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쌈 싸먹고 대는 그냥 먹고 꽃은 비빔국수에 얹었다.
열무김치 비빔국수에 명이 꽃.
여러 가지 나물 넣고 큰 솥에 비벼 청경채 꽃 얹은 꽃 밥…….



-----------------------------------------------------------------------------------
K에게
살다가 만약 누군가 네게 부탁을 하거들랑,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 주렴.
귀 기울여 얘기라도 들어주렴.
설사 네게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주렴.
범죄거나 너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부도덕한 일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들어주렴.
누군가의 간절한 부탁이라면 더더욱 들어주렴.
늘 널 좋아하고 너와 뜻이 맞는 사람들하고만 살수는 없다.
너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하는 걸 배운다.’ 여기고
그들의 말에 집중하고 들어보렴.
부탁을 들어줄 때는
바라는 것 없이 들어주어라.
대가 없이, 그리고 부탁을 들어준 행동조차 잊어라.
누군가 부탁을 해오면
항상 살펴라. 너 자신부터 너와 네 주위부터.
혹여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주진 않았는지,
혹여 내 것만 챙긴 것은 아닌지.
상대의 부탁과 고통은 뒤로 하고
잘잘못을 따지거나 손익 계산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책임만 묻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렴.
현재에 집중해서 상황과 문제를 보는 것과 해결은 다른 거란다.
삶이란, 황당한 부탁과 손해 보는 일들과 마주하기가 다반사란다.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바로 빈 그릇을 설거지 하듯 흘려보내라.
절대 마음에 담지 말고.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