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밭에서 막 따온 사진만한 호박을 반 뚝 잘라 호박전을 했습니다.

“내일부터 비온데……. 당근 뽑고 콩 심는 것 어떨까.”라는 H씨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퇴근해 보니 H씨 집에 없더군요.
차림 그대로 밭에 가보니 벌써 당근 자리에 콩 심어 놓고 풀매고 땀 뻘뻘 흘리며 있습니다.
같이 남은 풀 마저 뽑고 호박, 깻잎, 고추, 방울토마토, 쌈채를 수확해 돌아왔습니다.
옆 밭에서 아들과 함께 작물 걷어 들이고 김매던 할머니께 상추 얻는 복도 있었습니다.
장마철 비오기 전 습기와 더위를 고스란히 땀으로 만든 날입니다.
가져온 작물들 H씨가 갈무리 하는 동안 제가 먼저 씻고 제가 저녁 준비하는 동안 H가 씻습니다.
어제 저녁상입니다.


방울토마토, 고추, 당근과 부침개입니다.
처음 두 장의 호박부침개은 짰습니다.
바삭하게 부쳐보자는 욕심에 튀김가루를 사용했는데 그만 소금 간을 하고 말았습니다.
튀김가루는 간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겁니다.
게다가 소금 적게 넣었다고 제 딴엔 양념간장까지 준비했더랍니다.
맨 당근과 고추 없었으면 물 꽤나 마셨을 겁니다.
#2

지난 주말 두부 만들고 띄워 논 비지가 많습니다.
식품 건조기로 띄웠는데 그럭저럭 띄워 진 듯해 냉장고에 보관중입니다.
찬밥도 있고 해서 아침은 비지밥을 했습니다.
찬밥 꺼내 적당량을 압력솥에 넣고 비지도 올렸습니다.
신 김치 꺼내 쫑쫑 썰어 넣었습니다.
비지가 익으며 먹을 물 요량해 물 좀 붓고 압력밥솥 뚜껑 닫아 불에 올립니다.
어제 먹고 남은 반 토막 호박 꺼내고 달걀도 2개 꺼냈습니다.
소금으로 간하고 파까지 썰어 넣고 푼 계란 그릇은 냄비에 중탕으로 올립니다.
이렇게 중탕으로 계란찜을 할 때면 새우젓 냄새 아련히 올라오는 어머니의 계란찜이 떠오릅니다.
스테인리스 국그릇 바닥에 밥 알 몇 개 부친 채 상에 올라오면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아버지 수저만 바라보게 하던 계란찜입니다.


밥이 끓기 시작하자 바로 불 줄여 뜸들입니다.
찬밥은 데우는 정도고 비지와 김치만 익히는 것이기에 충분할겁니다.
호박 반 토막은 채 썰어 볶습니다.
들기름 살짝 두르고 다진 마늘 넣어 볶다 호박 넣어 센 불에 잠깐 볶아냈습니다.
상 차리며 비지밥 위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냈습니다.
휴가인 오늘 같은 아침은 여유롭습니다.
습기 때문에 틀어 놓은 선풍기 바람에도 비 냄새가 납니다.
비가 오긴 올려나 봅니다. 궂은 날씨를 예고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휴가 탓이겠지요.
아침 상 만큼이나 소박하고 단백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내내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