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개님이 돼지님께 문안드립니다 .”
“ 기분도 꿀꿀하고 비도 오고 어째 족발이나 삼겹살에 시원하게 ?” 라는 문자에 “ 동족상잔의 비극이지 않을까 ?” 라는 답이 오가더니 , 퇴근 후 삼겹살집에 자리 잡은 날 .
그사이 경남도지사라는 분은 “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 말을 남겼다는 소식이 들리더라 .
이런저런 푸념이 한 순배 도는 중에 ‘ 교육부가 파면을 요청했네 .’ 라는 얘길 누군가 했고 ,
‘ 그게 더 문제야 , 여태 사표내지 않았다는 거잖아 , 우리나라 공무원처럼 조직보호 논리가 강한데서 사표 안내고 파면 요청이란 게 말이 돼 ? 가벼운 징계거나 소송 가겠다는 건데 , 이정도 사안에 그 정도 조직부담은 충분히 짊어지겠다는 관료내부의 침묵 없이 가능한 얘기가 아니지 . 그 얘긴 고위관료 내부는 같은 생각 , 이심전심이라는 거야 . 최고위층 눈 밖에만 안 나면 된다 .’
‘ 그런데 실수든 뭐든 문제를 일으키고 왜 그만두지 않는 거야 ? 정치든 도의적이든 관리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 참 희한해 ’
‘ 그게 일종의 의리라는 거야 . 최고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전술이기도 하고 . 내 눈 밖에만 안 나면 다 봐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지 . 조직이나 전체 이익 따위는 진짜 개나 줘버린 검은 의리 .’ 하는 민망한 얘기들이 이어졌다 .
#2
한낮의 창경궁이다 .
일요일 K 와 아점을 먹고 H 씨와 창경궁을 거닐었다 .
뜨거운 햇볕에 몇 발짝 못가 그늘 찾기를 반복했지만 한가하니 땀 값을 한 시간이었다 .
특히 통명전에서 마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았다 .
왕의 생활공간이자 연회를 열던 곳이었다는데
,
신분제 사회 , 그 최 정점 왕이 머물던 통명전 기둥에 기대어 다리 펴고 앉아 있는 , 나는 뭘까 ?
이른 듯한 7 월 볕에 한껏 취했다 돌아온 저녁상이다 .
처음엔 얌전히 차려냈다 . 묵은 동치미 무 꺼내 찬물에 담갔다가 채 썰어 힘껏 짜내고 다진마늘과 고춧가루 들기름 두르고 조물조물 . 상추등 쌈채도 내고 모양은 안나왔지만 달걀부침까지 얌천한 차림이었다 .
그러나 딱 한 숟가락 뜨고 나서
양푼을 가져다 이렇게 비빔밥에 상추쌈 , 마당쇠의 여름밥상이 되었다 .
이런걸 보면 내 밥상에는 신분제가 있는 것도 같다 . 그런데 난 이런 밥상이 좋다 .
여름날 열불 나는 이런 저런 뉴스들에 너무 열 내지 마시라고
이런 밥상이 좋은 분들 come on!
마당쇠의 양푼 밥을 먹고 출출해 만들어 먹은 부침개
가지 , 호박 , 당근 , 부추 , 고추를 넣고 반죽했다 .
과장 없이 진심 맛있었다 . 내 입맛에는 .
밀가루와 도토리가루를 반반 ( 비율은 탄력있게 ) 씩 넣고 계란 ( 이건 취향대로 ) 도 하나 풀고 우유로 반죽했다 .( 우유로만 반죽하는 이유는 도토리 거친맛을 좀 부드럽게 해주는 것 같아서다 ) 도토리가루를 넣고 반죽하면 식어도 밀가루로만 했을 때보다 먹을 만하다 . 살짝 나는 도토리 향이 뜨거울 때보다 식었을 때 더 좋기도 하다 . 이런 부침개에 시원한 맥주 한잔하며 시원한 주말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