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11 월요일의 아침밥상>
오늘은 우리 막내...
예본이 귀 빠진 날입니다.
제가 요즘 몸이 좀 안좋고 해서..
(이 이야기는 저 아래에 할께요)
그냥 가장 간단하게 딱 미역국에 불고기만 하려다가...
요 며칠 컨디션이 부쩍 좋아지고,
다시 예전처럼 몸도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참 고마운 일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생일상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식 몇가지를
좀 일찍 일어나서 후다닥 하고서 준비를 해 봅니다.
돌이켜보니, 10년도 훨씬 더 지났네요.
이 더운 여름 날...
이녀석 낳고 집에서 힘들게 땀 뻘뻘 흘려가며
부엌에 서서 미역국 한 냄비 끓이던 옛 기억이 납니다.
그 때에는 이미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 혼자 스스로 산후조리를 했었지요.
생일이니 생선부터 한마리 구워봅니다.
큼직한 부세조기 입니다.
일부러 기왕이면 큼직한 놈으로 한마리 장만해서
이렇게 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워서 올렸어요.
예전부터, 제가 어릴적에도..
늘 어머니께서 제 생일이면 이렇게 생선 한마리 꼭 구워서 올려주셨듯이...
오늘은 세월이 이렇게 또 흐르고 흘러서
이제는 제 아들녀석의 생일날 이니까요.
우리 어머니에게 받았던 그 소박한 정성 가득 깃들였던 아침밥상을
제가 또 엄마가 되어서 이렇게 준비를 하는거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
이렇게 미역국 한 냄비 가득 끓였고요.
살아있는 개조개 4마리 얼른 껍질에서 떼어 내어서
먹기에 좋게 이렇게 잘게 다져 넣었습니다.
개조개는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는 것보다
이렇게 잘게 다져 넣을수록
더 조개자체에서 진하게 다시가 많이 우러나니까요.

그리고 또 빠질 수 없는것이 바로 이 잡채...
당면을 제외한 재료들을 먼저 모두 볶아서 섞고,
마지막으로 당면도 보들보들하게 양념해서 볶아 냈지요.

한 여름에는 잡채가 금새 쉬어버리기 쉬우니,
한 김 날아가서 뜨끈한 기가 빠져 버리자마자
얼른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어야 해요.
그러면 이런 무더운 날이라도
사흘 정도는 변질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언제 곁들여 내어도 입안에서 고소하게 퍼지면서 살살 녹는듯한
친근하고도 맛있는 감자사라다도
기왕 버무리는 것 좀 푸짐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도,
찬 김치냉장고 안에서 3~4일은 가니까요.

어차피 열기 앞에서 한번 만들어 놓는 것,
이렇게 좀 넉넉하게 준비해 놓으면
제 몸과 입맛도 모두 며칠동안 같이 호강을 하지요.
고소한 맛이 가득 퍼지도록
집에서 만든 마요네즈도 좀 넉넉히 넣고
건포도도 한 줌 같이 넣어서 버무렸답니다.

한 여름에 감자사라다 만들적에는
이렇게 건포도 조금 같이 넣어서 버무려 내는 것이
하나씩 씹힐 때마다 짱하고 퍼지는 말린포도의 새콤달콤한 그 맛이
지쳐있는 입맛을 한층 더 살려 주니까요.

아이들은 언제나 고기반찬을 좋아하니,
이렇게 쇠고기도 좀 구워서 내고...

고기와 같이 곁들여 먹도록
간단한 오이 샐러드 정도도 한 접시 준비했답니다.

예본이까지 포함해서 우리 가족 4사람이 모두 잘 먹으려면...
일단은 맛이 순해야 합니다.
막내인 예본이는 김치 정도는 이제 즐길 정도가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빨갛고 자극적인 매운맛 음식은
아직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번씩 용기를 내어서 매운 찜 같은 것을 먹게 되면
입안에 불이 난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영 꾀병 부리는 것은 아닌데,
아직도 어른 입맛으로 가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빨간 음식이라면 기겁을 하던 녀석이..
이렇게 서서히 변해가는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김치를 젓가락으로 훌쩍훌쩍 집어서 먹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예쁘고 흐뭇하지요.
별것 아닌것도 대견하고 참 멋있게만 보이는...
이런 것이 바로 이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일껍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도록,
고춧가루 적당하게 개어 넣어서
얼큰하면서도 살짝 달큰하게
어제 냉동실에 손질해서 넣어 둔 닭 한마리를 꺼내어
닭부터 먼저 푹 고아서는
나머지 재료들도 속까지 양념이 잘 배도록 폭 익혀
이렇게 닭도리탕을 한 냄비 만들었지요.
닭은 영계닭을 썼습니다.
오히려 큰 닭보다 영계닭을 이렇게 토막내어 닭도리탕을 만들어 놓으면
퍽퍽살도 적고, 닭살 부분도 두껍지 않아서
얼큰한 저 양념이 닭 속까지 정말 맛있게 쏙쏙 잘 배이면서 맛있게 익지요.

그리고 상 차리기 직전에
얼른 한 접시 만든것이 바로 해파리 냉채.
이번에 양장피를 하려고 했는데,
해파리냉채를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예인이의 강력한 주장으로..
결국은 이렇게 해파리냉채를 한 접시 만들어 냅니다.
얼마전에 시험치느라 고생도 많았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이렇게 내어주면
그 날 아침은 집을 나서는 얼굴빛까지 훨씬 밝으니까요.
저도 예전에 그랬기에..
이런 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요.
예인이가 월, 목요일은 선도부 활동때문에
학교에 일찍 가야하는데
하필이면 딱 오늘이 월요일이니...
늘 월요일 목요일 아침은
예인이가 더 일찍 학교에 가야하는지라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아침을 차려 먹어야 하는 날입니다.
일단 해파리도 살짝 데쳐내고
새콤달콤하게 양념에 버무려 놓고,
새우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준비를 해 두고,
또 나머지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들 꺼내어서
얼른 모두 총총총 채를 썰어서 접시에 올리고...
밥 차려내기 전에 이렇게 마음이 급하다보니
따로 해파리냉채를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했네요.
이렇게 차려낸 오늘 아침밥상입니다.
조기 큼직하게 한 마리 지글지글 기름에 꼬시게 구워 낸 것과
간단하게 오이만 얇게 저미듯이 썰어 준비해서는
간장 등을 넣고 만든 오리엔탈 드레싱 살짝 뿌려준 오이샐러드 한 접시를 이렇게 올리고...

오늘은 달달한 고전적인 불고기 양념 대신에,
마늘과 다른 몇가지 향신료, 소금, 버터로 간 맞춰 구워낸
구수한 감칠맛 도는 쇠고기 구이로 만들어서는
이렇게 접시에 푸짐하게 덜어서 냅니다.

잡채 한 접시.
방금 만들어 뜨끈할 적에 많이 먹도록 푸짐하게 담았어요.

고춧가루를 약하게 넣었지만
그래도 양념에서 나오는 얼큰한 맛과 향이
기분좋게 적당히 매캐하도록 살짝 느껴지는 닭도리탕.
닭볶음탕이라도 해야 더 바른 표현 같지만..
왠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께서
예전...살아 생전에 쓰시던 이런 음식을 일컽는 표현들이
제 마음에는 더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오늘 제가 이 닭도리탕을 만들때에...
옛 생각을 많이 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 하면서 만들었거든요...

그리고 김치 한 접시와
그 옆에는 고소한 감자사라다 한 접시예요.
감자사라다는 냉장고에서 꺼내어 숟가락 들고서 맛 보기 시작하기만 해도...
밥 없이도 맛있게 입 안에서 목으로 뱃속으로
얼마나 술술 잘만 넘어 오는지...

접시에 만들자마자 찍은 사진은 없는데
상 위에 올려서 먹기 직전에
소스까지 다 뿌려놓은 이 사진은 한 장 남아 있었네요.
겨자소스 골고루 무쳐 먹아보면 코끝이 찡 하다가
어쩌다 소스가 왕창 버무려진 해파리를 한 젓가락 먹게 되면
어쩔때에는 머릿끝까지 쭈뼛쭈뼛 하기도 하지만...
그 톡 쏘는 달콤매콤한 겨자향이 입맛을 확 살려주지요.
그게 늘 이 해파리냉채를 또 찾게되는 매력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밥솥 열어서 갓 지은 뜨끈한 밥 한공기 넉넉하게 푸고...
조개 넣고 끓인 맑고 시원한 미역국도 한 사발씩
이렇게 각자의 자리 앞에 두었답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역시 이열치열 참 좋다며 땀 뻘뻘 흘려가며...
국과 밥 한공기 모두 깨끗하게 다 비우게 되지요.

실은 얼마 전...
작은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아직도 생생하고 며칠 전 같은데...
벌써 몇 주가 지났네요.
도로 주행중에 졸음운전 중이던 운전자가
뒤에서 우리 차를 박았고...
우리 가족 4사람 중 다행이 운전중이던 남편과
뒷좌석에 누워 잠들어 있던 아들은 이상이 없었고요.
그런데 조수석에 있던 저와
뒷좌석에 앉아있던 예인이는 좀 후유증이 있었습니다.
오랜세월 잘 몰았던 우리 차는 폐차가 되었지요.
한동안 앉아도 누워도 여기저기가 많이 불편했지만,
물리치료 받으면서 그 덕분에 호전이 된 것도 같고요.
평소에 멀쩡하던 곳 여기저기가 아프니
다른 방법이 없어서 물리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저는 물리치료 받던 내내...많이 불편하더군요.
차라리 목이나 허리의 아픔은 그래도 참을 수 있을 듯 한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내내 얼마나 심하던지요.
이렇게 저처럼 작은 사고 이후에 두통으로 오래 고생하셔본 분들이 계신다면...
아마 그 괴로움을 잘 아실껍니다.
잘 아는 내과선생님께도 가 봤지만..
교통사고 당시 목의 충격으로 오게된 두통인지라
치료 받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고요.
머리가 너무나 아파서...
컴퓨터 앞에도 앉아있기가 힘들었답니다.
저에게 맞지 않는 물리치료는 끝을 내고...
얼마전부터
다시 새벽운동을 시작했답니다.
깊이 편하게 잘 수는 없지만
늘 하던대로 똑같이...밤에는 일찍 잠들고
다음날 이른 새벽에 눈을 뜨게 되지요.
그런데 늘 마찬가지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또 그렇게
두통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파오니...
운동 나가고 싶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날리가 없었겠지요.
한 2~3일 전부터...
늦은 저녁에도 운동을 하고,
이른 새벽..다시 예전처럼 걷기를 합니다.
그런데 정말...신기하게도...
점점 몸이 다시 회복됨을 느낍니다.
물리적인 치료, 약의 힘을 빌어도
늘 개운치 못하고 전전긍긍 하던 몸이...
머릿속이 맑아지고
하루종일 괴롭게만 느껴지던 두통이 영 사그라드네요.
오늘 새벽에도...
예본이 생일상 준비를 하려니 마음은 조금 급했지만
한 30분 정도만 빠른걸음으로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샤워를 마치고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부엌에 들어서고 나니
음식 준비를 하는 내내,
참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