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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잔소리 “살면서 뭔가 고비거들랑 - 즐거운 상상을 해, 희망이라는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 조회수 : 7,940 | 추천수 : 21
작성일 : 2011-07-21 11:18:23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걱정과 염려를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더 많이 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삶이 불안하기에 근거 없는 낙관을 경계하는 걸 거다.
하지만 걱정과 염려에 매달린다고 길이 보이는 건 아니다.
길은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실행할 때 열린다.”

부쩍 날카로워졌고 그 날카로움에 스스로 무뎌지고 지친 듯 보이는 고3, 아이의 여름방학이 안타깝다.

도서관서 저녁 먹으러 온 K에게 차려 준 집 밥이다.




두부와 감자, 호박, 양파를 넣고 끓인 고추장찌개.




샐러리와 풋고추, 브로컬리를 다진 마늘 넣고 올리브기름에 살짝 볶았다.
후추와 소금으로 간하고 돌나물은 양념간장에 조금 심심하게 따로 무쳐 얹었다.
이런 저런 야채로 만든 샐러드쯤 되겠다.




깻잎, 콩잎, 취, 장아찌 3종 세트. 한 접시에 담아.






근대 무침, 부추 무침





----------------------------------------------------------------------------------------


K에게


고비라는 말을 사전을 찾아보니
“일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대목. 또는 막다른 절정.”이라고 나오더구나.
한자말인줄 알았는데 한자말도 아니고.

일요일 학교 가는 길에
“E.T하는 앞으로 4주가 고비다. 체력도 그렇고 더위 때문에 더 힘들고, 성적은 맘대로 안 나오고 할 건 많고…….”
라며 ‘힘들고 어려울수록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무의식 속 두려움’에 관해 얘기 했던 거 기억하니?

아마도 모든 대입수험생에게 여름 한 달은 수험생활의 최대 고비일거다.
고비란 말 그대로 ‘어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대목’이다.
그 고비를 탁~하고 넘으면 ‘질의 변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사실은 ‘질의 변화’ 때문에 고비를 넘겨야 하는 거지.

잔소리 같겠지만 네가 이 여름 고비를 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몇 가지 적는다.
알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연습되지 않으면 네 것이 아니니 좀 더 신경 써서 실행해보도록 해.

우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야. 운동이 쉽지 않겠지만 방학동안만이라도 해보렴.
다음은 명상인데,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들 숨~ 날 숨~’ 하며 크게 심호흡을 해 봐.
그냥 너의 하루가 짜증나지 않길 바라며 다섯 번만 크게 숨을 쉬어 봐. 하루가 훨씬 가벼워 질 거야.
그리고 안 풀리는 문제가 있거들랑 짜증내지 말고 상상을 해. 문제와 풀이를 몽땅 외워서 상상을 하는 거야.
수능 시험장에 앉아 있는 너 그리고 바로 네가 못 풀어 힘들어했던 문제가 그대로 나온 거야.
외운 대로 문제를 풀고 있는 너와 정답에 마킹하는 너의 손끝을 상상해 봐.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상상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또 너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힘이 숨어 있다고 해.
믿고 상상해보렴. 네가 힘들어하고 헤맸던 수학문제 하나씩 매일 상상해 봐.
그 문제 때문에 주눅 들고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상상대로 안 된다 해도 백 문제 넘게 외우고 머릿속에서 풀어본 건 남잖아.

K야!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고비를 넘어보자.
인생의 고비란 지리산 종주할 때 넘었던 수많은 고개와 능선 같은 거란다.
한 고개 넘으면 또 다른 능선이 기다리고 있지만 결국 발아래 있고
돌아보면 못 보았던 풍경이 보이듯 한 고비 넘을 때마다 삶이 다르게 보이고
그동안 몰랐던 걸 깨닫게 되는 게 삶의 고비란다.

덥다. 아주 많이.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걸 귀찮아하지 말고 건강 챙기렴.
희망도 두려움도 다 네 안에 있는 거야. 희망도 네가 만들고 두려움도 스스로 만드는 거지.
너 말고 감히 누가 너에게 두려움을 심을 수 있겠니? 희망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좋은 생각, 즐거운 상상을 해봐.
왠지 모르게 꿀꿀하고 질척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무의식이라도 내가 피하고 싶은 게 있나?’ 하는 생각으로 널 돌아보렴.
두려움이나 걱정, 염려 따위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게 아닌지?
그래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조차 바닥난 건 아닌지 돌아보렴.
그리고 희망이라는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봐. 희망은 가능성이란다.
그 희망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 봐. 그러면 걱정과 염려는 놔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널 볼 수 있을 거야.

오늘도 행복하렴!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즐거운 상상하기 정말 꼭 해봐. 매일매일.
2011년 너의 여름이 조금 덜 더워질 거야.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호호아줌마
    '11.7.21 12:18 PM

    희망~~ 모든 수험생들에게 주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집 재수생을 비롯해....
    이렇게 훌륭한 식성을 가진 자녀 분은 이 무더위 잘 이기고
    엄마가 주는 자양분 같은 글을 보며 또 한고비 잘 넘으리라 생각해요
    더불어 모든 수험생 자녀를 둔 우리 엄마들도 잘 먹고 힘내요~~
    아자 아자~~ 빠샤!!!!

  • 2. 루도비까
    '11.7.21 12:45 PM

    모든 수험생여러분
    그 가족모두 파이팅!!!

  • 3. 은우
    '11.7.21 4:08 PM

    이런 밥상에 이런 편지 받으면 희망이 막 생길거 같아요^^

  • 4. candy
    '11.7.21 4:38 PM

    고추장찌개...남편이 참 좋아하는데.오늘 저녁 메뉴로...^^

  • 5. jasmine
    '11.7.21 6:09 PM

    요즘 이런 채식 밥상을 받아 달게 먹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고기가 하나도 없네요....
    아이 식성이 저보다 훌륭합니다. 이런 음식을 집에서 장만하시는 어른들도 대단하시고요.

  • 6. 너를위해
    '11.7.21 10:17 PM

    너무 멋진 글과 요리!!!!!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대단하세요^^

  • 7. 수제비
    '11.7.22 7:03 AM

    수험생도 아니고..
    수험생을 둔 엄마도 아닌데...
    혼자..
    홀로..
    감동먹고..
    용기내서..
    활기차게..
    오늘하루..
    멋지게 시작해 봅니다..

    오후님 감사합니다. 글 읽는동안 마음이 새로워졌습니다.
    내일이면 백일인 아들내미 늦은 나이에 얻어 허리가 휘며 부모됨, 사람됨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배우다 하루하루 지쳐가다.. 백일의 기적을 맞으며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는데..
    삶을 깨닳을 기회도 점점 얻지 못하며 분주하기만 하던 시간이었던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 8. 오후에
    '11.7.22 9:26 AM

    호호아줌마님//모든 수험생 부모님들 잘 먹고 힘냅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지않겠습니까? 이 여름 부모의 고비 잘 넘기자고요. 아자!!! 아자!!! 그댁도 여름 잘 나시길...

    루도비까님//예... 모든 수험생과 가족 화이팅입니다.

    은우님//희망이 막은 몰라도 잠시나마 편안해지고 자신을 챙길수 있길 기대하며 썼습니다.

    candy님//저도 고추장 찌개 좋아합니다. 근데 저개 술안주나 해장으로 더 좋아 문제라는...ㅋㅋ

    jasmine님//그냥 어릴때부터 고기없는 밥상을 받아버릇해서 좀 먹는 편입니다. 뭐랄까... 고기는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음식쯤으로 아는 것 같아요. 그래도 피자같은거 먹고 싶다고 시켜 먹자고 하기도 하고 저 혼자 있을땐 혼자 시켜 먹기도 하던데요.

    수제비님//여기 대전은 밤새 비가 왔어요... 그런데 수제비님 닉을 보니 갑자기 감자수제비가 마구 떠오르며 아침에 수제비 먹을걸... 하는 생각이 나지 뭡니까... 죄송!!
    더위에 백일 아기때문에 많이 힘드시겠어요. 힘이 되셨다니 고맚습니다.
    수제비님도 이 여름 좋은생각, 즐거운 상상들로 지켜가는 마음 추스리시고 잘 넘기시길 바랍니다.

  • 9. T
    '11.7.24 2:06 PM - 삭제된댓글

    K에게 보내는 편지가..
    어쩜 저에게도 이리 박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10. 오후에
    '11.7.26 9:27 AM

    T님//어느분이 그러시더군요... 중년의 깨달음은 좀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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