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밥을 하자니 찬밥도 있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먹자니 양이 좀 적고, 그럴 땐 나물밥을 한다.
어떤 재료든 나물밥을 해 놓고 보면 한 그릇 반 나오던 게 두 그릇,
두 그릇 남짓 되던 밥이 딱 세 그릇으로 늘어나는 마술을 보곤 한다.
“본래 나물밥이 밥 양을 늘리기 위한 것 아녔던가.”
아침밥이 있긴 한데 도시락까지 싸긴 조금 모자랄 듯하다. 마침 ‘미역취’와 ‘부지갱이’ 있다.
간장과 소금으로 간해 심심하게 볶았으니 안성맞춤이다.
압력솥에 담긴 찬 밥 위에 미역취와 부지갱이 적당히 잘라 넣었다. 뚜껑 닫고 낮은 불에 올렸다.
우리 집은 찬밥을 데울 때 낮은 불에 솥 올려놓고 뜸들이듯이 둔다.
좀 오래돼 너무 말랐으면 밥에 물 조금 뿌리고 뜸 들여 잘 저어만 주면 금방 한 밥처럼 먹을 수 있다.
나물밥도 마찬가지로 새로 짓는 밥이 아니라면 재료가 무엇이든 찬밥에 재료 올리고 낮은 불로 그냥 두면 된다.
다만 재료에 따라 시간 조절을 할뿐.
솥은 얇은 냄비보다는 압력솥 같이 바닥이 두꺼운 솥이 타지 않고 덜 누러 붙는다.
콩나물, 무, 호박, 김치 같은 전통적인 나물밥이 아니라도
먹다 남았거나 자투리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게 나물밥이다.


냄비에 김치 깔고 물 좀 넣고 냉동고에 들어있던 찬밥 올리고 마늘 구운 거랑 치즈 한장 얹은 김치밥.
김치밥의 특징은 따로 양념장을 안만들어도 된다는 거고 이것저것 뭐든 넣어도 어울린다는 거다.
2. 굳이 이름 불러야 한다면 ‘김치비빔장’쯤 되겠다.

배추김치 먹다 보면 김치 속만 밑에 가라 앉아 있곤 한다.
달리 쓰일 데 별로 없는 김치 속으로 ‘김치비빔장’을 만들었다.
김치 속과 김치를 한번 먹을 만큼 후라이팬에 썰어 넣는다.
자작하게 물을 붓고 취향에 따라 기름을 추가해도 되고 나중에 해도 된다.
김치 익는 냄새가 나고 물이 졸아들면 계란을 넣고 스크램블 하듯 바로 섞어 불에서 내려놓는다.
계란은 재료가 좀 질척하게 붙어 있는 효과와 부드러운 맛을 보탠다.
후추, 강황(카레)등 좋아하는 향신료를 좀 보태도 좋다.
만일 고기를 좋아한다면 다진 고기를 처음부터 넣으면 될 거다.


오늘 아침 밥상이다.
보리쌀에 수수만 넣고 지은 밥에 한 숟가락씩 푹 떠 넣고 ‘비빌 비빌~’ 당근과 먹었다.
청양고추가 좀 아쉬웠다. 혼자 먹는 아침, 여기다 치즈나 샐러드 정도 보탠다면
독신자에겐 10분이면 만들 수 있는 훌륭한 고단백 식단일거다.
* '버릴게 없다는 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 좋다.
비록 장 볼때마다, 맛있는 걸 볼때마다. 욕심껏 사들이는 미련을 떨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