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다 ‘뇨키 ’라는 이탈리아 음식을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수제비와 비슷하다.’는 말에 ‘이거 괜찮네…….’하며 스크랩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버섯소스를 곁들인 감자 뇨키로 결정했다.
사실 주말에 K에게 해주기 전 연습용이다.
H씨는 아침에 하기엔 쉽지 않은 거라며 말렸지만
잠자리 들기 전 인터넷 뒤져 뇨키에 대한 이러저런 글들을 보고 속으로 그림을 그려보기까지 했다.
처음 하는 음식에 대한 부담으로 10분 빠른 4시 50분에 일어났다. 비가 온다.
수제비 생각이 났다. 뇨키가 ‘수제비와 비슷하다’는 말 때문인가 보다.
먼저 감자 두알 껍질 벗기고 잘게 썰어 삶았다.
감자 삶는 동안 버섯소스 만든다. 후라이팬에 버섯 손으로 찢어 넣고 자작하게 물 부어 끓이다가,
소금 간하고 버터와 전분 넣어 걸쭉하게 만들었다.
삶은 감자 꺼내 볼에 담아 으깨고 밀가루, 소금, 치즈가루 넣고 계란으로 반죽을 했다.
‘반죽이 좀 질다’ 밀가루 좀 더 넣고 꽤 치댔는데도 뭔가 모양을 만들기에는 쉽지 않을 만큼 질다.
딱 수제비 뜨기 좋은 상태다. ‘정말 수제비네, 그냥 수제비나 할까’ 하는 생각이 마구 밀려온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도 수제비를 응원한다.
수제비든 뇨키든 반죽을 익혀야 하는 거니 우선 물부터 끓인다.
레시피대로 모양을 내기엔 질고 밀가루 더 넣자니 감자 맛보다는 밀가루 맛 때문에
진짜 수제비 될 것 같아 그냥 수제비처럼 손으로 떠 넣었다.
첨엔 작게 예쁘게였지만 어느새 큼직한 손바닥 절반만 한 수제비를 뜨고 있더라.
아무래도 비오는 날은 수제비라는 경험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
삶아진 뇨키가 익어 물위로 떠오르자 잘잘한 것들로 한 접시 분량만큼만 건져내고
나머진 그대로 소금 좀 넣어 간을 맞췄다. 오늘 아침은 두 종류다.
내가 먹을 감자치즈수제비?와 H씨를 위한 버섯감자뇨키.
접시에 뇨키를 담고 버섯소스를 끼얹으려 보았더니, 이런 소스를 너무 일찍 만들었나보다 너무 걸쭉해졌다.
다시 물 반 컵쯤 넣고 끓였다. 좀 부드러워졌다.

끝내 먹고만 수제비?, 비오는 아침 총각김치가 잘 어울렸다.
한 입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그래서 베어 먹었지만 수제비 반죽을 이렇게 해도 괜찮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포실거리는 감자의 식감이 아주 좋았다. 치즈는 좀 더 넣어야겠다. 치즈는 굳이 가루를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H씨 아침, 새로 담은 오이지 썰어 찬물에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고 깨 좀 뿌렸다.
아침이고 H씨는 너무 찬 음식 안 좋아하기에 얼음은 생략했다.

10분 빨리 일어났다고 해도 처음해보는 음식에 명색이 두 가지 요리를 하고 먹기까지 했으니 바쁘더라.
뇨키는 맛도 못보고 식지 않게 처리만 하고 나왔는데.
“수제비 건져 기름 발라 놓은 것 같던데” “소스가 개선돼야 할 것 같아.”라는 H씨의 혹평이 있었다.
버터를 너무 많이 넣었나보다. 아니면 토마토소스도 괜찮을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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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지난 일요일 만든 두부 부침과 오이지 냉국과 채소, 싹틔워 갓 지은 현미밥.
역시 좀 가난한 밥상이다.
싹틔운 현미밥은 밥솥 뚜껑 열었을 때 저렇게 하얀 싹들이 머리 들고 있을 때 참 이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