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도시락 챙겨들고 부리나케 나서는데 K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어디야?”
“가는 중, 한 20분만 기다려…….”
“아니 졸려 좀 자다 짐 챙길게”
“그래! 그럼 1시까지 학교 주차장으로 나와”
‘애고 몇 시에 잤기에 졸리다 하는 건지…….’ 끌끌 혀를 찼지만 한편 여유로워졌다.
다시 집에 들어가 아이 마실 차도 준비하고 가는 길에 나 먹을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며
눈부신 가을 하늘과 단풍든 가로수를 만끽하며 아이 학교에 갔다.
시간이 좀 일러 잠시 기다리다 1시, 시간 맞춰 K에게 전화했다.
자겠다는 녀석이 들뜬 목소리로 받는다. 옆에선 깔깔거리는 아이들 목소리도 들리고.
“아빠 왔어. 일어났어?”
“나 지금 나와 있어. 어딘데?”
“주차장”
“알았어. 갈게” 하는 짧은 통화 후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는 K가 보인다.
보기엔 발걸음도 가벼워 보이고 환한 웃음으로 가을볕인양 다가온다.
“잔다더니, 안 잤어?” 하고 묻자
“잠깐 자다 어떻게 깼어. 배고파 먹을 거 없어.”
“없을 리 없지, 자~”하며 도시락 내밀자
“뭐야?”라며 열어 보더니 “와우~” 감탄사를 터트린다.
“두부소스 연어 샐러드와 해물 밥. 너 좋아하는 홍합이랑 우렁이 넣은 단호박 밥”
“맛있어. 연어가 참치 같아 근데 단호박은 딱딱해” 하기에
“단호박 너무 찌면 흐물거릴까봐 굽듯이 쪄서 그럴 거야. 그래도 익긴 익었을 걸”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 뜨끔했다. 급한 마음에 젓가락이 들어가기에 꺼냈는데 속이 설익은 모양이다.
밥이야 익혀서 넣은 거니 문제 될게 없지만 ‘맛있다’며 단호박까지 다 먹는 상상을 했건만
꼭 뭔가 이렇게 틀어지더라.
부스럭거리며 도시락을 먹는 것 같더니 조용하다.
자동차 룸미러로 보니 어느새 머리를 창에 기대고 자고 있다.
입까지 벌린 채 하얀 얼굴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자동차 속도를 줄였다.
신호 다 받아가며 천천히 도착해서도 잠에서 못 깨기에
“어젠 몇 시에 잤는데 그래?” 하니
“11시” 한다.
아마도 거짓말일 거다.
11시면 기숙사 롤콜도 끝나지 않은 시간에 잤을 리가 없다.
아프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찍 자라고 성화인 애비의 물음이 귀찮아서 대충한 대답일거다.
하긴 나도 아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디냐’는 물음에 ‘가는 중’이라고.
이제 출발한다고 하면 배고프다며 학교에서 점심 먹을까봐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알게 모르게 악의든 선의든 사람들은 몇 분마다 거짓말을 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퇴근 한 H씨와 작은 공원 단풍든 나무 그늘 아래 앉았다.
H씨용으로 맨밥만 넣은 단호박 밥에 감탄 하던 H씨 바로 ‘싱겁다’ 한다.
‘단호박은 설익어 먹기 힘들다’ 한다.
난 먹을 만 하드만……. 이럴 땐 하얀 거짓말이 아쉽다.


- 단호박 해물 밥
홍합과 우렁이 다져 소금 간한 밥과 잘 섞은 다음 속 파낸 단호박에 채웠다.
밥을 채우고 새우와 우렁이로 모양내 보주시고 후추와 함초도 살짝 뿌리고 찜기에 쪘다.
너무 익히면 단호박 모양이 상할까 싶어 굽듯이 쪘더니 설익었다는 원성을 들었다.



- 두부소스 연어 샐러드
새싹, 미니파프리카, 상추, 양배추 등 샐러드용 채소를 씻어 놓고
후라이팬에 연어 한조각 겉면만 살짝 익혔 썰었다.
드레싱은 두부 반의 반모 정도와 양파 반 개에
적당량의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함초, 소금을 넣고 한꺼번에 갈았다.




- 이것저것 되는대로 채소와 남은 두부소스에 키위 넣고 다시 갈아 만든 샐러드와 된장찌개가 있는 토요일 저녁상
- 일요일 아침의 방울토마토, 생밤, 은행, 말린 블루베리, 키위에 역시 같은 소스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