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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커피-아침풍경, 아리랑-고전읽기

| 조회수 : 8,076 | 추천수 : 32
작성일 : 2011-02-21 13:38:27


커피 먹고 싶다는 H씨 말에,
“가위, 바위, 보?” 하며 주먹 쥔 손을 K 앞으로 쭉 내밀었다.
동그랗게 눈을 뜬 K는 “난 안 먹어.”라며 헤실헤실 웃는다.
‘자기 시키지 말라’ 는 뜻인 줄 알지만 모른 척 뻗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넌 아침 준비 안했잖아”라는 H씨 말에 “알았어.” 선선히 대답하고
빈 그릇 개수대에 가져가더니 ‘(모두) 커피?’하고 주문까지 받는다.

“아빠는 진하게 엄마는 연하게”하는 주문이 끝나고
K가 내려온 아메리카노 두 잔.

말린고구마줄기와 시금치, 마늘순무침, 김으로 식사를 끝내고
햇살가득한 거실에서 커피를 마셨다.
느릿느릿 독서실 갈 채비하는 K에게, “태백산맥은 다 읽었니?” 묻자 “아직” 한다.
바닥에 태백산맥 마지막 권 책날개가 100여 페이지 남아에 접혀있다.






개학을 앞둔 K에게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 12권 전집을 선물했다.
작년 추석 지나고 태백산맥 10권을 주며 ‘틈틈이 읽어라’ 했더니,
당부를 아주 잊지는 않았는지 그래도 5개월여 만에 마지막 권을 보고 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이렇게 3부작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든 책이라고 생각해.
1학기 중에 아리랑 읽고 여름방학과 2학기 때 한강 읽으면 수능 전에 다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훌륭한 고3을 보내게 되는 거지. 어때?”라고 하자. 알았다 대답한다.

내친김에 대학 때 한 번 더 읽고 나중에 서른 넘어서 한 번 더 읽어보라고 하자
헤헤 거리며 이것도 ‘알았다.’는 시늉을 한다.

‘웬일이래? 늘 싫어, 왜를 달고 살더니’ 하며 살짝 놀리고 싶었으나 꾹 눌러 참았다.
문학이나 역사가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통찰력을 키운다면 조정래의 3부작은
소설로서 개별군상을, 역사로서 삶을 보고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란 평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보고 느끼고 깨달아야 하는 즐거움이기에. 깨달음이 없다면 그저 그런 대하소설일 뿐 일 테니…….

“뒤로 갈수록 슬프지 않아?”라는 말에
“처음부터 슬펐어!” 한다.
“그래 슬픈 역사지.”라고만 하고 말았다.




양념간장에 머무린 마늘순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ndy
    '11.2.21 2:02 PM

    마늘순이 나왔군요~
    어제 다녀온 한정식집에도 이 반찬이 나와서 즐거웠던 기억이...^^

  • 2. 오후에
    '11.2.21 2:18 PM

    candy님// 벌써 드셨네요. 마늘순 때문에 즐거운 외식이었겠습니다.

  • 3. 옥당지
    '11.2.21 3:11 PM

    아! 마늘순이다....이거 김 부셔서 무쳐도 아주 별미인데.
    마늘순 찾으러 시장엘 나가야겠네요. ^^

    전 우연히 헌책방에서 싸게?? 구입한 김동리 단편선을 다시 읽게 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문지사 한국문학전집...1권부터 시작했다는. 나이들어 다시 읽는 고전! 좋네요. ^^

  • 4. 백세만세
    '11.2.21 6:13 PM

    고3 되는 저희 딸도 지난 여름방학에 아리랑 열두권 읽었는데요.
    1권 읽고는 저에게 그러더군요.
    "엄마! 여기 나오는 사람들 언제까지 고생해?"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 5. 불면증
    '11.2.21 8:07 PM

    ㅍㅎㅎㅎㅎㅎ 고생 ㅋㅋㅋㅋㅋㅋ
    저도 고딩때 여름마다 붙들고 읽었다지요.
    땀을 삐질대며 읽다보면, 어느새 방학이 끝나가던 기억이 나네요.

  • 6. 망고조아
    '11.2.21 9:38 PM

    밥 비벼 먹고 싶네요.

    오후에님, 음식과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 하나 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저 해외배송을 해서라도 사겠습니다. ^^
    진솔한 마음들이 담긴 삶의 소소한 이야기가 주는 잔재미..억지로 웃기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참 맘에 와닿습니다. 저도 좀 배워야 할텐데요. ^^

  • 7. 나무
    '11.2.21 10:04 PM

    읽으란다고 읽는 자식도 있고 좋으시겠어요. ㅠ.ㅠ
    우리집녀석한테 그랬다간.. 방구석에서 먼지만 폴폴 날릴텐데...
    커피까지 타주고 ...완전 염장 OTL

    맨마지막 마늘순.. 참 보드랍고 촉촉해보이고 마구마구 먹고싶어져요.
    마늘밭에 새순들이 저리 마이 컸네요....늘 그러하듯이..
    오늘도 풀밭구경 감사 ㅎㅎㅎ

  • 8. 딸기엄마
    '11.2.21 11:00 PM

    글이 항상 정적이어서 넘 좋아요~^^
    저 정갈한 반찬두..
    또 식탁(상)도 너무 좋아요~^^

  • 9. 가브리엘라
    '11.2.21 11:16 PM

    맞아요.. 마늘순에 김부셔넣고 넣고 무쳐먹으면 정말 맛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렇게 먹으지 몇십년이 된거같아요.
    그냥은 무쳐먹은적은 있지만 김넣고 무친건 결혼하기전 엄마가 무쳐준 기억만 있네요.
    낼 시장나가면 찾아봐야겠어요.
    잃어버릴뻔했던 맛을 찾은 느낌입니다.

  • 10. 옥수수콩
    '11.2.22 12:35 AM

    커다란 잔에 담긴 커피를 보며 드는 생각...
    염상진이 호수에 돌을 던지며 상념에 잠기는 장면...
    역사는.....어느 사상도 영원히 중심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를 물리친 사회주의는 또 어떤 비판을 받고 역사의 중심에서 물러날 것인가...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태백산맥이 너무 반가워서...중얼중얼....

  • 11. 밥통
    '11.2.22 9:29 AM

    조정래선생님 책들,,,
    너무슬픈 우리의 역사,,
    제일 좋아하는 작가이자 책들입니다.
    다시한번 읽고싶어지네요

  • 12. 오후에
    '11.2.22 11:09 AM

    옥당지님//김부셔서... 그렇군요. 한번 해봐야겠네요.

    백세만세님//지금까지라는 님의 대답이 심오하십니다. 벌써 읽히셨군요. 중3, 고1, 고2 겨울방학때 하나씩 읽히리라 맘 먹었던건데 어쩌다보니 전 늦었습니다.

    불면증님//고딩때 방학마다 붙들고 있었다니 부럽...

    망고조아님//ㅎㅎ 어쩌죠 책내면 망고조아님만 사실듯한데... 공감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나무님//커피는 백만년만의 서비스였답니다. 뭐 안 읽으면 내가 보지 하는 심정으로 사줬는데 그래도 간간히 들춰보더군요.

    딸기엄마님//정적이어서 전 좀 지루하고 심심한데... 좋아해주시니 용기얻네요.

    가브리엘라님//김부셔넣고 무치는 게 엄마의 맛인가봅니다. 마늘순 드시면 인증샷 한장부탁드립니다. ㅋㅋ

    옥수수콩님//와~ 염상진의 상념신을 기억하시다니... 총총한 기억력 부럽습니다. 전 모든게 뒤죽박죽 긴가민가합니다. 태백산맥 언제나 반가운 책이죠. 말나온김에 한번 더 읽어볼까요? ㅎㅎ

    밥통님//올봄은 태백산맥과 함께...... 태백산맥 한권한권나올때마다 기다려 밤새 읽던 때가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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