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아버님 산소의 나무들이 죽어가서..
'죽은 나무의 뿌리까지 캐내고 새 나무를 심어지'는 것이 지난 겨울부터 저희 집안의 묵은 숙제였습니다.
땅이 풀리기만 기다리다가...며칠전...오늘로 날을 잡았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오후에 온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오늘의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아버님 산소에서의 집결시간은 상오 11시. 인덕원에 사는 시누들과 가락동에 사는 시동생이 각각 오기로 했습니다.
늦을까봐 긴장한 탓인지 알람시계 맞춰놓은 시간보다 이른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과일이며 포, 술 챙기고..그리고 식구들이 먹을 주먹밥이며 샌드위치며, 주스까지 준비했습니다.
그랬는데...집에서 출발할 때는 그냥 흐리기만 했었는데...
아버님 산소 근처에 가니까 장마때 폭우 쏟아지듯 비가 쫙쫙 내리는거에요.
그냥 돌아와야 하나 어쩌나 싶어 아직 집에서 출발도 하지 않았다는 시동생에게는 오지말라고 하고..
시누이팀들도 오지말라고 전화하니까, 벌써 출발했다며..길을 나섰으니까 만나서 일단 결정하자고 하는 거에요.
시누이팀이 도착했을 때는 다소 빗방울이 약해지는 듯 해서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산소에 올라가 죽은 뿌리를 캐내는데...어찌나 단단하던지...옆에서 보는 제가 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대요.
우산을 받쳐줘 봐야 별 소용도 없어서,비를 맞아가며 남자 셋이서 달려들어 죽은 뿌리를 어렵사리 캐내는데....
다행히도 빗줄기가 가늘어지는거에요.
사가지고 간 측백나무 심고 아버님께도 간단하게 인사 드리고 왔어요.
오는 길에 분당 먹자골목 복요리집에 들어가서 매운탕이랑 맑은탕이랑 튀김이랑 먹었어요.
몇조각 남은 튀김 알뜰하게 싸가지고 와서..저녁의 메인으로 잘 먹었답니다...^^
늘 마음에 남아 거림칙하던 일을 해치고 났더니, 어찌나 개운한지...
고속도로가 꽉 매여서, 집까지 2시간반이나 운전을 해야해 몸은 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나무뿌리 패내느라 떼가 좀 벗겨진 게 걸리기는 하지만...오늘 불참한 시동생들이 다음 주말에라도 떼을 입힐 테니까...
오늘 점심 먹은 복튀김은 복어 살에 마른 고추를 가늘게 썰어 함께 튀긴 것 같아요.
생선튀김을 이렇게 하니까, 더 괜찮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