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톡 약간 썰렁해진 상황에 의무감으로 떠들어볼까하다
그것도 맘이 썩 내키지 않아 개기다 여러분들이 계신 걸 보고
밀린 구라를 풀어볼까 합니다.ㅎ
제가 스무 살부터 술을 쳐드시기 시작하면서
36~37년 간 술을 끊어 본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그것도 8개월 정도 (병이 나서^^)
이런 식으로 모든 식재료는 안주로 보이고
반주를 아주 좋아합니다.
삽겹살과 회는 소주 없으면 넘어가질 않습니다.ㅎ
참이슬만 줄창 마셔대는 독거노인입니다.
그 날도 학꽁치 횟밥을 시켜 참이슬을 한 병 부어주시고
집에 고이 들어와 운동복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가 4키로 열라 뛰어주고
집 앞에 딱 들어섰는데 집 들어오는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머릿 속이 정말 하얗게 비워졌더군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놈의 비번이 오만 데 다 있으니
쇼핑부터 메일, 하다못해 도서관 책 대출에도
가장 중요한 건 집구석 비번인데 내 머리를 너무 믿었습니다.
비번을 찾아내려고 계단과 씨름을 했습니다.
집안에서는 아새끼들이 짖어대고
시간이 흐르니 얘들도 공포에 절었는지 짖질 않습니다.
비번을 기억해냈으나 하도 누르는 바람에 에러가 걸렸습니다.
헬스장이 9시에 문을 닫았으니 저녁 9시 부터 새벽 2시까지
그랬습니다. 참담했습니다. 이건 사람이 아니야
저주을 퍼붓었습니다. 저에게
중간에 기사 부를려고 전화하니 여긴 시골이라 내일 아침에 가능하답니다.
2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축구 보고 이제사 통화가 되었다고 끙
20분 기다리니 오셨습니다.
6개월도 안된 거 드릴로 박살내고 새 것으로 갈고
집 안에 들어와 젤 먼저 한 일이 소주 2병 주방에 있는 것
하수구에 다 부었습니다.
술이였습니다. 내게 항상 발목을 잡는 게 사람이 아니고
술을 마시는 나 자신이였다는 것
혼자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하는 게 알콜중독입니다.
20대 남자애들 떼거지로 몰고 다니면서 술 잘 마시는 게 그때는 권력이였습니다.
물론 술값내는 놈이 짱땡이지만 ㅎ
술은 술집에서 먹어야 제 맛이라고
집에 술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경주살이에 재미을 부치면서 소주 세 병씩 사다 재놓은 겁니다.
울엄니 눈치 볼 일도 없고 ㅎ
2017년 제가 대학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138권 입니다.
여기서 30%는 다 못보고 걸로 봐도
상당한 양의 책을 봤습니다.
종횡무진 날아다녔지요.
2018년에도 80여권은 될 겁니다.
문제는 기억이 안난다는 것
백날 봐도 다 새 나간 거지요.
술이 얼마나 일상으로 들어와 있는지 장날 장 볼 때 서성이는 절 봅니다.
새우 버터구이 캬~~ 소주 한 잔?
미쳤지, 결국 풀떼기만 사 옵니다.
이제사 안주와 반찬 구분을 합니다.
오십 지나고 세상 한 숨 돌릴 때 토지를 다시 보겠다고 맘 속에 쟁겨놨습니다.
술도 끊겠다고 다짐했으니 ㅎㅎ
김윤식 선생의 토지 분석 해설집을 먼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손 떨리게 시작합니다.
술이 빠진 밥상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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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살이, 경주의 겨울은 숨을 안 쉬는 것같습니다.
일하던 곳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봄까지 가겠나싶었습니다. ㅎ
세상 속으로 기웃거려야 할 상황이 또 왔습니다.
할 일이 없는 겁니다. 일자리가 없습니다.
칼국수집 서빙도 안됩니다. 나이가 많은데다 살짝 부담스런 먹물끼때문에
번번이 짤립니다. ㅎㅎ
호텔 많은 관광도시 경주, 룸메이드 일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 배운 일이어요.
호텔 5성급 이런데는 안 갑니다. 손이 너무 많이 가기 때문에
적당히 3성급, 객실 5~60개
여인들이 많은 곳은 대체로 일이 힘든 것보다 신경전이 더 피곤합니다.
적당히 4~5명
호텔 룸메이드 일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혼자 하는 일이라
저같이 쓸데없이 부지런하고 싸가지 없고
사람에게 휘둘리는 일 엄청시리 피곤해하는 저한데는 딱 적당합니다.
물론 중노동입니다. 노동에 인이 박힌 분들과는 비교불가입니다.
1월 설 앞에 객실이 안 팔려 이번 주는 5일 쉬고 이틀 일하고
이틀만 일해서 먹고 살면 아주 굿입니다.
여기는 배달의 민족도 오지않는 지역이고 ㅎ
외식도 잘 안합니다.(맛이 없는 관계로^^)
지출이 절로 줄어듭니다.ㅎ
저의 금주가 얼마나 갈 지 두고봐 주십시요.
오늘이 5일차 입니다. ㅎㅎㅎ
자꾸 술안주를 만들라고 해서 되도록
요며칠 주방 근처를 안 가려고 합니다. ㅎㅎ
저의 경주살이는 길고 가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