 단이 워낙 실해서, 양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참 많이 싼거죠!
어제는 친정에 가서, 친정어머니랑 둘이서 쪽파 다듬어 씻고 썰고, 갓도 미나리도 다듬어 씻고 썰고,만반의 준비를 갖췄답니다.
오늘 아침 엄마랑 둘이서 김장 하러 가면서 김치통을 세어보니,
저희 집 김치통이 8개, 큰올케네 김치통이 6개, 그리고 엄마와 작은 올케네 김치통이 큰 것 9개, 작은 것 4개,
도합, 27개...
여기 저기 쌓아놓은 저희 네 집의 가지각색 김치통이 산더미 같죠?? ㅋㅋ...

작년에는 작은 배추로 70포기 예약했다가, 속이 너무 많이 남아서, 모두 105포기 했는데, 올해는 큰 배추로 80포기 예약했었어요.
집에서 준비해간 갓이며 쪽파며 양념을 아주 넉넉히 넣은 탓인지,또 속이 조금 남아서 8포기 정도 더 버무려 넣었어요.
그랬더니..우리 집은 통 8개 다 채우고, 통이 모자라서 비닐에 넣어왔어요. 사상 최대의 김치양!! ^^
비닐의 김치를 락앤락 김치통에 옮겨 담으니 꽉 채워서 하나에요.
큰 올케네는 그 집 김치통 6개 외에 엄마네 김치통에 하나 더 담아서, 집앞까지 배달했어요.
(착한 시누이죠, 착한 시누이라고 해주세요...^^)
작은 올케는 엄마네서 김치 익혀서 가져갈거고....
김치통 갯수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저희 집 김치통이 워낙 커서..아마 오늘 한 김치의 45% 정도가 우리 집으로 왔을거에요..^^

김장날은 꼭 돼지고기 수육을 먹어줘야 하죠??
김치통 싣고 들어오면서 갈현동 시장에서 생삼겹살을 1근반 사가지고 들어왔어요.
저희 아파트 마당에 선 알뜰장에서 굴도 사고..
오늘 삼겹살은 압력솥에 쪄봤어요.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사니까,감초랑 계피를 조금 주면서, 압력솥에 해보라고 해서...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해봤는데...그냥 냄비에 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덜 걸렸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돼지고기 수육의 맛!!!

압력솥에 물은 100㏄ 정도 넣어준 후 찜망을 얹었어요.
제 압력솥은 원래부터 찜망이 있는거지만 혹시 없다면 아무 찜망이나 얹으세요.
요즘 마트에 가면 접었다 폈다 하는 찜망이 많이 있어요.
찜망 위에 일단 양파채를 조금 얹어줍니다.

그 위에 이렇게 돼지고기를 얹어주고...
저는 꼭 삼겹살을 고집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수육은 삼겹살을 잘 안써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성향이 너무 편향되어있어서, 어떤 부위는 남아돌고, 어떤 부위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고...
그래서 가능하면 삼겹살로는 수육을 잘 안하는데...오늘 김치속이 너무 맛있게 되어서...김치속에 대한 대접으로...

고기 위에 양파채를 조금 더 얹어주고, 통후추도 몇알 올려주고, 생강편도 얹어주고,
그리고 정육점 아저씨가 준 계피와 감초도 올리고...

압력솥 뚜껑을 닫아준 후 타이머는 10분으로 맞췄는데..이 10분이라는 건 추가 흔들리고 난 다음의 시간이에요.
이 타이머...그냥 폼이에요..^^ 타이머가 없어도 됩니다, 추가 충분히 흔들리고, 계피 냄새랑 고기 냄새가 날 때 불을 꺼주세요.

이렇게 잘 쪄졌습니다.
요 망을 드러내면..조 아래 엄청난 양의 기름이 있는데..그건 안보여드릴게요...입맛 떨어지세요. ^^

쫀득쫀득한 수육의 맛...상상이 가시죠??
너무 맛있었는데..저는 딱 두점 먹었어요. 아직도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6~6.5㎏ 빠진 후 요지부동...정체기인 모양이에요...ㅠㅠ...아직도 9㎏는 더 빼야하는데....ㅠㅠ...

오늘의 하일라이트!!
김치속이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김치속 넣어주는 아주머니들이 열분도 넘게 계시는데, 점심 때 우리 김치 한포기 가져다 드시더니, 모두들.
"김치가 너무너무 맛있어" "양념을 그렇게 얌전하게 해왔으니..맛이 있을 수 밖에..." "잘 먹었수.."
이렇게 한마디씩 해주셔서, 아주 기뻤어요.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는데..엄마 자랑도 팔불출에 속할까요??
저더러 팔불출이래도 할 수 없는데요..정말 저희 친정어머니 김장 준비하시는 거 보면 꼼꼼하고 얌전하고, 참 대단해요.
새우젓은 강경가서 사오시고, 고추는 강화가서 사왔고, 양념은 큰 시장에 가서 충분히 준비하셨고....
자랑스런 우리 엄마!!
사실, 이번 김장에 든 돈을 계산해보니, 너무 어마어마한 거금이라서...
속으로 '이거 사먹는 거 보다 더드는 거 아냐? 나야 엄마김치가 좋아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괜찮지만, 올케들이 생각할 때는 부담스러운 것 아냐??'하고 생각했는데....
김장 끝내 놓고 꼼꼼하게 따져보니까, 배추 절이고 속 넣고 하는데 인건비를 썼어도, 사먹는 것보다 훨씬...엄청...싸게 먹히는 거네요.
좋은 재료, 넣고 싶은 재료 충분히 넣고 만들었는데도...역시 손수 만드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인 것 같아요..^^
김치 7통 김치냉장고 넣고, 나머지 2통은 다용도실에 그냥 뒀는데...너무 흐뭇해요..
맘 같아서는 김치 잘 익고나면 돼지고기 수육이나 만들어서, 여러분들 모두 저희 집으로 초대, 김치에 고기 싸서 같이 드자고 하고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