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김장을 담지 못했습니다.
테니스엘보로 왼팔이 아파 주저하다가 그만 시간이 지나갔지요.
대학에 간 딸아이가 방학을 해서 집에 오면 담아 볼까도 했었지만
12월이 되니 또 분주해져서 담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남편이 총각김치가 먹고싶다고 하네요.
저도 불현듯 총각김치가 먹고 싶어져서 Flushing에 장을 보러가서
한국장을 세 군데를 돌아 가장 좋은 알타리무우를 사왔어요.
저는 뉴욕에 사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차로 20마일만 달리면
한국장이 한 곳도 아닌 여러 군데가 있지요. 뉴욕으로 이사오기 전
미네소타에 살 때는 60마일을 운전해서 가도 겨우 작은 한국마켓이
한 군데 밖에 없어서 사올 물건도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며칠 전엔 Snow Storm Warning 일기예보를 보고 굉장한 눈이 또
오는 건가 했는데 다행히도 10인치 (25센치미터) 정도밖에 안내렸어요.
남편과 아들, 딸이 준비운동을 단단히 하고 눈을 치웠답니다.
남편 왈, 올 겨울 눈은 아이들이 집에 와 있는 동안 다 내려야
한다고 합니다. 큰 아이 혼자 거의 대부분의 눈을 치우고 있으니까요.
방학중인 아이들을 위해 특히 큰아이가 좋아하는 캘리롤과 우동을 점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찌나들 맛있게 잘 먹는 지 가슴이 찡하고 뿌듯합니다.
또 디저트로는 식혜를 내었지요.
자취하는 큰 아인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못자고 공부에만
매달렸거든요. 지난 가을 학기에는 무려 네 달동안이나 하루에
두 시간 밖에 못자는 날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에미인 제 마음이 어찌나 안스러웠는지...
딸아이가 6킬로그램이나 되는 알타리무를 잘 다듬어 주어
수월하게 준비했지만 절이고 나니 부피가 절반으로 준 것 같네요.
어찌나 허무한 지...그래도 지난 가을 백야드 텃밭에서 직접 농사 짓고
말린 태양초로 만든 고추가루로 총각김치를 담아서 기대 만빵입니다.
어서 잘 익어서 보리밥에 척 얹어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