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켠이 싸한 기분도 들고 그러네요... 요즘 이상하게도 마음이 붕 떠 있어요.
그래서 어제 오후엔 마음도 가라앉힐 겸 해서 도서관에 콕 박혀 있다 왔습니다. 저마다 마음을 다스리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전 꼭 보고 싶은 영화를 혼자 영화관에서 보거나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 읽기도 하고 때론 미술관에 가서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편안하고 차분해진 저를 되찾게 되곤 하거든요. 물론 친구나 맘에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건... 조금은 제가 안정을 되찾은 다음에 가능한 일인 것 같거든요.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있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러면 그냥 집에 갈까 싶기도 하지만..... 만화를 보기도 하고... 요리책을 뒤적이기도 하고 미술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림감상을 하면 기분전환도 되고 머리를 잠시 쉬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도움이 되곤 합니다.
어제도 꽤 오래 있었는데.... 저녁에 올 무렵엔 어찌나 집중도 잘 되고 책 읽는 것이 재미나던지... 집에 오기 싫더군요.
어제 잠시 쉴 때 요리책을 보면서.... 낼 아침은 뭘 할까도 궁리하면서 요리책을 보았어요.
전 요리책을 볼 때 그냥 절로 이 생각 저 생각이 들거든요.
이 메뉴는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이 요리엔 이 재료말고 집에 있는 다른 재료로 변형시켜도 좋겠는 걸... 뭐 이런...등등...
저에게 자주 묻는 질문중 하나가 식사 준비시간이 얼마나..... 인데... 대략 1시간이 평균치이고... 최대치는 2시간 반(엄청 신경쓰는 날)... 최소치는 15분에서 30분가량(엄청 간단하게 차리는 날)일 거에요.
근데 사실 일하는 시간보다는 뭘 할까 궁리하느라 우물쭈물 시간을 보내는 경우 많지 않으신가요?
전 만약 전날 저녁 TV보면서...또는 설거지하면서 대충 아침 메뉴론 뭘 해야겠다.... 머리속에 구상을 해 놓곤 해요.
국물은 뭘로..메인은 뭘로..반찬을 어떤 걸 하면 되겠다.. 있는 반찬이 콩나물 무침이라면 그것과는 다른 뭘 하면 좋을까... 부지런지 짱구를 돌리며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그리고 반복되지 않는 조리법이나 재료 등등을 스캔하면서 메뉴를 짜 놓으면 그 다음에 쫙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젠 요리책 보면서 메뉴를 대충 짜 놓았지요.
고기요리로는 햄을 이용한 햄스테이크, 그리고 삼치를 이용해서 삼치구이조림을 하면 메인으로 되겠고.... 조개사다 해감해 놓은 걸로 조개국을 끓이면 되겠군... 뭐 이런 식으로요.
엊그제 야간에 마트에 가서 저녁 할인품목(생선, 조개같은 당일식품)도 몇개 사면서 요런 햄이 보이길래 신기해서 샀거든요.
딱 한 장짜리 햄..첨 봤어요..저야 햄같은 것 잘 안 사니깐....
그리고 냉장고 정리하다 보니깐 유통기한이 데드라인에 걸린 소시지도 있더라구요. 아마 부대찌개 끓인다고 사 놓은 것인가 봐요.

햄에 사선으로 잔 칼집을 넣어.... 프라이팬에 굽습니다.

소시지에도 칼집을 깊숙이 넣어서 같이 구웠어요.

모시조개 한 팩, 생합 한 팩... 할인가로 사서.... 소금물에 해감시켜 놓은 조개입니다.
물을 넣어 입이 벌어지도록만 팔팔 끓인 다음에..

해감을 다 시켰지만 불순물이 나오죠? 거품도 제거하고.....

이렇게 스텐 체에 밭쳐 놓고... 끓였던 냄비는 박박 씻습니다.
냄비 가장자리가 지저분하거든요....
깨끗하게 씻은 냄비에 조개 국물 윗물만 따라 내어 붓고 조개살은 건져 놓았어요.
조개는 오래 끓이면 질기거든요.

삼치 한 마리도 할인가에 사서... 포를 떠 소금간 해 놓았는데 삼치포에 감자전분칠을 양쪽에 해 놓습니다.
밀가루로 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노릇 구워 주세요.
살 부분이 바닥에 가도록 먼저 익히시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생선이나 고기를 구우실 때는 자꾸 뒤집는 것보다는 한쪽 면이 완전하게 익을 동안 그냥 내비두는 것이 좋답니다.
자꾸 손대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구워지고 있을 테니깐 믿잖구요.... ㅎㅎ

이렇게 꾹꾹 눌러주시면 더 좋겠지요?
바닥면이 고루 잘 익을테니까요.

자 한쪽면이 이렇게 노릇하게 익걸랑 이제 뒤집으세요.
다른 쪽도 노릇하게 익히시고 난 다음에 접시에 꺼내 놓고 조림장을 끓이다 구운 생선을 넣어 조릴 거에요.
물론 구운 생선을 그래도 먹어도 좋지만 조림장 소스로 맛을 내면 훨씬 풍미를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팬을 완전히 닦아내고..... 연근도 구웠는데 실수를 했어요.
생선과 햄을 굽기 전에 연근부터 구웠어야 했는데 연근에서 잡다한 냄새가 났답니다.. 앗 실수~~~
하지만 괜찮아요. 이렇게 실수를 해야..담에는 그런 일이 없을테니까요...
실수는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다양한 실수를 통해 얻는것도 많으니 너무 자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ㅎㅎ

그나마..연근이 냄새를 흡수했는지..그 다음에 구운 새송이 버섯에선 냄새가 별로 안 났답니다.
새송이 버섯은 들기름에 구웠어요.

햄 스테이크 소스입니다.
새송이 버섯까지 굽고 난 다음에 새송이 버섯채와 양파를 볶은 것하고.... 스테이크 소스 2, 케찹1 , 그리고 올리고당1정도를 섞은 거에요. 간편하게 만들지만 괜찮은 맛을 내는 간편 스테이크 소스입니다.

그리곤 삼치를 조릴 조림장 소스도 끓입니다.
간장 2: 청주 2: 설탕 1.5: 맛술 1.5: 생강즙 (또는 생강 약간)을 넣은 조림소스 입니다.

전 그냥 생강채를 곱게 썰어서 조림소스에 넣고 끓였어요.
요새 햇생강이 좋아서 요리에 이용하면 좋습니다. 특히 생선이나 돼지고기에 생강은 아주 잘 어울리거든요.

구운 삼치를 넣고 윤기나게 졸여줍니다.

조개국물만 팔팔 끓이다가 양파, 청-홍고추도 넣어 간을 맞추고...한 소큼 끓인 다음에 조개랑 대파를 넣어 마무리 하시면 되고요.

뚝딱 뚝딱 차려졌네요. 오늘 아침은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준비한 밥상입니다.

어묵조림과 데친 꼬막은 어제 해 놓은 거구요.

고기모듬 요리입니다.
버섯양파소스를 올린 햄 스테이그와 소시지, 불고기 이렇게 모듬고기로 담았어요.
버섯양파 소스 위에는 올린 건... 마늘편을 구운 거에요.
아까 버섯 구운 다음에 마늘편도 노릇하게 구웠거든요.

삼치데리야끼입니다.
위에는 역시 생강채를 곱게 채썰어서 고명처럼 올린 거구요.

이건 이번에 오대산에 사온 배추로 담근 김치.... 그냥 얻어온 무청까지 함께 버무렸더니 김치가 푸르죽죽합니다.
시골 김치처럼요....

조개국과 개인으로 할당된 순두부..양념간장 찍어 먹었어요.
부드러운 순두부 이렇게 먹어도 좋아요.
왜 두부전문식당에 가면 꼭 이렇게 연두부를 먼저 에피타이저로 내놓잖아요.

모시조개보다는 생합이 참 맛이 좋지요... 조개중에 으뜸인 맛 같아요. 대합이 좋긴 한데 너무 비싸죠?

이것도 어제 해 놓은 콩나물무침...뻘겋게 고춧가루 넣어 무친 것보다 담백하니 고소하니 콩나물맛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 반찬.... 소박하지만 이런 것이 건강에 더 좋은 반찬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에겐 고기 반찬이 진리겠지만요...

오늘 야채와 버섯을 그냥 날로 구워서 소스에 찍어 먹도록 준비했는데요... 이것도 참 좋은 방법이지요.
연근 구이....

새송이 들기름구이..

벌써 아이들이 바쁘게 수저통을 가지고 와서 움직입니다....

소스 4총사.....
발사믹 조림소스, 땅콩버터, 칠리소스, 그리고 머스터드 소스...

요즘은 발사믹 조린 소스도 사서 먹을 수 있어 좋더군요...
이거 제대로 졸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은 소시지를 소스에 찍어 먹고...

이건 양념간장... 꼬막도 찍어 먹고..... 그리고 순두부에도 넣어 먹었어요.

제가 한 건 뭐든지 맛있다는 어머니.....
오늘은 이 삼치데리야끼가 참 맛있다 하시네요... 어떻게 졸였는지 너무 맛있다 ..... 그러시면서 달게 드셨어요.

물김치 오늘도 한 그릇 가득 담겨서 먹었는데요.
배나 사과를 듬뿍 넣었는데..배, 사과를 먹어보니 아무 맛이 나질 않아요.
국물에 단맛을 모두 빼앗겨 버렸나봐요.
그걸 보고 있자니.... 괜스레 부모란 자리가 저런 것이 아닐지.... 싶습니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빈 껍데기가 되는 그런 부모의 자리말이죠...
전 지금 딱... 중간 자리인 것 같아요... 자식이면서 부모의 중간자리... 그 자리에서 부모의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새송이버섯이나 연근뿐만 아니라.. 호박, 단호박, 감자, 고구마, 우엉..모두 이렇게 구워서 여러가지 소스를 곁들여 먹어도 참 좋겠지요? 두부마요네즈 소스나 두부쌈장도 좋을 것 같고요.

주말 아침...이지만 얼릉 먹고 막내는 이제 얼마 남지 않는 수능을 대비하러 학교로 떠나고.....
요즘 새로운 일을 맡은 남편은 나흘만에 오늘 저녁 늦게사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낼 아침 밥상을 뭘 준비해야 할지.. 벌써 제 머리가 분주합니다.
모두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