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확실히 아는 물건만 인터넷으로 구입합니다.
온라인으로 사는 건 식품(그것도 확실한 집의 것만...)과 그릇(평소 모으는 것이라서 잘 아는...) 정도 입니다.
책은 한두번 사봤는데...너무 실망스러워서, 그후 절대 안사고....
옷이나 구두는 아직 한번도 사본 적 없고, 가전제품은...딱 한번!!
2002년 여름, 캐나다에서 나온 친구, 저희 집으로 불러서 점심 먹였어요.
그날 저는 별로 안더웠는데,친구들 너무 더웠대요.
가면서..어쩜 그 집 그리 덥냐고....했대요...나중에 듣자니 그 여름 중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ㅠㅠ...
'일하면서 밥해먹기'에 실릴 음식 사진 촬영해야 하는데...에어콘이 없어서 그렇게 더웠다고 하니...
에어콘 사긴 해야겠는데, 연일..에어콘이 품절이라 살수가 없다고 뉴스에 나오는 거에요.
급하니까, 오프라인 매장 둘러볼 것도 없이 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전화 상담 같은 것도 없이 한밤중에 그냥 구매하기 눌렀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확인전화가 오더니, 내일 설치해주겠다고...'와 빨라 좋다!!'이러고 있는데, 다시 설치기사로부터 전화,
"지금 가도 될까요??"
이렇게 엉겁결에 산 에어콘, 나중에 가격을 비교해봐도, 최저가로 샀던 것 같아요.
이게...유일하게 가전제품을 산 경험이에요.
그런 제가...인터넷으로 김치냉장고를 주문해놓고는....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전에 쓰던 김치냉장고, 큰 김치냉장고로 바꾸면서..혹시 나중에 필요하면 문이 하나인 소형 김치냉장고를 사리라 맘 먹고 있었습니다.
첨에 한두해는 그럭저럭 지냈는데...
올 초부터는...이제 곧 작은 김치냉장고가 필요해지겠다 싶었어요.
왜 그렇잖아요? 냉동실에 넣을 거 따로 있고, 냉장고에 넣을 거 따로 있고, 또 김치냉장고에 넣을 거 다 따로 있잖아요.
김치냉장고에 김치만 넣는 것이 아니고,
고기니 생선이니 하는 거 넣어두면 1주일은 거뜬하니까, 저처럼 장보러 자주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김치저장 외 용도로 많이 쓰거든요.
지난 여름부터 이마트 같은데 가면 소형김치냉장고만 살피고 다녔어요.
그랬는데...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어째야 좋을 지....결정 내려야 하겠더라구요.
솔직히...저, 그동안 가전제품은 별로 발품이나 손품을 팔아서 사본적이 없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가격 알아볼 시간도 없고,또 그때는 온라인 구매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명동의 롯데백화점에서 주로 샀어요.
조금 비싼 건 알지만, 일단 회사에서 가까우니까...편했고...
그리고 한두장 생기는 롯데백화점 상품권 꾸역꾸역 모아뒀다가, 가스오븐도 사고, 김치냉장고도 사고, 식기세척기도 사고....
최근 몇년은 내구연한이 다 된 가스오븐이니 세척기 등등 모두 바꿔준 터라...더더욱 덩치 큰 물건 살 일은 없었어요.
그러다..이번 김치냉장고 사건(?)이 벌어진 건데....
먼저 이마트에서 소형김치냉장고 구경 실컷 했어요.
요기 응암점에는 삼성, 대우, 동양매직 등 소형이 다양하게 나와있는데..가격이 399,000원이었던 것 같아요.
보기만 하고,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역시 이마트가 몇만원 비싼 거에요.
그래서 지난 일요일 kimys와 은평 일대의 하이마트 전자랜드 하이플라자를 휩쓸고 다녔어요.
혹시 이런 곳에 가서 말만 잘하면서 인터넷보다 싸게 살 수 있지않을까 해서...
문제는 구색인데 이마트 만큼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이마트보다 훨씬 비싼 것이 있고, 1,2만원 싼 것이 있고...
하이마트 마다 가격이 다르고..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더라구요.
kimys가 혹시 코스트코에 있을 지 모르니까 가보자해서 오후늦게 사람도 많은 코스트코에 갔더니...당연히 없죠.
그길로 용산전자상가에 갔어요.
전 용산에 가면 김치냉장고의 전 모델을 좌악 전시해놓고 파는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그런 곳은 없는 거 있죠!
가게마다 주로 큼직큼직하고, 요즘 유행하는 꽃무늬에 자주색에 핑크색에..그런 이쁘고 크고 비싼 김치냉장고만 진열되어있을뿐,
대부분 가게에는 제가 찾는 소형은 삼성 제품 단 하나만 놓고 팔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괜히 용산까지 다녀오느라..저녁만 늦고...ㅠㅠ..
kimys, "그러지 말고 인터넷으로 사지" 하길래..몇시간이나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있었나 몰라요..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최저가 검색 하고...거기에 올라있는 것들을 파는 몰에 하나하나 들어가서 가격이나 조건 검색하고...
이 모델로 할까, 저 모델로 할까 고민하고....이러느라..희망수첩도 빼먹었다는..^^;;
결국 동양매직의 110ℓ, 대우의 120ℓ 짜리로 압축됐어요.
제가 찾는 기능들, 일단 소비전력이 적을 것, 문은 하나이고 몸체는 작을 것, 냉동 겸용일 것, 값이 합리적이어야할 것....
그런데..동양매직은 소비전력은 아주 적었는데, 그냥 하얀색이라 좀 그렇고 해서..대우의 빨간색으로 하기로 했어요.
모델을 결정하고도 바로 구매하기를 누를 수 없었던 것은,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최저가로 되어있는 물건, 사이트를 들어가 확인해보면 가격비교사이트에 떠있는 가격보다 더 비싼 거에요.
또 재밌는 건 같은 몰의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비교사이트 마다 가격이 다르구요.

어찌어찌해서...대우 김치냉장고를 306,050원에 구입하려고 하는데..이번에는 결제가 안되는 거에요.
30만원 이상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한다면서요? 인터넷으로 그리 비싼 물건 사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몰랐죠.
부랴부랴 공인인증서 다운받고..., 밤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결제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그 다음날 발송 확인메일까지 와서, 금방 오나보다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월요일이야 그렇다 쳐도 화요일이 지나고, 김장날인 수요일까지도 깜깜 무소식!!
그제서야, 확인메일을 다시 읽어보니, 24일 배달 예정으로 되어있는거에요..
게다가, 구입한 쇼핑몰 이름을 가르쳐주니까, 울 아들 검색해보더니.."거기 배달 많이 늦나봐요, 불평글이 많은데요.." 하는거에요..
아뿔싸!! 이거 혹시 사기??
kimys는 전자결제전문회사가 중간에 끼어있어서..불상사는 없을거라고...안심을 시켜줬지만..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소심한 아줌마 가슴이 콩닥콩닥, 24일이면 아직도 멀었는데..그때까지 어쩌나 싶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답니다.
에구 몇만원 더주고, 그냥 이마트에서 사고 말껄 싶기도 하고...ㅠㅠ..
어제 밤에...쇼핑몰 전화번호, 구매번호, 제품 모델번호 다 메모해서 손에 잘 닿는 곳에 두고 잤어요. 오늘 일어나자 마자 전화해보려고..
가능하다면 취소하고 몇만원 더주고라도 사야겠다...맘먹었더랬습니다.
아침 8시50분,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니까..
"대우입니다, 오늘 김치냉장고 배달하려고 하는데 12시에서 1시 사이에 댁에 계십니까??"
어찌나 반가운 지...^^
배달하러온 대우 직원에게, "인터넷으로 사서, 배달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걱정했어요" 했더니,
그 직원 말이 마트랑 인터넷몰이랑 전표가 같이 올라오면 마트 먼저 배달내보내고,
그담에 인터넷 몰 주문분 내보내기 때문에 조금 늦는거래요.
암튼 이렇게..나름대로 천신만고 끝에 제 수중에 들어온 김치냉장고입니다.

집에 놓고 보니, 매장에서 보던 것보다 키가 더 큰 것 같아요.
속도 굉장히 깊고..키 작은 사람이 맨 아래에 있는 걸 꺼내기는 나쁠 듯...그래도 전, 뭐 그런 줄 알고샀으니까요..ㅋㅋ...

통은 이렇게 6개가 들어갑니다.
이 통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저희 집 엄청 큰 LG김치독의 김치통과 거의 맞먹는 크기에요.
그러고보니, 지금 쓰는 김치냉장고의 ¾크기...용량은 크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자리도 덜 차지하고...괜찮은 것 같죠.
일단 어제 베란다에 놔두었던 김치통 두개만 넣어줬습니다.
숙성코스로 눌러두고..이 바람에 지금 냉장고 안에는 파 한뿌리도 꽂을 틈이 없습니다...

김치통이 한단으로 들어가 있어 나머지 공간이 아깝지만..
그래도 이렇게 뒀다가 이틀 뒤 추가 숙성 한번 더 한 뒤 냉장고 속의 김치랑 게장이랑 옮겨줘야죠!!
물건을 받기전까지만 해도,
난, 인터넷으로 뭐 사는 체질이 못되는 거 같다...그냥 돈을 더주고라도 오프라인에서 사는게 속편하다,
생각했는데...물건을 받고 보니...좋은 물건 싸게 사서 얼마나 좋은지...이제 그 쇼핑몰에 확인버튼 눌러주러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