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바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베란다 창문도 덜컹덜컹.... 베란다 앞 커다란 나무잎들이 세차게...좌로..우로 춤을 추더군요.
아~~~ 갑자기 정신이 번쩍~~~
제 살아온 날들중에 가장 강한 비바람였던 것도 같고..아니면 다른 날들은 다 기억속에서 씻겨 내려가서 그런 듯 싶기도 하고...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그저.... 창문을 통해... 묵묵히 지켜 볼 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당면을 삶아 잘게 썰고...
데친 숙주와 쫑쫑 썬 김치, 다진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천연 맛소금으로 간을 했습니다.

손질한 고구마 줄기도 데쳐서 물기를 짜고,
비듬나물도..연한 소금물에 데쳐서 물기를 꽉 짜 놓고... 태풍을 온 몸으로 느끼며... 아침을 준비하였습니다.

냉장고 야채칸에..... 팽이버섯 한 봉지가....저보고 애원을 합니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그러고 보니... 언제 사온 것인지조차 까마득한 걸 보면.....괜스레 미안한 마음마저 드는군요.
처음.... 사올 때야...
얼마나 탐스럽게.... 싱싱한 것으로 고르고 고르며 이쁨을 받고 저에게 왔을텐데....
왜 외면을 받는 신세가 되었을까......하며.... 한탄을 했던 모양입니다.
봉지를 뜯어..... 살짝 헹궈 냈습니다.
사실... 버섯은.... 마른 행주질로 닦아내고 조리를 해도 될만큼 깨끗하다고 합니다.
물로 세척하면 오히려 물기를 머금어 맛과 영양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그것도.... 싱싱할 때의 이야기인 것을....ㅠ.ㅠ
물로 헹구었으니 물기를 꼭 짜내고...
갖은 양념으로 무쳐서...잠시 맛이 배도록 놔두었다가.... 불에 올려 살짝만 볶아낼려고요.

고구마순...요즘...많이 보이는 반찬거리 중 하나입니다.
제철 재료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요즘이지만..그래도 뭐든 제철에 나는 먹거리가 제일 좋은 거니깐... 사다 손질을 했습니다.
저야.. 워낙... 손톱도 기를 줄 모르고.. 가꾸질 않으니 그렇긴 하지만.....나물을 다듬다 보면...정말 손이 거칠어지고, 손톱밑이 새까맣게 물들곤 합니다..특히 이 고구마줄기는 더욱 그런 듯~~
손질할 때... 알맞은 크기로 잘라가면서 껍질을 벗기면 껍질도 잘 벗겨지고.... 다시 자르지 않아도 되니깐.... 일손을 더는 셈이지요.
손질된 고구마 줄기 연한 소금물에 데쳐....물기를 짜고 양념에 재웠다가..... 기름에 볶으면 되지요.
달달 볶다가....... 멸치나 새우 국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다음에...뭉근하게 조려주듯...볶아내야 좋은 고구마줄기 볶음~

아까 당면, 숙주, 김치 양념한 걸로....오늘은 만두 몇개를 만들까 해요.
납작만두라고 하죠?
사실.... 별반 알차지도 못한 만두 소를 채워... 납작하게 빚은 다음에.... 노릇하게 튀기거나 굽는 만두...
그거 해볼까 싶어서요.
아침부터 말이죠.....
시판만두피 입니다..일반 사이즈에..만두 소를 올리고..

하나를 더 덮어주듯... 위에 올리고....대충 옆면을 붙인 다음에...

프라이팬에 올려서..... 구우면 됩니다.
기름기 없는 담백한 것을 좋아하시면....그냥 마른 팬에..
아님.... 기름에 바삭하니 굽는 것을 좋아하시면 넉넉하게 기름을 두른 팬에... 구우세요.
그냥...동그란 모양으로 구워도 되고..굽다가 심심하면 저처럼..가위로.... 칼집을 넣어주면서 구워도 더 바삭하니 좋아요.

납작 만두 두개씩, 그리고... 마지막 남은 수육 몇점에... 계란 장조림 반 쪽, 명란 알찜에 밑반찬 몇 개와 밥...
물김치로... 개인 접시를 채웁니다...


명란 잘라서.... 물을 조금 붓고... 다진 파, 마늘, 청-홍고추를 넣고 찌듯.... 익혀주었어요.

갑자기... 이 납작만두가 먹고 싶어졌어요..
거센 바람을 보면서 말이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별것도 없으면서 요란하기만 한 아침 메뉴로 아침을 때우고(?)~
막내를 학교에 데려다 주러 거리로 나가니.... 곳곳이..신호등이 나가... 교통경찰들이 나와 있고,....
가로수가 뽑히고.... 철근 가림막 같은 것도 휘어져 도보를 차지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현수막은 너덜더덜.......
거리에는 온통 교통체증....
친정 어머니..전화하셔서... 계속...정전중이라.. 냉장고 음식들 다 어떡하냐고 하시고.....
베란다 유리창이 깨어지고.... 차량 피해를 입으신 분들도 있으셨나 봐요.
아~~~~정말 자연앞에서...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어쩔 수 없는 걸 보면...
갑자기 우리가 얼마나 오만한 존재들인지...깨닫게 됩니다.

새벽부터 공포속에 빠트렸던 태풍 곤파스....
오후가 되더니..언제..그랬냐는 듯... 햇볕이 반짝이더니..다시 오늘은.... 비가 오네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날씨..지난 겨울부터 계속되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오늘 아침엔.... 따끈한 국물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콩나물김치국을 끓였어요.
우선... 멸치 대가리를 이용해 진한 멸치 국물부터 냅니다.
어두 육미라고... 멸치 대가리는 조금만 넣어도 진한 국물이 나와서 좋아요..다만 몸통으로 국물을 낼 때보다는 조금 쓴 맛이 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요. 단 맛이 나는 양파를 넉넉히 넣어서 커버해도 좋아요.

밥을 안치면서.... 큰 감자 두개도 껍질을 벗겨 적당한 크기로 썰어..밥솥에 함께 넣어 쪄서 간식으로 먹거나... 반찬으로 만들어도 좋아요.

감자 2개는 찌고.. 한개는 곱게 채썰어서.... 감자팬구이를 할려고 합니다.
감자채를 곱게 썬 다음에.... 소금간을 조금 해서...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얇게 펴면 됩니다...
지난 번에..... 감자채구이를 한 다음에... 파슬리 가루를 뿌렸더니... 파슬리 가루를 털어내고 안 먹는 녀석을 위해서...
오늘은 아예 구울 때부터 함께 넣어.... 붙여버릴 생각입니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있다..
이게... 아이들 어릴 적부터... 제가 음식만들 때..... 써 먹는 수법입니다.
야채를 안 먹는다 싶으면..잘게 다져서 골라내지 못하게 하기....
아이들이 잘 먹는 카레에.. 잘 안 먹는 재료 잘게 다지듯 섞어 버리기...
오늘도.... 파슬리 가루를... 감자 전분을 이용해서 풀처럼 딱 붙여 버리는 겁니다.....
아이들 감자채구이..잘 먹거든요^^
제가 다 손질해서..,말린 파슬리 가루인데.... 이걸... 허투로 여기는 녀석들에게 대한 응징입니다... ㅎㅎㅎ
파슬리가루만 뿌리기 미안했던지...흑임자도 함께 뿌렸습니다.

요즘 물가..참 너무 비싸요... 싼 것이 별로 없잖아요...
채소 가격도 정말 후더덜~~~
지난 번에... 배추... 줄 서서 싸게 사오긴 했지만..그래도 요즘 물가를 생각해서.... 거친 푸른 잎들도 어지간하면 하나도 안 버리고... 김치 포기위에... 양념을 조금 무쳐서..... 우거지로 덮어주었어요...
그 덮어놓은 우거지...김치국이나 김치찌개 끓여 먹으면 ..이 고물가 시대에 좋을 것 같아서요..

김치국에 들어가는 김치.... 곱게 채썰어야... 김치국에 겉돌지 않습니다.

냄비 밑에 김치 깔고...콩나물 얹고... 멸치 국물도 붓고.... 김치 국물을 조금 더 넣어 끓여 주면 됩니다..
팔팔 끓으면 양파랑 다진 마늘도 넣어주고... 간은 멸치 액젓으로 해주고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마무리 해주시면 시원한 콩나물김치국이 됩니다...


김치 국 끓을 동안... 감자채구이도 노릇노릇 잘 구워져서... 뒤짚었어요.

어제 납작만두빚어 먹고 남은 소는... 김말이 해서 먹으면 좋아요....
김에.... 감자전분 반죽칠을 조금 하고.. 당면 소를 넣고 돌돌 말아주면 됩니다.


올 여름에 잘 먹는 가지도..... 감자전분이랑... 튀김가루 섞어서 반죽해서 튀길려고 합니다.


다 완성되었어요..
오늘 아침도 어제 만들어 놓은 나물 반찬들에....
감자채구이랑..가지랑 김말이 튀김... 그리고 가자미 구이, 불고기 조금 구으니..성찬이네요.

콩나물 김치국도 시원하니 좋았구요...
덥다 덥다 해도.. 9월이 되니깐 그래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걸 보면 가을이 오긴 오나봐요.

불고기 양념해서 구운 것...

노란 파프리카.....

흑임자가 들어가 까뭇까뭇 매력적인 색이 되어버린..감자채구이~

가지와 김말이 튀김.. 초간장에 찍어 먹었어요.

이름이 좀..그렇긴 해도....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800원을 들여서.... 두접시나 나오는 비듬나물 반찬...참 좋습니다.

어제 납작만두 한다고 데쳐 놓은 숙주나물..오늘은 무쳐서 반찬으로 내놓았어요.

연근초에.... 청-홍고추를 고명처럼 얹어 놓으니... 더 이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연근조림이... 졸깃한 맛이라면... 연근초는 아삭아삭한 씹는 맛이 일품인 것 같아요...

노릇하게 가자미도 한 마리 구워서 남편과 시어머니가 드시도록 하고요....

감자채구이에... 실고추 고명을 얹어 주니.... 더 매혹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오늘 아침상을 다 먹고 나서도 나물류 다 먹지 못해서 내일은 아무래도 비빔밥을 해야할까 싶습니다....
이것도 뛰는 놈위에 나는 놈 수법일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