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요. 그녀는 정말 날개만 안달렸을 뿐 천사입니다. 착하고, 여리고,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가는 아이예요. 애엄마한테 아이, 막 이런다. -_- 직장 다니면서 아기
키우는 거 보면 참 대견하고, 존경스럽기까지.
그런데, 이 친구가 김밥을 만들줄 모른다네요. 이 친구도 82cook 왕팬. 후배를 위해
김밥 완전 정복기를 올려주기로 약속했어요. ^^ 직장 다니면서 낳아준 것만도
고마운데, 손수 김밥까지 싸주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이 진정 아름답습니다!
가을이라 소풍이다 운동회다 김밥 싸야할 일이 심심찮게 있을 듯하여, 황망한 와중에
기어이 시간을 내어 올려봅니다. 진짜 성은이 망극하겠다. ㅋ (셔틀 포기했단다.)
오늘은 김밥만 올리고 후딱 물러갈게요. 사진 찍어 놓은 거, 특히 82cook 언니 동생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정보가 많은데, 그것은 다음 번에.

김밥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밥짓기죠. 평소 보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밥알이 잘 펴지고,
묻어나지 않아요. 밥이 질면 썰때도 칼에 자꾸 묻어나서 김밥 모양이 찌그러지죠. 평소
보다 물을 적게 잡고 다시마 두어개를 넣어 밥을 지어줍니다.
저는 보통 전날 밤 재료를 다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에 일어나면 밥짓고 계란지단
부치고, 햄 굽는 일만 합니다. 재료 준비와 음식하기를 나눠서 하면 많은 양을 할때 지겨워
지거나 힘들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어요.
밥은 해서 식혀야 하기 때문에 눈 비비고 일어나 제일 먼자 쿠쿠야 놀자.
쿠쿠 김초밥용으로 취사 버튼 눌렀습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걍밥할 때 그대로 두고 취사
눌러서 종종 밥이 꼬들꼬들해 낭패 본다는. 주방용 건망증.

김밥 쌀 때는 항상 오뎅국물도 같이 끓여요. 황태머리, 대파뿌리, 멸치, 다시마 넣어 팔팔
끓여줍니다. 원래 다시팩을 이용하는데, 선거 때문에 몇달 정신줄 놓은 사이 바닥을
드러냈어요. 주방에 항상 상비되어 있는 건 마트 갈때 마다 꼭 빼놓고 오더라구요. 마트
갈땐 구입 용품 1호였는데, 마트 한바퀴 돌고나면 머리 속엔 이미 우리집 주방 서랍에
들어가 있죠. 주방용 건망증 2.

김밥용 단무지는 한번 사면 다 못 먹잖아요. 이렇게 밀폐용기 안에 넣어뒀다가 씁니다.
전 당근도 미리 썰어서 단무지 촛물에 같이 넣어놔요. 김밥 한번 말때 당근 한개가 통째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서 꼭 남으니까요.
당근은 기름에 볶는 게 비타민 흡수율을 높여준다지만, 아시는 분은 알죠? 저 익힌 당근은
절대 안 먹습니다! 그런데, 그걸 엄마가 알고 계셨던 걸까요?

밥 앉히고 나면 바로 계란 지단 부칩니다. 여러번 말아 두툼하게 부친 후, 저렇게 종이
호일로 단단히 눌러놔요. 기름기도 빠지고 모양도 각이 잡히거든요. 계란 지단은 식은 후
썰어야 부서지지 않고 잘 썰리는 건 아시죠? 저래놓고 다른 재료 기웃거리기.

오이는 굵은 소금으로 박박 문질러 씻어 6등분 합니다. 김밥 재료는 네모져야 서로 잘
붙기 때문에 가운데 씨 부분은 살짝 저며주고, 오이 가장자리도 살짝 저며내 줘요. 너무
뾰족뾰족 하면 재료들 사이에 틈이 생기니까요.
이것도 전날 밤에 미리 해서 랩에 감아놔요. 왜 랩에 감아놓냐하면, 지금 사진에서 봐도
오이가 휘잖아요. 살때 가능한 반듯한 걸로 고르려 하지만, 제 입맛에 맞는 오이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휜 오이들이 대부분. 그런데 잘라서 랩으로 싸놓고 하루밤 자고
나면 아주 반듯하게 펴집니다.

역시 전날 밤에 미리 썰어둔 햄을 달걀지단 부친 팬에 기름 더 두르지 않고 그대로 구워
줘요. 전 저렇게 줄 맞춰서 한면씩 굴려 줍니다. 나란히 나란히. 그냥 휘휘 저어 구우면
햄도 이리저리 휘거든요. 반듯하게 한면씩 옆으로 굴려주기.

재료가 준비되었어요. 게맛살이나 크래미도 전날 미리 썰어둡니다. 2등분 해요. 전 장조림
할때 김밥 쌀 때를 대비해서 쭉쭉 찢어넣지 않고 덩어리 채 조려요.
결 방향대로 저렇게 썰어주면 각이 잡힙니다.

자, 가장 중요한 밥입니다. 밥솥에서 밥을 꺼내면 가능한 넓게 펴서 살살 흩어 가며 간을
해야 해요. 저는 도가 터서 밥양을 보고 식초, 설탕, 소금 비율을 4 대 3 대 1 정도로 휙휙
뿌려 넣어주는데, 초보는 그러다 큰일 납니다. 어느 누군가는 식초절임 김밥을 또 어느
누군가는 소금덩어리를 먹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미리 초밥용 촛물을 준비해 두심 넘 넘 간편해요. 할때마다 맛이 달라지지 않고.
냄비에 식초 설탕 소금을 4 대 4대 1로 넣고, 다시마도 한장 넣어 타지 않게 약한 불로
녹여줘요. 설탕과 소금이 다 녹으면 레몬즙 살짝 뿌려줍니다. 이걸 밥 한공기(김밥 한줄)에
2 티스푼 정도 넣어주면 적당해요.

모든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말기에 들어가야죠? 맛난 재료 애써 준비해뒀다가 말기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최대한 안 터지고 잘 말고 써는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먼저 고르게 밥을 잘 펴주는 게 중요해요. 김밥 말때는 반드시 위생비닐장갑 끼고 하세요.
밥 펴주기 할 때부터. 그래야 밥알이 손에 붙지 않고 잘 펴져요. 나중에 김도 손에 붙지
않구요. 어느 한쪽이 뭉치지 않게, 골고루 같은 두께로 잘 펴줘야 나중에 썰때 한번에 쓱
잘 썰리고, 모양도 이쁘죠.
밥알이 너무 많으면 재료 맛이 잘 안나니까 최대한 얇게 김이 남는 곳이 없도록 깔아줘요.
이때 김이 찢어졌거나 구멍나 있으면 썰때 터져 버릴 수 있으니 김 한장 정도는 땜빵
용으로 옆에 두고 적당한 크기로 찢어서 구멍을 메꾸고 밥을 깔아줘요.

재료는 밥 깔린 면적을 반으로 나눠 하프라인 안쪽에 차곡 차곡 쌓아줍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올린 것 같지만 여기에도 비결이 있어요. 부드러운 건 안쪽 그러니까
제 몸 쪽에, 단단한 건 바깥 쪽.
그렇게 두고, 안쪽 김발을 양 엄지손가락으로 힘주어 재료를 덮으면서 양쪽 네 손가락
끝은 단단한 재료들을 힘차게 말아 쥐어주는 거죠. 그렇게 재료를 단단히 덮고 나면 왼손
으로 바깥 쪽 김밥을 당기면서 오른손으로 꾹꾹 눌러 말아 주는 거예요. 이해가 되었으려나...
제가 동영상은 내공이 안되어... ^^;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전 재료를 준비할 때부터 가능한 김밥 길이에 맞춰서 준비하고
마트에서 원재료 살때도 햄, 맛살, 오이 모두 김밥 길이 고려해서 골라요.
그렇게 김밥을 만 후에는 손가락으로 밥을 꼭꼭 밀어넣어 주세요. 그럼, 김밥 끄트머리
하나라도 더 건지거든요. ^^

자, 단단하게 잘 말렸죠? 구멍 없이 단단히 잘 말린 김밥은 그냥 성공했다 생각하면 돼요.

김밥 썰때는 한줄씩 썰면 김밥이 아주 단단히 말렸거나 칼이 아주 잘드는 경우가 아님
김밥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풀릴 수 있어요. 이렇게 두개를 한꺼번에 쥐고 서로 지지대가
되도록 해서 썰어줍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가능한 한번에 쓱 밀어서 끝까지 베어야지
여러번 칼질이 왔다 갔다 하면 김이 흐늘흐늘 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칼도 잘 들어야
하겠죠? 전 젖은 행주를 옆에 두고 한번 썰때 마다 쓱쓱 밥알을 깨끗이 닦아내고 썰어요.

이 날은 엄마표 나뭇잎 김밥 시도해 봤어요. 나뭇잎 김밥은 김 전체에 밥알을 깔아주되
양쪽 끝부분은 밥알이 김을 붙이는 역할만 할 정도로 얇게.

그리고 하프라인 긋고 그 위에 올려줍니다. 이건 엄마 한테 배운 것도 아닌데, 잘 하네요.
실은 아직 잘은 못해요. ^^; 이번이 두번 째라...

그래도 머 그럭저럭 나뭇잎 행색은 갖췄군요. 올챙이인가. ^^;;

그 사이 팔팔 끓인 육수에서 다시 재료 건져내고 무우와 어묵 넣어 오뎅탕.
어묵이랬다가 오뎅이랬다가 왔다 갔다가. 눈치 채신 분 있는지 모르지만 계란이랑 달걀도
왔다 갔다.
쿠키 커터로 애정 표현 격하게 함 해봤어요. ^^*

짜잔~ 김밥 완성! 밥을 고르게 깔았더니 테두리 두께가 고르죠?
김밥은 이런 저런 맛있는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맛있어요. 다만 터지거나
풀리지만 않음 되죠. 그러려면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밥 고르게 펴기, 단단하게 말기, 잘드는
칼로 밥알 잘 제거해 가며 썰기. 이상입니다. 애정이들, 담아놓고 보니 수줍어 하네요.
오늘은 개그 안하고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처음 김밥 쌀 때 엄마가 조근 조근 일러주던
목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아서... 엄마가 시범 보여주며 가르쳐준건 김밥이 유일하거든요...
혹 궁금한 거나 다른 의견 있음 댓글로 남겨주심 달아 드릴게요.
요리는 익숙한 사람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처음하는 사람에겐 어렵고, 뭔 말인지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