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 지르기에 약하신 분들, 읽지 마시옵서소!!
일이 좀 있어서..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었습니다.
집에 있든..나가 있든...요즘 제 마음이 좀 무거웠었습니다...
그랬는데...돌아오는 길 차안에서....제 무거운 마음을 다소나마 내려 놓을 수 있는 전화 두통을 받았습니다.
기대도 안했는데...한통도 아니고, 두통씩이나...(왜 마음이 무겁냐, 묻지는 마세요....말씀 못드립니다..아시면..머리 아프세요...)
집에 들어와서...조금전 받은 전화와 관련된 마무리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중에 또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생님, 아파트 밑이에요, 잠깐 내려오세요"
"억...웬일이세요?? 올라오세요.."
"아니에요, 잠깐 내려오세요, 못 내려오시면 경비실에 맡겨요!"
하던 일 밀어놓고..후다닥 내려갔더니..
산타언니는 한 손에는 예쁜 강아지를, 또 한 손에는 제법 무거워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우울하신 거 같아서...이거 드시고 힘내시라고.."하고 그 쇼핑백을 제 손에 쥐어주시는 거에요.
올라가서 차라도 한잔 하자니까..강아지 산책 겸 나오셨다고...그냥 돌아서 가시네요...

그 쇼핑백 안에는 우리 식구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닭갈비, 양념한 닭과 갖은 채소, 그리고 양념장이 들어있었고,
그리고 또, 구운 더덕, 무말랭이 무침, 굴젓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오늘이 제게는 '11월의 크리스마스'네요...
너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힘들다고 엄살부려서...여러분들의 마음 쓰이게 만들었고...그리고, 급기야는 반찬이 잔뜩 든 선물보따리까지 받아들었네요.
네...저 이거 먹고 힘낼 거에요...어금니 꽉 깨물고...열심히 살 거에요...
다른 사람들 부러워하지 않고, 지금에 만족하면서...열심히 할 거에요...

어제, 냉장고에 있던 밥이랑, 그 전날 했던 찬밥이랑 모두 모아서 오븐으로 누룽지를 만들어뒀었어요.
들어오면서...누룽지 끓여먹어야겠다 생각하고..들어오자 마자 누룽지에 물 부어 불에 올려놓고,
업무 보다가 산타언니의 선물을 받은 터라...
닭갈비는 안먹고, 더덕이랑 굴젓이랑 무말랭이무침이랑 바로 꺼내서 상을 차렸어요.
(이 글을 쓰면서..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지 모르겠어요...)
더덕은 제가 딱 좋아하는 그 맛이고, 맛을 제대로 못내서 아예 해먹을 생각도 못했던 무말랭이무침...너무 맛있네요.
굴젓도 딱 좋고...

누룽지 불에 올려 놓을 때까지만 해도...저녁을 아예 안먹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굴젓이며 더덕이며 무말랭이를 보니까...안 먹을 수 없었어요.
다이어트고 뭐고..누룽지 반 그릇 퍼서 식탁 앞에 앉으니까,
kimys, "저녁 안먹겠다더니??"
"이 반찬을 두고 어떻게 안먹을 수 있어요? 먹어야 해요..."
닭갈비의 고기는 김치냉장고에, 채소랑 양념장은 냉장고에 잘 넣어뒀습니다.
주말에...식구들 모두 같이 밥 먹을 때...먹을 거에요...
****님...고맙습니다...힘이..참 많이 되어주셨어요...
****님의 음식을 받아드는 순간부터...기운이 펄펄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