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낙엽지고요. 바람 불고요. 그대의 핼쓱한 얼굴이 날 보고 있네요.
창밖에는 눈 오고요. 바람 불고요. 그대의 창백한 얼굴이 날 보고 있네요.
아직도 창 밖에는 바람 불고요......비 오고요....
제가 젊은 시절 좋아하던 송창식씨의 노래 가사인데 오늘 비오고 바람 불고 낙엽지는 이 밤에 딱 어울리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좀 쓸쓸한 곡조이긴 하지만 송창식씨가 부르면 참 멋스러운 그런 노래이기도 한 것 같고 말이죠.
어제 저녁 밥상부터~~~
저녁은 되도록 아침에 차린 것 위주로 간단하게 먹는 밥상이지만 늘어놓는 버릇은 여전하군요.
돌아가신 큰 스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중에 모두가 놀음이라.. 익힌 습이 그게 무서운 거라... 그러셨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서의 습이란... 습관과 비슷한 의미인데 사람 모든 행동이 자기가 익힌 습에 따라 나타나기에 어떤 습을 익힐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그런 의미셨던 것 같아요. 전 반찬 쫙 깔아놓고 먹는 습인가 봅니다.
어제 저녁엔 따로 한 것은 없고 더덕만 껍질 까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어요.. 하기도 귀찮고 그렇게 먹으면 더덕 향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어 좋거든요.

아침에 김치 넣고 지진 고등어 지짐~

향긋한 생 더덕...... 아삭아삭하니 씹으면 단맛도 느껴지고 약간은 쌉싸름한 맛도 느껴지고 사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간이 더해져서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재료 마다에 고유의 간이 있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되는데 우리가 익힌 간 때문에 더 맛있다고 느껴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먹던 꽃게찌개, 조개탕도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총출동 바겐세일 행사에 들어갔어요.

순두부 우거지찜~

아..콩나물이 아주 조금 있길래 렌지에 살짝 삶아서 무쳤어요...
냄비에 삶는 것보다는 안 좋지만 그래도 조금 간단하게 해 먹고 싶을 땐 렌지에 물 하나도 안 붓고 익혀서 양념해서 먹어도 먹을만 하답니다.

그렇게 어제 저녁을 해결하고 오늘 아침을 준비합니다.
미니 새송이버섯을 곱게 편썰기로 썰어서 참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볶습니다.

그런 다음에 홈메이드 맛소금, 깨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먹으면 되니깐 아주 간단한 버섯볶음인 셈입니다.
양파나 파프리카랑 같이 볶아도 씹히는 질감이랑 색상이 더욱 좋으니 그렇게 활용하셔도 좋을 거구요.

시금치도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가 빼 낼 정도로 파릇하게 데쳐서 무칠 거에요.

아침 밥을 준비하다 보니 맛탕도 좀 만들어서 막내 간식으로 친구들이랑 먹도록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지금 얼마나 초긴장 상태이겠어요? 고3 교실이요..이럴 땐 달달한 것을 좀 먹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작은 미니 냄비에 기름 넉넉히 넣고...
이 기름 지금 3번째 기름 같아요.... 기름 여과기에 넣어 둔 기름에 새 기름 조금 붓고 다시 씁니다.

한번 튀겨내고... 잔여 설탕이랑 같이 넣어서 센불에서 설탕 녹여주면서 실이 생기도록 해주면 되는 간편맛탕~~~
뭐든 해보지 않으면 겁이 나지만.... 일단 음식이나 간식도 길을 들여놓으면 일도 아니거든요..

맛탕 한 냄비 세척해서 다시 무나물도 만들고...

북어 보푸라기에도 양념을 해줍니다.
고추기름만들고 남은 건더기, 다진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일회용 장갑을 끼고 고루 잘 버무린 다음에...

그냥 먹어도 좋지만 이렇게 프라이팬에 한번 볶으면 훨씬 고소한 북어보푸라기가 된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그냥 무친 북어 보푸라기보다도 맛있게 먹는 듯 해요.

북어 보푸라기 해 놓은 다음에 그 프라이팬 세척해서 이번에는 궁중 떡볶이를 좀 해야겠어요.
막내가 좋아하니깐..... 떡볶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자주 해주게 되지요.
오늘은 냉동실에 불고기 재워둔 것이 없네요..그래도 걱정 없어요.
금방 불고기 양념해서 만들어주면 되니까요.
고기에 불고기 갖은 양념, 청주도 넣어서 하고요..

버섯, 양파 링, 청-홍고추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주었어요.
이런 부재료는 각자 냉장고에 있는 재료중에서 골라 쓰시면 될 거구요.
가정에서 만드는 음식만큼 자유로운 것이 있을까요? 이 넘이 없다면 저 넘을 넣어도 암시랑토 안커든요...(이 사투리 어디 사투리인가요.. 표기는 맞는 것인지... 궁금)

고기부터 달달 볶다가....

야채랑 버섯 섞어서 볶아주고....

그런 다음에 한번 데쳐서 말랑하게 만들어 놓은 떡을 넣어주면 됩니다.


간장 대신에 엿장으로 간을 맞추고.... 깨소금, 참기름만 넣으시면 되는데
좀 더 단 맛이 좋아요..하시는 분은 물엿이나 올리고당, 매실액을 넣으시고요.
엿장 만들 때 맛을 내는 재료가 이미 들어가 있으므로 엿장 하나만 만들어두어도 바쁜 식사준비시간에 얼마나 요긴한지 모릅니다.


조기 한 마리 굽고... 상이 다 차려졌어요.

백김치도 새로 꺼내서 썰어놓고..... 노란 속대가 참 먹음직스럽죠?
맛도 좋아요.
댓글에 소국님이 레시피 물어보셔서 친절하게 링크 걸어둡니다... ㅎㅎ
백김치 담그기 포스팅 :: http://blog.naver.com/hwa1875/120095058729

이번에 조기도 간이 딱 맞게 절여져서 구우니 보들보들 살 발려먹는 재미가 나네요.

궁중 떡볶이...
막내는 사실 간장으로 맛을 낸 것보다 고추장 떡볶이를 더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렇게도 해주면 곧잘 먹습니다.

아까 파랗게 데쳐서 무친 시금치 나물~


맛탕도 이만큼 덜어서 상에도 놔주었어요..
아무래도 금방 했을 때가 더 맛이 좋으니깐 맛 보고 가라고요..

어제 저녁에 날로 먹었으니 오늘은 더덕양념구이 좀 해볼까 하다 시간이 안 되길래 그냥 생더덕과 초고추장 꺼냈구요.

북어 보푸라기도 먹을만 해요.....
이 북어 보푸라기는 삼색으로도 많이 하지요..그냥 소금으로, 간장, 고추가루로 이렇게요...

어제 렌지에 익힌 콩나물나물과 오늘 아침 렌지에 멸치와 포도씨유를 넣고 돌려서 엿장으로 버무린 멸치볶음..
렌지가 엄청 활약하는 것 같네요... 두 반찬을 보니깐...

그러고 보니 오늘은 비벼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콩나물, 시금치, 무 나물..이렇게 나물만 세가지니까요...



간편하게 볶기만 해서 소금이나 엿장으로 무치기만 해도 좋은 버섯 반찬도 참 좋습니다.

매일 매일 밥상을 준비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 이야기를 올리고 어찌 보면 참 성가신 일이기도 하고 때론 이제 그만 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저에겐 살아가는 이유 하나쯤은 되어 주기에 기를 쓰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모르겠어요.. 이걸 놔버리면 무너질까봐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