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밭 근처로 이사하면서 호미자루가 아주 손에 들러붙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용할 빵 구워놓고 콩밭메는 아낙으로 돌아갑니다.
흙먼지 뒤집어 쓸테니 세수 까짓거 건너뛰고.
계획없이 아무거이나 세개
때로 영양 쪼꼼 생각하며 견과류 넣어 세개
감자가 없어서 한구덩이 캐보았지요. 알은 제법 영글었는데 포실한 맛은 아직 입니다.
감자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피자에 토핑해주고
열무를 조금 늦게 솎아와서 여리하지 않아 겉절이 대신 김치로 담갔어요. 그거나 그거나.. ㅎ
고춧가루를 양껏 못넣었더니 밭으로 돌아갈 행색입니다.
얼갈이도 벌레가 다 먹어치우기 전에 뽑아야겠어요.
케일은 벌레가 접수. 누더기라도 데쳐서 쌈으로 먹고 있습니다.
시금치는 무사하군요. 솎아서 김밥 (당근이 빠졌어요 7월 수확이라)
매콤한 떡볶이하고 먹으니 좋네요. 수짱맘님 진한멸치육수 레시피로 너무 맛있어요.
다음엔 저두 길다란 떡으로다 더더 맛나게 해볼게요.
오이가 바닥부터 다글다글 달렸어요. 자라면서 땅짚고 헤엄칠 모양새라 매달아 주었답니다.
며칠사이에 커져서 오늘 딴거로는 소박이 하려구요.
장마 전인데 밭 위쪽은 벌써 풀구덩이로 변해버려 들어갈 수도 없게 생겼습니다.
아예 나는 모르는 밭으로 생각하렵니다. ㅠ
무서운 저 한 켠에서
반듯한 접시꽃이 키를 곧추세우고 당당히 서있습니다.
이만하면 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거지요.. 밭고랑에 들어서며 늘 주문처럼 외워보지만
때로, 마치 유배라도 당한 듯.
풀섭을 들출때마다 그놈의 모기떼 하며 손톱밑은 흙이 끼고 얼굴은 벌겋게 익다가 까매져가고
하루하루 급속도로 촌*꼬라지가 되가고 있습니다.
왜 매일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엄청 억울하기도 합니다. ㅋ
누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저마다의 꿈은 다 다르잖아요.
저의 청춘 버킷리스트에 이런 생활은 없었거든요. ^^
소소한 일상이지만 82키톡에서 이렇게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다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