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한 그릇 더 먹었으니 나이 한 살 더 먹었네...
누가 떡국을 더 많이 먹었네...
뭐 그런 시시콜콜한 나이 따지기 같은 건 접어두시고요...
그냥 추운 겨울날에 뜨끈~한 국물요리 한 그릇 먹으면 몸과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것만으로도 떡국은 새해맞이 음식으로 충분히 좋은 것 같아요.
어젯밤 명왕성의 새해가 바뀌는 것을 축하하자며 코난군 친구네 집에서 밤샘 파티가 있었어요.
우리 가족 말고는 거의 대부분 미국인이고 간혹 독일인 영국인 등의 외국인도 있는 파티였어요.
나라의 역사가 짧으니 전통문화에 목이 말라 그런지 미국인들은 별 것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거워 하더군요.
새해맞이 음식으로 파스타를 먹어야 한다 (이건 중국 문화에서 베껴온 듯...), 초록색 음식은 돈을 상징하니 (미국 지폐가 초록색입니다) 청포도를 내어놓고, 해가 바뀌어도 행운이 계속 이어지라는 의미에서 둥근 모양 음식을 먹어야 하니 도넛을 사온다거나...
굴요리도 뭐라더라? 하여튼 무언가 의미를 담아서 새해파티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며 준비를 했더군요.
암튼...
그런 온갖 의미가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저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맛있는 음식 나눠먹고 새해에도 잘 살자!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월 1일은 월드와이드 공일이니,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점 준비를 했습니다.
쇠고기 가늘게 썰어서 볶고, 계란 지단 부쳐서 썰어놓고, 연말연시에 만두 빚을 일이 자주 있어서 냉장고에 항시 구비되어 있는 만두피와 만두속으로 한입크기 만두 몇 개를 빚었어요.
파도 얇게 썰고, 냄비에 쪄낸 만두도 준비되었네요.
멸치 국물에 떡을 넣고 끓여서 고명은 각자 원하는대로 직접 얹어서 먹게 했어요.
심플한 맛을 좋아하는 둘리양은 이런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고명을 얹어서 먹었답니다 :-)
떡국 이야기만 하고 떠나기에는 무언가 아쉬우니 요며칠 만들었던 음식을 보여드릴께요 :-)
찐득한 손가락 식당의 바베큐 요리를 좋아하는 코난군을 위해 집에서 베이비백립 바베큐를 만들었어요.
마침, 찐득한 손가락 바베큐 소스를 저희 동네 마트에서도 팔더라구요.
이만한 등갈비 한 짝이 명왕성 물가로는 12-14달러 정도 합니다.
별달리 손질할 것은 없고 뼈 뒷쪽에 붙은 얇은 막을 제거해 주었어요.
예전에 급하게 요리할 적에 그냥 만든 적이 있는데 못먹을 정도로 질기지 않으니, 귀찮으면 막 제거는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작년, 아니 이젠 재작년이군요 :-)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 자신에게 사주었던 안스탄트 팟이 간단 바베큐 요리에 필수요소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진짜 바베큐 만드는 노력의 10분의 1도 안되는 노력으로 진짜 바베큐 맛의 9할 이상은 따라가는 요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
들어가는 재료는 단 하나, 사과쥬스 한 병!
인스탄트 팟 뚜껑을 열어놓은 채 끓이기 (saute) 기능을 선택합니다.
다른 모든 기능은 뚜껑을 닫아야 작동하지만, 끓이기 기능은 반대로 뚜껑을 열어둔 상태에서만 작동합니다.
기본 시간 설정이 30분으로 되어 있지만 그렇게 오래 끓이지는 않을거예요.
사과쥬스가 뜨거워져서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등갈비를 잠기도록 넣어줍니다.
등갈비가 길쭉하니까 반으로 잘라서 넣으면 고기가 구겨지지 않고 쥬스에 잠기게 됩니다.
뜨거운 쥬스에 등갈비를 넣은 다음에는 끓이기 기능을 취소하고, 이번에는 고기/스튜 요리 기능을 선택합니다.
기본 설정은 35분 이지만, 32분으로 시간을 줄여주어요.
32분이 지나면 고기가 이렇게 잘 익게 됩니다.
사과쥬스의 풍미가 고기에 스며들어 마치 히코리 스모크 향과 비슷한 맛과 향을 냅니다.
다 익은 고기는 너무 연해서 자칫하면 부스러지기 쉬우니 조심조심 집게로 꺼내서 오븐 용기에 옮겨 담아요.
시판 바베큐 소스를 듬뿍 뿌려서 오븐에 넣고 화씨 400도 (섭씨 200도) 에 10분간 굽습니다.
이 과정은 바베큐 소스가 더욱 농축되면서 고기에 스며들게 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고기의 표면을 쫄깃하게 만드는 과정이므로, 위를 덮지 말고 오븐에 넣어야 합니다.
오븐에서 꺼낸 직후에는 먹기 바빠서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리고, 다음날 찍으니 기름이 굳어서 참 맛없어 보이는군요 :-(
하지만, 정말로 진짜로 확실하게 맛있고 간편한 요리이니 인스탄트 팟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꼭 한 번 만들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쑥과마눌 님, 보고 계시오? 대중소에게, 그리고 삼식님께도 만들어 주시란 말이오!)
지난 번 글에서 호평을 받았던 수플레 치즈 케익...
하이보 라고 하는 중국 여인은 베이커리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우리끼리 모임만 있으면 별별 화려찬란한 케익을 만들어 오곤 합니다.
한국 드라마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그러다보니 한국 사람들도 무척 좋아해서 저와 아주 쉽게 친구가 되었어요.
어쩌다 두콩이 님까지 셋이서 모여서 이야기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그 때 마다 한국말은 듣기에 참 좋은 소리라며 좋아하기까지 하죠 :-)
암튼, 그 하이보가 만든 수플레 치즈 케익은 저희집 아이들과 두콩님네 두 콩이들도 모두 좋아해서 또 만들어 달라며 엄마를 졸라대었어요.
방학이라 시간도 많으니 한 번 도전해보자!
도저~~~~~~~~~~~~~언!
두콩님에게서 카카오톡이 왔어요.
오늘 처음 만든 것은 차마 보여줄 수 없대요.
다음번에 잘 만들어지면 제게도 나누어 주겠대요.
저도 답톡을 했어요.
시행착오를 통해 열심히 배우자! 하고요... ㅠ.ㅠ
치즈케익 스승님인 하이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제 실패작 사진도 보냈더니 - 그 친구 덕분에 위챗 이라는 중국버전 카카오톡을 사용해보기도 하네요 :-)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뉴욕 치즈 케익과는 달리 수플레 치즈 케익은 계란과 우유가 많이 들어가서 반죽이 섬세하기 때문에 non-stick 팬으로 구우면 제대로 부풀어 오르질 않는다고 해요.
그냥 가장 심플한 알루미늄 팬을 사용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