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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오는 날 아침 뇨키가 수제비 되고....

| 조회수 : 5,435 | 추천수 : 156
작성일 : 2010-06-30 12:20:58
수제비가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뇨키라기에는 좀 부족한

신문을 보다 ‘뇨키 ’라는 이탈리아 음식을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수제비와 비슷하다.’는 말에 ‘이거 괜찮네…….’하며 스크랩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버섯소스를 곁들인 감자 뇨키로 결정했다.
사실 주말에 K에게 해주기 전 연습용이다.
H씨는 아침에 하기엔 쉽지 않은 거라며 말렸지만
잠자리 들기 전 인터넷 뒤져 뇨키에 대한 이러저런 글들을 보고 속으로 그림을 그려보기까지 했다.

처음 하는 음식에 대한 부담으로 10분 빠른 4시 50분에 일어났다. 비가 온다.
수제비 생각이 났다. 뇨키가 ‘수제비와 비슷하다’는 말 때문인가 보다.

먼저 감자 두알 껍질 벗기고 잘게 썰어 삶았다.
감자 삶는 동안 버섯소스 만든다. 후라이팬에 버섯 손으로 찢어 넣고 자작하게 물 부어 끓이다가,
소금 간하고 버터와 전분 넣어 걸쭉하게 만들었다.

삶은 감자 꺼내 볼에 담아 으깨고 밀가루, 소금, 치즈가루 넣고 계란으로 반죽을 했다.
‘반죽이 좀 질다’ 밀가루 좀 더 넣고 꽤 치댔는데도 뭔가 모양을 만들기에는 쉽지 않을 만큼 질다.
딱 수제비 뜨기 좋은 상태다. ‘정말 수제비네, 그냥 수제비나 할까’ 하는 생각이 마구 밀려온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도 수제비를 응원한다.

수제비든 뇨키든 반죽을 익혀야 하는 거니 우선 물부터 끓인다.
레시피대로 모양을 내기엔 질고 밀가루 더 넣자니 감자 맛보다는 밀가루 맛 때문에
진짜 수제비 될 것 같아 그냥 수제비처럼 손으로 떠 넣었다.
첨엔 작게 예쁘게였지만 어느새 큼직한 손바닥 절반만 한 수제비를 뜨고 있더라.

아무래도 비오는 날은 수제비라는 경험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
삶아진 뇨키가 익어 물위로 떠오르자 잘잘한 것들로 한 접시 분량만큼만 건져내고
나머진 그대로 소금 좀 넣어 간을 맞췄다. 오늘 아침은 두 종류다.
내가 먹을 감자치즈수제비?와 H씨를 위한 버섯감자뇨키.

접시에 뇨키를 담고 버섯소스를 끼얹으려 보았더니, 이런 소스를 너무 일찍 만들었나보다 너무 걸쭉해졌다.
다시 물 반 컵쯤 넣고 끓였다. 좀 부드러워졌다.



끝내 먹고만 수제비?, 비오는 아침 총각김치가 잘 어울렸다.
한 입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그래서 베어 먹었지만 수제비 반죽을 이렇게 해도 괜찮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포실거리는 감자의 식감이 아주 좋았다. 치즈는 좀 더 넣어야겠다. 치즈는 굳이 가루를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H씨 아침, 새로 담은 오이지 썰어 찬물에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고 깨 좀 뿌렸다.
아침이고 H씨는 너무 찬 음식 안 좋아하기에 얼음은 생략했다.



10분 빨리 일어났다고 해도 처음해보는 음식에 명색이 두 가지 요리를 하고 먹기까지 했으니 바쁘더라.
뇨키는 맛도 못보고 식지 않게 처리만 하고 나왔는데.

“수제비 건져 기름 발라 놓은 것 같던데” “소스가 개선돼야 할 것 같아.”라는 H씨의 혹평이 있었다.
버터를 너무 많이 넣었나보다. 아니면 토마토소스도 괜찮을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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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지난 일요일 만든 두부 부침과 오이지 냉국과 채소, 싹틔워 갓 지은 현미밥.
역시 좀 가난한 밥상이다.
싹틔운 현미밥은 밥솥 뚜껑 열었을 때 저렇게 하얀 싹들이 머리 들고 있을 때 참 이쁘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인2
    '10.6.30 1:26 PM

    저도 그심정 알것 같아요- 처음 해보는 메뉴에 대한 막연한 긴장감..;;
    _제겐 거의 모든 메뉴가 처음이기에;;_
    오늘같은 날씨엔 저도 뇨끼보담 수제비가 땡기네요~ ^^

  • 2. 하비브
    '10.6.30 1:27 PM

    저는 뇨키를 잘 모르던 시절...체코에서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파스타 사서 떡처럼 볶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집어든게 하필 뇨키라서... 그냥 파스타와는 다른 질감에 감자맛이 나서 매우 절망하면서 그래도 고추장양념맛에 다 먹었던 생각이 나네요 ㅋㅋ 감자수제비반죽맛 뇨키... ㅎㅎ

    오이지 냉국 시원하겠어요~~

  • 3. 오후에
    '10.6.30 1:40 PM

    여인2님//공감해주셔 감사... 대전은 비안와요. 집은 비왔는데 직장은 흐리기만 하다는... 수제비는 먹었고 이제 감자전에 막걸리가 땡기네요 ㅎㅎ
    하비브님//뇨키 떡볶이라... 나쁘지 않을 듯한데요

  • 4. 해바라기 아내
    '10.6.30 1:47 PM

    저 이날이때까지 남들 직업 궁금해한적 없었는데요 오후에님 직업은 왜 이렇게 궁금한지...
    정말... 요리사는 아니시죠?

  • 5. 오후에
    '10.6.30 3:12 PM

    해바라기님//ㅎㅎ 요리와 아무상관없습니다. 하다못해 음식재료와도 관계가 없네요. 음식만드는 기계와도 관련없고요. 궁금증은 풀리셨는지....

  • 6. 자연
    '10.6.30 5:27 PM

    오후에님, 싹 틔운 현미밥을 보니 수분이 많아 보이는데 실제 밥이 좀 질게 됐나요?
    저도 해볼까 하는데.. 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려워서 여쭤봅니다.

  • 7. 해바라기 아내
    '10.6.30 5:33 PM

    오후에님 직업이 요리사였다면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
    그래... 요리사니까 남자라도 저렇게 요리를 잘하지... 라고 생각했을거 아녜요?
    요리사 아니시라 넘 다행이예요.
    요리사가 아니면서 아내와 딸을 위해 불태우시는 그 사랑 존경스럽습니다 ^^

  • 8. 오후에
    '10.7.1 7:30 AM

    자연님//보통 밥물보다 약간 적게 넣으시면 되요. 사진의 밥은 실제 좀 질었습니다. 보통때 처럼 밥물을 넣은 경우죠.
    해바라기님//ㅎㅎ 음식을 잘한다는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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