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나가 커피 한 잔 하면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느니, 봄 마중을 나갔느니 근사한 호들갑을 떨기엔 아직 많이 추웠지만 말이에요.
있는 반찬에 또 한 끼 얼렁뚱땅 때울 요량이었는데,
비바람에 어깨가 으슬으슬 떨리는 게...
갑자기 엄마가 끓여주시던 뜨끈하고, 얼큰하고...시원한 오징어국 생각이 나는 겁니다.
저희 친정엄마는 마른 오징어를 식재료로 잘 사용하세요.
마른 오징어를 죽죽 찢거나, 송송 잘라서...
국도 끓이고.. 꽈리고추랑 볶기도 하고, 고들빼기 무치는 데 넣어 김치를 담그기도 하시고 말이죠.
엄마 맛 그리워 가끔 마른 오징어로 반찬을 하면,
강원도 남자인 남편은 기겁을 하면서 너무 낯설어 하더라구요. 특히 국으로 끓이면.
마른 오징어는 없고...그냥 물오징어 한 마리 사다 끓일 요량으로 마트에 갔습니다.
(마른 오징어랑 그냥 생물 오징어랑 국 끓이면 같은 듯 많이 달라요.)
오징어 한 마리만 살 생각으로 주머니에 5,000원 짜리 하나 들고 갔습니다.
오징어...요즘 비싸죠? 3,000원에 한 마리 샀어요..
저녁 세일시간이라 봄 나물 한 팩 1,000원 들이를 3팩에 2,000원 게릴라 세일하더라구요.
돗나물, 느타리, 마늘순...세 팩을 골라 샀습니다.
결국 가져간 돈 다 썼네요. 만원 가지고 나갔으면 또 거기에 맞게 다 썼을 거예요. ^^;;;
(원래는 오징어 한 마리 사고, 문방구에 들러 아들 수수깡 사다주기로 했었는데...우리 아들 울었어요.☞☜)
언젠가 [맹물 육수로 끓이는 국 best 10] 뭐 이런 제목으로 포스팅 올려 보는 게 목표입니다.
키하평 회장으로 원대한 사명감을 가지고,부푼 꿈을 꾸고 있다는.....(키하평회원들의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바쁜 직장맘들과 저 같은 헐랭이들과...요리 초보들...을 위해서. ^^
살다 살다..이제 멸치 육수까지 번거롭고, 귀찮아질 줄이야!! 꽃가루마냥 인간미 폴폴 날리지 않습묘? ㅋㅋ
옥당지 남편은 언제나 옥당지에게 묻습니다...숨 쉬는 건 안 귀찮느냐고....
(우리 집은 백미 아니면 안돼요. 몇 번 잡곡 시도했다가..엄청난 저항을 받았다는...)
마늘순, 원추리, 쪽파...다 같은 방법, 비슷한 맛으로 파래김 넣어 무치면 아주 맛있습니다.
저 채들과 파래김의 어울림이 정말 좋거든요.
(파,마늘도 필요없구요. 그저 고추가루, 소금, 참기름..김가루, 고추가루 빼고 순하게 무치셔도 좋아요.)
왜 그렇게 부끄러운 게 많은 지 모르겠어요...음식하고 사진 찍고..하는 것도 식구들이 보는 게 부끄러워요. ^^;;
그래서 부엌 싱크대에서 만들고 찍고..다 해요.
근사한 세간살이도 없지만..전 다른 분들처럼 멋진 사진은 영원히 올리지 못할 듯이요.
상차림이라고 해 놔봤자...
짝 안 맞는 수저세트며...낡은 식탁이며, 촌스런 벽지며...묵은 세월 때가 절은 싱크대 이음새며..
멀리 아웃포커싱으로 날려도 뚜렷하게 보이는 두루마리 화장지며..
어찌나 그렇게 리얼 그 자체인지...화면 오른 쪽 상단에 060 사랑의 성금 전화번호가 붙을 것 같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