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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경주살이) 봄이다~

| 조회수 : 8,821 | 추천수 : 8
작성일 : 2019-03-09 10:55:04




토지를 새벽 3시경에 다 읽고

키톡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달도 더 지났습니다.


겨울 안에 끝을 내려했지만

일하면서 짬짬이 보느라 봄과 함께 토지의 구속(?)에서 벗어 났습니다. ㅎ


토지는 총 5부로 구성, 1897년부터 1945년 동안 3대에 걸친 그 시대를

보여줍니다.  2002년 나남출판사 발행판은 총 21권

박경리 선생께서 25년 동안 원고지 4만매,

그걸 두 달안에 따라 가려니 숨이 찼습니다.


토지에는 600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헤아려보질 못했으나 족히 제가 기억하는 인물은 100여명 됩니다.


제대로 된 밥상은 4부에서 들어서야 밥상 위에 반찬 몇 가지가 올라 갑니다.

먹는 것은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겨우 끼니를 잇는 시절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진주 분들이라 토지의 사투리를 거의 이해할 수 있어

즐거웠고, 정말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그의 삶과 참 잘 맞아떨어집니다.

박경리 선생께서 이름에 참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최서희, 구천이(김환), 봉순이(기화), 월선이, 용이, 홍이

말로 다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 시절 나올만한 이름은 다 나옵니다.


가장 가슴이 아픈 대목은 월선이 세상을 뜨는 장면입니다.

"임자, 여한이 없제"

새처럼 가벼운 월선을 안고 용이가 묻습니다.

"야"


그렇지, 여한없이 살아가자고 굳게 다짐합니다.

토지는 지금 50대인 분들 경우, 부모님과 그 위 어른들의 삶이라

사이사이 내 부모님의 말하지 못한 역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 토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토지와 겨울을 보내면서 행복했습니다.





일 이야기는 재밋게 쫑이 났습니다.

결론은 짤렸습니다. 두 달 만에~^^


해고 사유는 인화(?)가 안된다는 겁니다.

갈구는 주임할매가 시도때도 없이 저랑 일 못한다고 회사에다 노랠 부르니

담당 팀장이 해고예고 차 면담하자고 합디다.


"부당함이 관료화 되어 있다"

"아무도 부당하다고 제기하지 않았다"

"말은 안했지만 다 더러워서 열받아서 나갔다"

"여기가 왜 사람들이 자주 나가는지 분석을 해 본적이 있나

수습기간에 해고도 노동법에 해당된다.

부당해고다"

팀장 얼굴이 벌겋게 변합니다.

"구두로 하지말고 정당한 사유를 서면으로 보내주길 바란다"


토지와 더불이 나의 룸메이드 밥벌이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ㅎ


그 사이 먹고는 살았습니다.





겨울 끄트머리 장날입니다.

어제 가보니 해산물 파는 아저씨 "화창한 봄날입니다아~~"

흥겹게 소리냅니다.

엄마와 약간은 무능력한 장성한 아들, 낼이면 바람날 것같은 며느리로 구성된

아주 재밋는 집입니다.^^





의성댁 아주머니 속청입니다.

토지에는 영산댁, 서울댁 ~댁

저는 경주댁^^





잡곡농사가 이어주니 고맙지요.





그 사이 아버지 기일 제사가 있어

갈비찜을 해서 갔습니다.


제게 저 갈비찜 가르켜 준 언니 왈

"질겨진 갈비는 있어도 태초에 질긴 갈비는 없다"

팁이 뚜껑을 여는 겁니다. 갈비가 익는 동안.


인자는 갈비찜 안할랍니다.

뭐 먹을 끼 없을 때 갈비찜이지 다들 채식으로 살짝 돌아간 입맛에

싱크대 기름끼 제거하는데 1박2일 걸립디다.^^


경주에서 먹고 사는 일은

한국의 중년여성이 일을 하고싶어도 선택의 여지가

아주 별로 없는 그 현실 속에서

더 심각합니다.


광광도시, 경주

호텔이 지천인 이곳에서 가장 홀대받고 저임금에 혹사받는 이들이

룸 메이드 입니다.

객실 팔고 호텔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장본인들이

호칭 하나 제대로 불리지 못하고

무시 당하고 당연한 권리도 못찾고 있는

이 곳에서 많이 갑갑하고 속이 탔습니다.


일하면서 마음이 없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

내가 없다

질낮은 인간들과 싸우는 일도 지쳐

차라리 질높은 고독을 선택하리라

뭐 혼자 묵언수행하듯 두 어달 지내고

지금은 또 다시 잠시 백수로~^^


뭐해먹고 살까요? ㅎㅎㅎ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19.3.9 11:30 AM

    일단 1등 선언하고...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에어비앤비 추천하오

  • 고고
    '19.3.9 11:39 AM

    오호 쑥부인 반갑소^^
    먹고사는 일이야 뭐 들여다보면 산 입에 거미줄 치겄소 ㅎ

    오래 전에 3년 동안 안 팔린 빌라 하나로 에어앤비 해봤소
    결론은 경주는 저가로 푸는 호텔이 많은데다 숙박업체 과잉이라오

    타로로 좌판을 열어 볼 궁리를 하고 있소
    타로는 도구일뿐
    작년에 봐 둔 황리단길 허름한 집 손 좀 봐서
    오고가는 이들 마음 들여다보는 그런 집 하나 맹글라고 혀요.
    쑥부인 한국 오는 날까지 경주댁으로 있을 터이니
    걱정마시오

  • 2. 쑥과마눌
    '19.3.9 11:48 AM

    타로말고 사주를 보라니께..
    고고임 정도의 소양이면,
    사주쟁이가 아니라 힐러로 거듭날 것이요.
    여러 기관에서 교육한다니 가서 배우고,
    스승 찜 쪄먹는 제자로 출현하시오

    근자에 보니, 촐랑대기가 겨울날의 대추나무에 달린 연보다
    가벼운 이들이 사주 본답시고 깝죽대어, 내 눈살 찌푸릴 일이 많았소. 부디 갈고 닦아, 정의롭고, 측은지심 많은 본성으로,
    외롭고 오갈데 없는 마음들 달래 주시길 비오

  • 고고
    '19.3.10 8:57 AM

    반풍수 집안 조질까싶어 명리학은 독학을 하다 잠시 접어두었소
    뭐든 시작하면 책부터 사재끼는 스타일인데다 대충 하질 못하오
    타로는 좀 제대로 공부했소

    주역부터 공부할까하오
    공부가 어중간할까봐, 거기에다 넘의 삶에 꼰대짓할까봐 늘 조심스럽소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거늘

    고맙소이다. 쑥부인^^

  • 3. 소년공원
    '19.3.10 2:20 AM

    얼른 다시 안정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장 찾으시길 빌겠습니다.

    속청...
    이라는 것은...
    이름은 예전에 들아본 소화제 물약 같은데...
    (김청이 나와서 속청! 하고 외치던 그 광고를 기억하신다면 당신은 영락없는 아지매/아재 당첨 :-)
    생긴 것은 콩처럼 보이는군요...

  • 고고
    '19.3.10 9:00 AM

    직장은 없어요. 그저 노동력만 제공할 분이지^^

    그간 해 온 공부를 풀어볼까 혀요.

    속청은 위장약이 아니고 콩이옵니다. ㅎㅎㅎ

  • 4. Harmony
    '19.3.10 10:44 AM - 삭제된댓글

    서울에도 고고님을 꼭 닮은
    처자 한분이 계시는데
    그 처자의 명리학 강의 듣고
    다들 사랑에 빠졌었답니다.

    고고님도 만나면
    그러할 듯~^^

    언제나 씩씩하게
    헤쳐나가시니
    곧 좋은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외도 꽤 하셨을 것 같은데
    과외 추천이요~^^

  • 5. Harmony
    '19.3.10 10:45 AM

    서울에도 고고님을 꼭 닮은
    처자 한분이 계시는데
    그 처자의 명리학 강의 듣고
    다들 사랑에 빠졌었답니다.

    고고님도 만나면
    그러할 듯~^^

    언제나 씩씩하게
    헤쳐나가시니
    곧 좋은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외도 꽤 하셨을 것 같은데
    과외 추천이요.

    근디 바다인물이 정말 이쁘요~

  • 고고
    '19.3.10 11:41 AM

    독학 체질이옵니다.^^

    공부 시작하면 끝을 보지도 못하면서 끝을 보리라 식이라^^

    바다양 참 예쁩니다. 가지고 있는 견성도 착하고 참합니다.

  • Harmony
    '19.3.10 12:50 PM

    ㅎㅎ 고고님
    제가 행간을 잘못 읽은게 아니라면
    . .
    아이들 논술과외 뭐 그런 인문학적인 소양을
    다른이에게 나눔하시라는

  • 고고
    '19.3.10 5:12 PM

    아이고 아녀라,
    조카들 자랄 때 10분도 못 봐준 이모 고모여요.

    타로 과외는 좀 했어요.^^

    여긴 반 시골인데다 뭔 인문학 소양까지 제가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 6. 해피코코
    '19.3.10 11:11 AM

    좋은 글 쓰셔요~^^
    저는 고고님의 따뜻한 글에서 위로를 받아요.

  • 고고
    '19.3.10 11:42 AM

    키톡은 저의 정신적 휴양처라~^^

    고맙습니다. 코코한데도 안부 전해주세요.ㅎ

  • 7. 동고비
    '19.3.10 11:29 AM

    토지 뽐뿌받고있어요 지난번 글 첨 올라셨을때부터요.고고님의 씩씩함에 반했어요.음 뭐랄까 정말 삶을 제대로 살고 계신거같은 느낌적 느낌

  • 고고
    '19.3.10 11:45 AM

    아으 씩씩한 척할뿐^^

    토지는 시력을 보호하면서 보시는 게 좋습니다.
    느긋하게 보심 좋아요..

    5부까지 가려면 성급함보다 50여년 세월, 박경리 선생의 25년을 여행하듯
    천천히 가보셔요.

    한국소설을 아끼는 고고 올림

  • 8.
    '19.3.10 12:50 PM

    고고님 오랫만입니다 ~~

    거기 장은 어느 장인가요?
    경주라면 모르는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사진 한장으로는 도저히 저기가 무슨장인지 유추를 할 수가 없네요.

    안그래도 근황이 궁금했는데 결국 룸메이드는 그만 두셨군요.
    고고님 재능을 꼭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거예요.
    곧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예전 황리단길 거기가 대나무 꼽고 신점 보는 분들이 한집 건너 한집 있던 곳이었어요.
    거기가 기가 그렇게 세다는 ㅋㅋ.

    얼마전 황리단길 갔다가 예전 경주의 투박스럽고 촌스런 맛이 안나서 살짝 실망하고 왔어요.
    저에게 경주는 아직도 수학여행 느낌이 나야 하는데....

    저도 갑자기 토지 책 빌리러 도서관 가고 싶어지네요.

  • 고고
    '19.3.10 5:15 PM

    어른들 말로는 그 동네가 기가 좀 쎄다고
    예전에 각시나오는 술집도 많았고, 지금도 대나무 꽂은 집 몇 개 보여요.
    저야 머리에 꽃을 달지언정 대나무는 ㅎㅎㅎ

    황리단길이 지금 모습이야 자본이 그렇게 흐르는 걸 뭐 누가 막겠습니까

    입실 장날입니다.

    토지는 참고로 1부 1권에서 3권까지는 20쇄 이상 찍었고
    뒤로 가면 2쇄로 끝납니다. (2002년 나남판)

    중간에 좀 힘들긴혀요.^^

  • 9. 프리스카
    '19.3.10 2:24 PM

    바다 이쁘고
    토지는 오래전 방송에서 보았고
    룸메이드 저도 잠깐 했었어요.
    나이 오십 중반 넘으니 할일이 제한적이고
    그나마 취직도 안되고 세상 놀랬지요.
    고고님 성격에 맞는 직장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 고고
    '19.3.10 5:16 PM

    룸메이드 일 참 힘들었지요,
    직장이 이 나이에 있겠습니까
    제가 직장을 만들어야죠.
    큰방에서 작은방으로 출근하는 한이 있어도^^

  • 10. 초원
    '19.3.10 3:40 PM - 삭제된댓글

    남이 글을 잘 읽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실망스럽습니다

    엄마와 약간은 무능력한 장성한 아들, 낼이면 바람날 것같은 며느리로 구성된

    아주 재밋는 집입니다.^^ 라는 문장이 단순 시장 풍경의 일부 일까요?

    그리고 시장 의 상인 어르신 초상권도 아쉽습니다
    님의 얼굴도 이리 하실수 있으신지요

    옥의 티로 아쉽습니다

  • 11. 달개비
    '19.3.10 4:34 PM

    고고님 올만에 뵙습니다~
    언제든 잘 지내실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많은 일이 있으셨네요.
    에궁 산입에 거미줄..이런 말도 있는데
    설마요..
    봄도 가끼우니 좋은 일 많으시길요~~^^

  • 고고
    '19.3.10 5:17 PM

    달개비님 오랫만이어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온다고
    괜찮아요.
    경주 함 놀러 오세요

  • 12. 엘로이즈
    '19.3.10 7:02 PM

    작년 11월 말에 토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15권에 머물러 있어요. 봄이 올때쯤이면 토지를 다 읽고 어떤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게 될까, 2년전에 갔던 하동을 다시 가보고 싶을까 김치국을 마셨더랬지요. 요즘 마음이 어지러워 책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도 책속에 파묻히고 싶어서 시작했던 거였는데...
    부당함과 싸우는 님의 모습이 멋지고 위로도 받습니다. 세상엔 이런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시게되든 응원합니다.

  • 고고
    '19.3.11 1:44 PM

    15권쯤이면 지식인들 시대 탁상공론하고 조금 지겨운 시점이긴 해요.
    18권 넘어가는데 좀 숨이 차더만요.

    응원 고맙습니다.

    좀전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창하여 룸메이드 현실 기사로 적어 보냈는데
    뭐 채택되면 좋구요. 저항하는 방법이 이것뿐인가 싶기도 하고^^

  • 13. hoshidsh
    '19.3.11 12:19 AM

    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어쩜 좋아...하다가
    다시 스크롤 올려 저 위를 보니..

    바다 양, 정말 미모견이네요~!!!! 까만 눈동자가 머루 포도알 같습니다.
    그 위에 살포시 드리운 커튼 같은 속눈썹~

    고고 님은 꼭 잘 되실 거예요.
    밥 든든히 드시고 건강 챙기시면서 잘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고고
    '19.3.11 1:45 PM

    바다양 진짜 예쁘지요. ㅎㅎ
    지금 햇살에 너부러져 자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되야지요.^^

  • 14. 핑크러버
    '19.3.11 8:05 PM

    고고님~
    건강도 중요하니 건강 관리 잘하시구요~
    주임할매를 잘라야하는건데
    팀장이 사람 보는 눈이 영 없네요
    지들만 손해조 어디가서 고고님 같은 분을 모실수있다고~
    힘내시구 자주 소식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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