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숨 좀 돌리고요.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었는지 몰라요.
6월의 이벤트가 냉요리라길래... 한번 해볼까? 하고..
생협에서 오이지용 오이 30개를 주문했어요.
제가 다른 건 그저 그래도 (요건 부관훼리님 말투 따라한 거임) 오이소박이는 좀 하거든요.
친정아빠도 제가 만든 오이소박이를 참 좋아하셔요.
오이소박이나 양껏 만들어서 아빠 넉넉하게 드시라고 좀 보내고
일 하랴, 조카 운전 기사하랴 (조카는 울 아들놈) 바쁜 울언니네에도 넉넉하게 보내고
바로 앞 아파트에서 조기진통으로 고생하는 후배네에도 좀 갖다주고...
뭐 꿈은 컸더랬죠.
지난 금요일, 생협에서 오이지용 오이 30개가 도착을 하고
난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왔고
토요일도 외출해야겠기에 나가기 전에 급히 만들어야지... 생각하곤
'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 하고 잤지요.
눈을 뜨니 10시.
오이만 덜렁 있는 상태에서 부랴부랴 마트에 갔어요.
마침 근처에 대형마크가 오픈을 하네요.
또 안 갈 수 없잖아요.
비도 부슬부슬오는데... 갔습니다.
사람, 미어터지게 많습니다.
굴하지 않고 쇼핑을 합니다. 마트가 어떻게 생겼는지 봅니다.
마트에 생전 처음 가보는 사람마냥..... 여기저기 쑤시고 다닙니다.
결국 마트에서 한 시간 가량 헤매다가 집에 오니, 남편이 밥 달랍니다.
오자마자 장바구니 팽개치고, 남편 밥 차려줍니다.
그리고 밥상 치우고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나가야하는데...... 나가야할 시간이 두 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동안 다 해야합니다.
왜냐고요?
이제 나가면 다음날 집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ㅡㅡ;;
금요일에 받은 오이를 일요일까지 묵히면 오이한테 미안하잖아요.
(친환경 오이라 그런지 벌써 오이가 시들시들해져가고 있었음.)
갑자기 손에 모터가 달렸습니다.
시간이 급박한 관계로 오이소박이에서 양념장 만들 필요없는 오이물김치로 변경되었습니다.
오이 30개.
내 생전 이렇게 많은 오이는 처음으로 사봤습니다.
오이 박스를 보는 순간 한숨이 납디다. ㅠ.ㅠ
내가 왜 그랬을까....
그래도 기왕 일을 벌인 거, 끝까지 해야죠.
오이를 이등분으로 잘라서 오이 양쪽 가장자리를 조금씩 남기고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냅니다.
이해가 가실런지??
칼집을 넣을 때는 부엌칼보다는 좀 얄쌍구리한 과도로 하는 게 편해요.
칼집 낸 오이는
오이 갯수 만큼의 물에(계량컵) 굵은소금(밥숟갈) 넣어서 팔팔 끓는 상태에서
그대로 오이에 부어서 40분~1시간 정도 절입니다.
예를 들어 오이가 10개명 물 10컵+굵은소금 10숟가락(깎아내지 않고 수북하게 담은 상태)
오이를 절일 때 어떻게 절이는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요.
소금물을 팔팔 끓여서 절이면 오이가 더 아삭하다는 분도 있고
일반 배추 절일 때처럼 그냥 소금물에 오랫동안 절이면 더 아삭하다는 분도 있고..
전 어떤 게 더 아삭한지는 모르겠으나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그냥 제가 쭉 하던 방법대로 끓는 소금물을 오이에 부어서 절였어요.
밀가루풀을 끓여서 식힙니다.
물 3컵(계량컵)에 밀가루 한 숟가락 풀었어요.
경빈마마님 말씀대로 풀 쑬 땐 가스렌지 옆에 얌전히 서있어야 합니다.
안 그럼 냄비에서 풀들이 폭발합니다.
오이가 절여질 동안 소를(움메~~ 하는 누렁소 아닙니다.) 준비합니다.
쪽파 반 단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로 자르고
붉은 고추도 씨 떨어내고 채썰어서 쪽파와 비슷한 크기로 자르고
무도 채썰어서 소금에 살짝 절여줬어요.
위의 재료들을 살살 섞어주면 소 준비 끝!
40분 정도 절이니 오이의 칼집 낸 부분이 유연하게 잘 벌어집니다.
이쯤 되면 얼추 절여진 거에요.
어차피 국물을 부을 거니까 오이를 건져서 물기를 뺄 필요없이 바로바로 건져서 소 넣기로 해요.
누누히 말했다시피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오이에 소를 넣는 샷은 못찍었고, 일단 오이에 소를 넣어서 김치통을 채웠습니다.
소를 넣는 과정은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눈대중을 잘못하면 오이만 너무 많이 남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 또 집중해서 소의 남은 양과 오이의 남은 양을 잘 되거나
소만 너무 많이 남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소를 적절하게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통은 친정으로, 작은통은 저희집에 두고 먹을 거랍니다.
위에 끓인 밀가루풀은 충분히 식혀서
생수 10컵(계량컵)+굵은소금 10숟가락+매실액 1컵 넣어서 국물 만들어서 부었어요.
국물의 간은 각자 식성에 맞게 가감하시면 됩니다.
싱거우면 소금 좀 더 넣으시고, 짜면 생수 좀 더 넣고.. (주먹구구식이죠)
사실 저도 짜서 소금 좀 더 넣었다가 싱거워서 물도 좀 더 넣었다가 했지요. ^^;;
붉은고추에서 물이 빠져서 국물이 좀 빨개졌네요.
식성에 따라 국물에 고춧가루를 좀 풀어도 좋아요.
하루 정도 실온에서 익힌 후 냉장고에 넣고 드시면 돼요.
이틀 후 밥상에 올라온 오이물김치입니다.
오이가 살짝 노르스름해진 것이 잘 익었나봐요.
참 쉽죠잉~~
보너스/ 아들놈 샷
코스코에서 7천원 좀 넘게 주고 산 원피스형 바지??
근데 작아서 반품했어요. 그래도 옷이 촘 이뻐서 한 컷 찍어놨지요.
나이지리아전 하던 날
붉은 악마 공식티는 없지만 그래도 빨간 티(넘 커요) 입고
2006년 붉은 악마 머플러 두르고 응원 연습하다가
갑자기 빨래바구니엔 왜 들어간 거임??
부끄부끄 놀이중~
+) 이벤트 참가하려고 사진을 쭉 찍어놓고 일요일날 집에 오면 올려야지... 하고 있었어요.
(토욜날 오이물김치 싸들고 친정에 가서 자고 왔어요.)
근데 집에 와보니 컴이 고장이 났네요??? ㅠ.ㅠ
사실 며칠 전부터 컴이 좀 말썽이었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겨우겨우 부팅해서 연명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때 딱 고장이.. ㅠ.ㅠ
남편에게 봐달라고 했더니 바이러스 먹어서 복구가 잘 안 된대요.
남편이 쓰던 컴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남편 컴은 교환 보낸다네요??
세상에, 새로 산 지가 6개월이 다 되었구만
하자가 있다고 하니 업체 측에서 쓰던 거 보내면 다시 새 걸로 보내준다네요?? 헐~~ 서비스 만점!!!
월요일에 남편 컴 보내고, 제가 쓰던 컴은 바보가 되어서 아예 켜지지도 않고...
6월 30일은 점점 다가오고... 난 어떡하지?? 아니... 이벤트.. 오이물김치들은 어떡하지??
이벤트도 이벤트고, 월말이라 공과금 내야할 것도 많고 인터넷 뱅킹할 것도 많은데
애 들쳐업고 은행에 직접 뛰어가야하나???
갑자기 머릿 속이 멍~~~
은행이야 직접 가면 되지만....
82쿡도 해야하고, 하루 쉬면 82쿡 숙제할 페이지가 넘 많아지는데..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지만 자주 들락거리는 까페에도 가야하고..
지마켓에서 눈알 뱅뱅 돌아가며 뭐 살 거 없나? 쳐다도 봐야하고..
인터넷 안 되니 정말 산 입에 거미줄 치는 심정이랄까요??
결국 언니한테 굽신굽신 모드로 넷북 빌려왔습니다.
모니터도 작고, 키보드도 작아서 좀 적응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천국이 열린 느낌??
언니한테 넷북 안 빌렸으면 애 업고 당장 하이마트에 가서 노트북이라도 한 대 사올 판이었는데 말이에요. ㅎㅎㅎ
정말 인터넷 없이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의 교훈/ 82쿡 중독이라면, 집에 엑스트라 컴을 한 대 구비해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