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설 잘 보내시고 단잠 주무시고 계신가요?
자게에 들어가보니 명절 때문에 속상하신 분들이 많으시던데 ㅠㅠ
부디 마음 푸시고, 속상했던 일이 곱절로 좋은 일이 되어 되돌아오길 기원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명절마다 큰집인 저희집으로 아버지 형제 9남매가 다 모였었어요.
엄마는 명절 일주일 전부터 장을 봐오고 집안을 정리하고 세간살이를 닦으셨죠.
설날이면 광에는 채반마다 녹두전과 동그랑땡, 생선전들이 그득했고,
만두는 수 백개를 빚어서 설날 새벽에 삶아서 채반에 건져 두었고,
베란다 난간에는 들통마다 식혜와 수정과가 가득가득 들었었어요.
어린 마음에 친척들 만나서 세배하고 맛난 것도 많이 먹는 설날이 그렇게 좋았는데
어른이 되서 설을 지내다보니 그때 엄마의 수고가 얼마나 컸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네요.
울엄마는 맏며느리라서 고모들이 올 때까지 엄마친정도 못가구ㅠㅠ 얼마나 속상했을까...
서른 넘어서 급격히 효녀가 된 솔이엄마,
솔이네 설 지내고 있는 이야기 좀 해보려고 야밤에 키톡 노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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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시댁식구가 시어머님밖에 안 계셔서,
명절이면 어머님 혼자 저희집으로 오셔요.
이번 설에는 전날 오셔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답니다.
어머님은 국에다 반찬 몇가지만 해서 먹자고 하시는데 그럴 수가 있어야죠.
명절이나 먹어보는 갈비찜을 하려고 미리 10키로 주문해서 양념에 재웠어요.
어머님 오시는 날 아침에 곰솥에 넣고 부글부글 끓였더니
간이 잘 맞고 부드러운 갈비찜이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떡국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셔서 떡국은 안 끓이고
바지락을 넣은 배추된장국을 끓였어요.
잘 드시는 코다리찜도 하고 포항초도 삶아서 들기름에 무치고,
맛살이랑 햄, 버섯, 파를 꽂은 꼬치전도 부치고 굴 넣고 무생채도 무쳤어요.
양념게장은 친정엄마가 이틀 전에 무쳐주신 거랍니다.
아이들과 세배드리고 과일이랑 차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머님은 일찍 가시고, 남편이랑 소주 한잔 했습니다.
명절에는 왠지 이른 시간부터 한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설날 아침. 친정부모님께서 저희집에 오셔서 같이 점심을 드시기로 했어요.
명절이면 당연히 엄마가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하셨는데
엄마는 아버지를 돌보시느라 너무 힘들기 때문에
작년 추석부터는 저희집으로 오시게 하고 있어요.
오늘은 떡국도 끓이고 장어도 굽고 양념해서 남겨두었던 갈비도 끓였지요.
양지를 한시간 반동안 폭폭 끓여서 국물을 내고 고기는 찢어 놓았어요.
다행히 오늘도 갈비찜이 맛있게 되었다고 식구들이 잘 먹네요.
새송이 버섯을 통째로 집어넣었더니 버섯도 잘 먹구요.
어째 음식을 차려놓고 보면 늘 빈 것 같고 허전해 보여요.
떡국이랑 갈비찜, 양념게장이랑 장어구이로 차린 설날 점심상입니다.
자자~ 장어를 구웠으니 반주도 한잔씩 돌려야겠죠.^^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께는 막걸리를 따라드리고
엄마랑 저랑 남편은 소주 한잔씩 따라서 짠! 했어요.
평소, 아니 지금까지 내내 무뚝뚝하신 울아버지인데,
오늘은 사위 빈잔을 유심히 보시고 소주를 한잔 따라주셨어요.
감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뭐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답니다.
시어머님, 친정부모님과 식사를 함께 하고 덕담도 나누며
그렇게 설명절을 보냈습니다. 이제 한시름 놓았네요. ^^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일상속으로 들어가 열심히 일하고 밥해먹고 살겠지요.
지난 주에 엄마가 꼬막 3키롤 사오셨다면서 꼬막을 삶아서
일일이 껍질을 까서 주셨어요. 사위한테 술안주 해주라구요.
그래서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생강, 청양고추, 통깨를 넣고 무쳤어요.
꼬막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엔 꼬막비빔밥도 해먹었답니다.
참나물 무치고 깍두기랑 동치미를 곁들여서 엄마 덕분에 한끼 맛있게 먹었지요.
며칠 전에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새해를 맞아 제 마음과 위로를 담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한장씩 써서 건네주었어요.
우리 82 식구님들께도 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밤입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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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가 신해생 돼지띠거든요.
쬐끔 힘들다, 스트레스 받는다, 기운 딸린다 하시는 분들
빨리 제 손 잡아욧!!! ^^
올해 황금돼지의 해는 솔이엄마만 믿고 따라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