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씨를 두 번이나 뿌렸었고 모종을 심은 배추도 자리 잡는데 오래 걸렸었다.
그래도 10월 들어 부쩍부쩍 크긴 했지만 아직 부실한데
날은 추워지고



<게으른 주인에게 시위라도 하듯 비실비실 자잘하니 더디 자라는 무, 배추>


<이제 알이 차기 시작한 총각무, 잎 색이 비리비리하다.>
<역시 왠지 실해보이지 않는 쪽파>

<넌 어디서 왔니? 붉은 갓 사이의 청 갓, 너 누구니.>

<고구마 캐고 뿌린 시금치 싹이 났다. 이건 한 없이 반갑다.>



<눈을 돌리니 통통하게 속이 찬 남의 밭 배추, 무 보인다.>
<어쩜, 저리 잘 키웠을까! 부러워지니 내 것이 더 찌질 해 보인다.>


<그래도 무청 한 줌 꺾었다. 우거지 지져야겠다.>


<여름 지나 팽개쳐둔 깨는 어느 새 꽃을 피웠었다.>
<꽃대 채 따다 튀겨도 먹고 볶아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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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치 마라
부러워 마라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큰다.’는
밭작물조차 비교하고 부러우면
내 것은 한 없이 초라하고 작아 보이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자식이야!
견주고 부러워지면
저 무, 배추 고마움 모르게 되니 그러지 마라.
탐스러운 것에 잠시 눈길 갈 수 있지만
행여 내 새끼와 비교치 마라.
꽃인들 본래부터 예뻤으랴.
다 마음에 비교하니
이쁘고 잘 나 뵈는 게지.
날은 추워지는데
채 못 자란 저것들 속은 오죽하랴
제 딴에도 급해져 동동거리리니.
다 때 되면 자랄 만큼 자라고
속 차리니
비교치 마라
부러워 마라
남보다
크고
잘 나길 바라는 것도
견주는 것이니
행여 마음에 담지 마라.
*프리님 글에 감사하며 - 두 번째 화살
비교하고 탐하는 것이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씨 뿌릴 때를 놓치고 남들보다 자주 가 돌보지 못해 생장이 늦은 걸 보고 속상해 하는 것이 첫번째 화살이었다면 남의 것과 비교하고 부러워하니 농약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더 속상해지는 것이 두번째 화살을 맞는 어리석음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