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세요~~?
저는 지금 안개낀 대서양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
미국 동부 해안선 중에서 한 가운데쯤 위치한 머틀 비치 라는 곳은 제법 규모가 큰 휴양지입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상징 나무가 야자수인 것만 보아도 여기가 따뜻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몇 년 전에는 가족과 함께 여름 방학동안 휴가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저혼자 왔어요.
학회 발표가 있었거든요.
원래는 작년 가을에 집 가까운 도시에서 하는 학회에서 발표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 때 허리케인 때문에 비상상태가 선포되고 오만가지 비지니스가 문을 닫는 와중에 학회도 취소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다른 도시 - 머틀 비치에서 하는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박사과정 공부할 때와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는 아이들도 없고 경력도 얼른 많이 쌓아야 하니 다른 주 다른 도시에서 하는 학회를 자주 참석하곤 했었는데, 엄마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는 둘리양이 태어난 뒤로는 집을 떠나 하룻밤 이상 지내야 하는 출장은 엄두도 못내고 살았어요.
마침 학과의 재정 상태도 좋지 못하니, 이미 테뉴어를 받은 선배 교수들은 가급적 출장을 자제하고 그 경비를 신임 후배 교수들에게 양보하자는 분위기가 있어서 잘 되었다 싶었죠.
이제는 둘리양이 만 일곱살이 되었고 (오늘이 바로 그 날, 둘리양의 생일입니다 :-) 저희 학교 새로 부임하신 총장님이 교수들의 학회 참석 출장비를 대폭 인상해주셔서 저도 오랜만에 출장을 나올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걸 호캉스 라고 부른다지요?
따로 어디 놀러 안가고 호텔방에서 느긋하게 쉬는 거 말이예요 :-)
출장을 떠나기 전 날 감기에 걸려서 정신을 못차리고, 그 와중에도 집과 직장에서 해야할 일을 하느라 고생고생하다가, 이렇게 호텔에 들어와 있으니 명색은 출장이지만 실상은 휴가를 즐기게 되었어요.
저 대신에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둘리양 생일 컵케익을 학교에 들려 보내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그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하는 남편에게는 조금 (많이는 아니고 조~금 :-) 미안했지만, 이렇게 조용하게 아무 일도 안하고 쉬고 있으니 감기도 금새 낫는군요 ㅎㅎㅎ
학회에서 박사과정 한국인 여학생들이 하는 발표를 들었는데, 십 수 년 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뭐랄까... 흐뭇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반가웠어요.
전공도 저와 같은 분야라서 더욱 반가웠구요.
대서양 바닷물은 우리 나라 황해처럼 물이 푸르지 않고 잿빛을 띠고 있어요.
아침이 되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더욱 운치가 있어요.
이럴 땐 커피 한 잔...
언제 또 다시 짬이 날지 모르지만 아마도 3월 쯤 되면 그 동안 밀렸던 사진과 이야기 올리러 올께요.
저희 학교에서 학생들과 커피 로스팅 했던 이야기...
흐뭇했던 명왕성 이웃의 이야기...
제 생일 이야기...
철판구이 불쑈 이야기...
국뽕 차오르게 만들었던 이 달의 잡지 표지 이야기...
모두모두 꽃피는 봄이 오면 돌아와서 들려드릴께요 :-)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