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시고...

| 조회수 : 7,272 | 추천수 : 122
작성일 : 2010-08-15 16:50:02
저희 남편에게, "우리 오늘 뭐 해먹을까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하고 물으면, 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 하는 대답은...

"예수님이 무얼 먹을지, 무얼 입을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당신은 왜 맨날 뭘 먹을까 고민을 해?"

츠~~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예... 저는 예수천국 아니고 불신지옥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 그런지,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주말이면 또 한 주간 동안 일용할 양식 마련에 힘을 씁니다...

뼈없는 돼지고기 스테이크 한 판을 사왔어요.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았다고 싸게 판다네요.
손바닥만한 고기가 아홉 개인데 14달러 44센트입니다.


고기에다 랩을 덮고 고기망치로 두들겨 패주었어요.
일전에 덮개 없이 패다가, 피와 살이 튀는 참혹한 경험을 한지라, 오늘은 꽁꽁 잘 덮어주었어요.


저한테 얻어맞고 떡실신하여 넙대대하게 널부러진 돼지고기입니다.
스테이크 용으로 잘라진 고기가 제법 두꺼워서 이렇게 두드려주면 먹기에 부드럽고 양념도 잘 배는 것 같아요.


고기에 쓸 양념은 간장, 설탕, 마늘가루, 그리고 스테이크 시즈닝... 이라고 써있으나, 실상 라면스프 맛이 나는... 양념을 갈아 넣으려구요.


저 양념은 통후추, 말린 허브, 등등이 다 들어가 있는 건데, 뚜껑에 양념을 갈아주는 장치가 되어 있어요. 뿌리면 이런 색과 모양이구요.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양념을 버무려놓고 한숨 재웁니다.
잘자라... 잘자라... 내 귀여운 돈까스...


돈까스 옷을 지어주어야죠.
최고급 유기농 밀가루에, 특제 전분 가루를 섞어...주면 좋겠으나, 사정의 여의치 않은 주부님들은 시판 부침가루를 써도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겠... 쿨럭
계란 한 개 넣고, 옆에 병에는 빵가루가 들어있어요.


튀김기름이 달궈지는 시간을 활용해서 샐러드도 맹글고, 각종 소스도 꺼내두기로 해요. 날라리 주부는 샐러드 드레싱이나 돈까스 소스를 직접 손수 정성껏 사다가 먹어요... ^__^


아참, 감자도 삶고 있었어요.


양배추와 토마토는 기냥 담아서 드레싱을 얹어 먹으면 되고, 감자샐러드도 별다른 건 없어요. 냉장고에 있는 것 중에서 들어가도 되겠다 싶은 재료를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리는... 아주 평범한...
그러나 저만의 비결이라면, 설겆이를 하나라도 줄이려고 감자를 삶은 냄비에다 그대로 으깨고 버무리고 한다는 거예요.


기름이 달궈지면 오늘 먹을 분량만 튀기고, 나머지는 밀가루옷에 빵가루 외투를 입혀서 일차 냉동을 합니다.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넓게 펼쳐서 냉동실에 두면 꾸덕꾸덕하게 얼거든요. 그러면 두 개나 세 개씩 비닐봉지에 겹쳐넣고 꽁꽁 얼려도 서로 들러붙지 않아요.


한 번에 먹을 분량씩 비닐에 싸고, 지퍼백에 뭉치를 다 넣어서, 육류를 보관하는 상자에 넣었어요. (출처-annabeth 님의 냉장고 정리를 따라함)


박스에는 이름표를 붙여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주죠. ^__^


감자칼로 썰어서 우엉조림도 만들고... (출처-프리님)


할라피뇨 장아찌도 맹글고, 버팔로윙을 언제라도 해먹을 수 있게 닭날개를 손질 양념해서 얼려두고, 야채만두, 고기만두도 백 개쯤 빚었으나...

과정샷을 과감하게 생략!

그냥 이렇게 쌓아두고 흐뭇하게 찍은 인증샷 하나만...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그 모든 분께 감사하나이다... 아멘...



에... 또... 그리고...

제가 내일 육아&교육 게시판에 어린이 장난감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 글과 사진을 올릴 예정이오니,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일차왕림하시어 조횟수를 올려주시면, 무척이나 영광이겠나이다...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칼리코
    '10.8.15 6:12 PM

    저 일뜽인가요..?? 히히
    잘자라 잘자라 내 귀여운 돈까스에서 빵 터졌어요.
    저도 먹고싶어요~ 돈까스를 제일 사랑하는 1인입니다.

  • 2. 플로베르
    '10.8.15 9:52 PM

    잘자라... 잘자라... 내 귀여운 돈까스... 저도 여기서 푸바바ㅏ바바방 터졌네요.ㅜ00ㅜ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어요ㅠㅠㅠㅠ아 웃겨 흑흑ㅋㅋㅋㅋㅋ 소년공원님보다 공산품을 2g 정도 더 신용하는 처자로서... 키톡에 시판드레싱이 얼핏 모습을 비출때마다 왠지 마음을 놓게되는...ㅡ.ㅜ;;; 맛만 있음 되는거 아님니까 흑ㅎ그ㅎㅎ... 돈까스가 너무나 먹고싶어지네요.사정상 고기를 못 먹은지 오래돼서 맨날 사진만 구경하는 신세ㅠㅠ

  • 3. 소년공원
    '10.8.15 10:00 PM

    돈까스... 제가 어릴 적엔 "경양식집" 에 가서 "칼질" 하며 먹는 귀한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칼질도 귀찮아서, 미리 다 썰어서 담아놓고 먹는다는... ^__^
    칼리코님, 일ㄸㅡㅇ 축하드려요.
    어디보자...(주섬주섬) 상으로 돈까스 한 입 드려요~~~ ㅋㅋㅋ

  • 4. 소년공원
    '10.8.15 10:05 PM

    플로베르님, 썰렁한 유머에 기꺼이 터져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__^

    저도 공산품 식재료 자주 사용하는데요...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사람이 자기 형편에 맞게 사는 거고, 어쩌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면 여기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정성 가득한 수제 양념과 음식을 만들면 되니까요.

    고기를 못먹는 사정이라니...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안된 마음이 드네요.
    얼른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정이 생기시길 바래요.

  • 5. 보라돌이맘
    '10.8.15 10:17 PM

    남편께서 하신 말씀의 속 뜻은요.
    그저 소년공원님 해주시는 거라면... 뭐든 다 좋다는 뜻이예요.^^

    남의 집 냉장고의 일인데도,
    그저 마냥 흐뭇하네요...저 까지도..^^

  • 6. 소년공원
    '10.8.16 5:29 AM

    보라돌이맘님... 저도 기분이 좋을 땐 그런 뜻으로 해석하는데요...
    정말 뭘 해먹을지 막막할 때는 속이 터지는 소리더라구요 그게... 후후후

    함께 흐뭇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7. 프리
    '10.8.16 4:32 PM

    바쁘게 움직이시는 일상이 보이는 듯 하네요~~~
    그리고 저도..남편분 말씀은.... 소년공원님을 아끼는 마음에 배려해서...너무 먹는 것에 종종거리고 힘들게 하지 말라는 그런 표현이신 듯 싶은데.....

    저도 식구들에게 자주 묻는 말이에요..뭘 먹고 싶나요? 뭐 해줄까?? 이왕이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요.. 아이들은 저랑..늘 이런 시스템(?)에서 생활하고 대화해서 이런 것 저런 것이 먹고싶다라고 이야기하지만..남편은.... 늘 답변이 없거든요~ 그러다 늘 뒷북만 취곤 하죠... ㅎㅎ

  • 8. heavenly
    '10.8.17 1:38 AM

    돈까스 맛있어 보이네요...
    돼지고긴 어떤 부위인가요?
    마트에서 저렇게 큰 용량의 돼지고기 보면서도 집었다 놨다 했거든요...
    그리고 돈까스에 스테잌 시즈닝외에도 간장이랑 설탕, 마늘가루도 넣으시나요?
    제 돈까스가 별로 거든요...
    감사합니다...

  • 9. 소년공원
    '10.8.17 2:14 AM

    도라에몽님, 제 글을 읽고 유쾌한 기분 느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댓글 감사해요.


    프리님, 꿈보다 해몽이라 하나요? 님의 댓글을 읽고있노라니, 저희 남편이 갑자기 저를 무척이나 사랑해주는 상냥한 사람인 것 같아요 ^__^
    사실은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데...

    저도 아이가 자라면 "엄마, 오늘은 뭐가 먹고싶어요" 하고 요청하겠죠? 그 날이 얼른 왔으면...


    heavenly 님, 저게 어떤 부위인지는 잘 모르겠구요 (미국사람들은 돼지고기는 부위를 그렇게 세분해서 따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저 갈비-립, 스테이크 정도로만 분류하는 듯 해요), 뼈 없는 스테이크 (boneless pork steak) 라고 써있었던 것 같아요. 저렇게 두툼한 살점인 걸 보면, 돼지 목살이나 등심 쯤 되니 않을까요?

    돈까스 양념은 위에 쓴대로, 간장, 설탕, 마늘가루와 스테이크 시즈닝을 넣었어요. 설탕은 고기를 연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해서 넣었고, 간장은 맛난 향을 풍기라고, 마늘은 냄새를 잡아주려고, 그런 목적으로 조금씩 넣었어요. 간은 돈까스 소스로 더할거니까 고기 양념은 연하게 해주었지요.

    다음번엔 맛있는 돈까스 만들어 드시길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2613 남편 생일상. 9 라메사 2010.08.19 11,216 97
32612 살살 녹는 채끝살.. 16 망구 2010.08.18 8,316 74
32611 식재료를 사러가다( 우뭇가사리, 톳, 미역) 22 노니 2010.08.18 8,144 98
32610 일주일동안 해먹은 음식들 ... 새우튀김, 닭튀김, 간장닭조림 .. 29 마리s 2010.08.18 14,220 95
32609 양파짱아찌 입에 착착 감기게 담그는 법 !!(저도 배운 내용입니.. 16 안드로메다 2010.08.18 15,588 114
32608 새로 공부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버섯잡채, 김말이, 가지튀김.. 28 프리 2010.08.18 16,584 84
32607 인스턴트 야끼소바 3 에스더 2010.08.18 6,834 106
32606 밥하며 반찬..(2) 메추리알 삶기 5 깜찌기펭 2010.08.18 8,216 88
32605 주말간편식단, 뚝배기계란찜 1 얼떨떨 2010.08.18 6,895 155
32604 일본친구네집(오니기리,만두) 수정완성 8 새옹지마 2010.08.17 8,842 100
32603 귀찮은 밥상 이야기 왜 올릴까? - 제육양념구이, 가지숙주나물,.. 16 프리 2010.08.17 14,601 97
32602 가지튀김진짜 맛있습니다. 14 쥴스 2010.08.17 19,412 88
32601 “아무튼, 어쨌든, 우야 둥둥…….” 6 오후에 2010.08.17 5,366 84
32600 올 여름 7월과 8월에 만든 것들. ^^ 19 오렌지피코 2010.08.17 13,475 158
32599 연어 스테이크 6 옥수수콩 2010.08.17 6,289 133
32598 마들렌, 상투과자, 보스턴 크림 케익 9 꿀아가 2010.08.17 7,132 93
32597 신주쿠에서 먹은 京料理 in 타카시마야 그리고 유혹... - &.. 18 부관훼리 2010.08.17 10,151 117
32596 옥수수빵 6 토마토 2010.08.17 6,439 102
32595 요즘 뭐해드세요?반찬공유와 간단 일품요리들~(약간 스압!) 11 나오미 2010.08.16 18,226 130
32594 시원한 폴란드의 공기를 보냅니다 13 새옹지마 2010.08.16 7,967 112
32593 욕지도에서 Cast Away 한국판을 찍다... 3 뽁찌 2010.08.16 7,051 105
32592 [벙개→늦여름소풍]-농촌테마파크 답사기/신청해 주세요. 16 국제백수 2010.08.16 7,324 104
32591 부추향이 솔~~솔 부추소고기 잡채 11 경빈마마 2010.08.16 13,372 88
32590 우렁각시 놀이~ 7 꿈꾸다 2010.08.16 7,621 127
32589 토요일의 아침밥상입니다...^^ 49 보라돌이맘 2010.08.15 20,349 1
32588 주말에 우리집은 뭘 먹지? 12 프리 2010.08.15 11,928 90
32587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시고... 9 소년공원 2010.08.15 7,272 122
32586 도련님 친구 생일파티 3 아자아자 2010.08.15 9,16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