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마늘 2접 까고 정리하고.... 배추, 열무, 알타리, 얼갈이 다듬어 절구고...매실 정리해서... 씻어서 건져놓고..
시래기 삶아 놓고.....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감들.... 나중에는 그냥 될대로 되라 싶은 케세라세라정신이.... 확 치밀어 오르더군요.
제 남편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참 단순한 듯....
제가 그랬어요..어제 장봐온 것을 둘러보면서..이걸 다 어쩌라구? 했더니만....
몰 어째? 이게 일할 게 많나? 이럽니다....
매실도 그냥..... 흙만 대충 털어서..담그면 되는 줄 알고..
마늘도...저장용이니 대충..... 넣어놓고 쓰면 되고.....
김치도 뭐 후다닥 잘 담그만.. 그런 눈치로 쳐다봅니다.. 참 대책없이 단순한 성격인 듯~
TV 강심장인가 하는 토크쇼에서 듣다 한참 웃었는데...
모 여자 아나운서... 해 맑다못해 뇌맑은 분의 이야기였어요.
방송국 근무중에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폭파범의 협박 전화였답니다..
내가 지금 너네 방송국을 폭파시킬거라구?.... 험상궂게.. 시비를 거는데.. 그 해맑은 아나운서... 이렇게 물었대요.
근데요..몇시에 하실건데요?
이건 뭥미? 한김이 빠진 협박범..... 그건 알아서 뭘하려고? 했다더군요..
그랬더니만... 그 뇌맑은 아나운서... 저기요...시간 안 정하셨으면 되도록이면 오후 2시이후에 해주실래요? 제가 오후 2시에 퇴근하거든요..... 헐~~~
아마 제 남편이 딱 그 수준 아닐까 싶었어요..어제는....
매실도 15킬로.... 아주 떡을 칠 양이죠..
그래서..이렇게 어마어마한 유리병 세 개도...사야했고.....어제 저녁 월드컵 개막전도 보고 싶었는데..그 시간에는... 뻗어서 누워잤다눈~~~~

그렇게 자는 바람에.... 월드컵 두 게임모두 놓치고... 새벽 4시에 놀라서 깼습니다...
배추가 너무 절여진 건 아닌지 싶어서요...
다행스럽게..... 덜 절여졌더군요..아침 먹고 씻어야겠어요.
새벽부터 쌀을 씻어... 쌀뜨물을 받아놓고.....


쌀뜨물이 왜 필요했을까요?
남편이 가져온 죽순때문이죠...
<청명하고 볕발이 고른 날에도 대숲에서는 늘 그렇게 소소한 바람이 술렁이었다.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제가 좋아하는 최명희 작가의 혼불... 제가 몇번이나 읽은 작품인데요....
혼불을 읽다보면.... 소설인데도... 묘한 운율..장단같은 것이 느껴지곤 하더라구요..전....
그 혼불의 1권에... 대숲을 묘사해놓은 부분인데....참 좋죠?
죽순은 쌀뜨물에 삶아야...죽순의 아린 맛과 잡내가 제거되고....삶은 물을 버리지 말고 그 물에 담궈 식힙니다.
쌀겨속의 효소들이 죽순을 부드럽게 해준대요.
죽순을 이용하는 모든 요리의 밑작업인 셈이죠.
그렇게 해서 죽순회로 먹든지 볶아먹던지... 아님 죽순밥을 해 먹던지 하거든요.
이번에는... 양이 많지 않지만 죽순 장아찌를 담글려고요. 완성되면 보여드릴게요.
얼마전에... 요즘 먹을만한 기발한 제철 장아찌도 담궈놓았는데.... 그것도 같이요.

어제 열무랑.. 알타리 무를 다듬어서 억센 줄기는 시래기 삶아놓았어요.
사실 시래기는 무청보다는 배추 시래기가 부드럽고 좋긴 한데... 요즘 배추값도 비싸니깐... 버리지말고 알뜰하게 먹자는 마음이 절로 생기잖아요.

시래기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된장, 고추장도 풀고..멸치 잔뜩 넣고...멸치 육수를 붓고 끓입니다.

보글보글 끓으면 양파와 풋고추도 넣고요.
된장에도 좀 씁쓸하고 텁텁한 맛이 있잖아요. 그래서 단맛나는 양파와 향긋하고 개운한 풋고추를 넣어주어야 된장맛이 부드럽고 산뜻해집니다. 음식을 할 때... 맛이 2%부족하다 싶을 땐... 한번 머리속으로 맛을 상상해보면서 보완을 해주는 연습을 해보세요. 요리가 재미있어지지요. 어떤 일을 할 때..노동이다..하고 할 때와..놀이다.. 생각하고 즐기면서 할 때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저는 고기를 안 먹긴 하지만 채식주의자라고 보긴 어려워요..생선, 계란..뭐 이런 것은 먹거든요.
채식주의..웰빙바람을 타고 유행이 되는 추세이고... 요즘은 육류 섭취량이 부족하기 보다는... 채소 섭취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라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건강을 위해선 균형잡힌 식습관과 편안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고기도 필요할테고요...
저희 집도 아이들을 위해 탕수육 거리...딱 두 개 들어간 것을 달랑 집어왔는데...오늘 주말이니깐 해줄려고 밑간을 했는데...

아뿔사~ 계란이 똑 떨어졌네요...
생강술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놓고... 이번 탕수육엔... 녹차가루도 뿌려서 해봐야지 마음 먹었는데..오늘 저녁에나 구워줘야겠네요.

아침 반찬으로... 무채를 조금 썰어서 무채무침도 할려고요.
여름 무는 사실 맛은 좀 떨어지지요.
그래서... 일차로 소금 간을 한 다음에....

설탕을 아주 약간만 뿌려서... 단맛을 보강해줍니다..
특히 흰설탕은... 몸에도 안 좋지만 그래도..주말이니깐.... 혀의 즐거움을 위해서..아주 약간만..넣어도 괜찮겠지요?
후후..제 남편이 즐겨 하는 말중 하나가..바로.... "입 좀 즐겁게 할려다..몸이 고생한다" 이지요.
음식이 입에 안 맞다고..소금 간을 더 하거나... 아이들이 토마토 쥬스를 갈을 때..설탕을 넣으면....꼭 저렇게 말하거든요.

가지도 하나 렌지에 3분 돌려서 적당한 무르기로 쪄내고요...
갖은 양념을 합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한식에서 갖은 양념이 뭡니까? 이런 애매모호한 말 정말 어렵거든요....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해요.
우리나라 말은 딱 떨어지기 보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맞고... 요리에서도 그렇게 표현이 되곤 하지요...
서너개... 두어술....적당히... 삶아서.. 뭐 이런 식으로요...ㅎㅎ
근데 한식에서의 갖은 양념의 기본 4가지는 바로.. 다진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듯 싶어요.
여기에.... 조금 더 첨가한다면.소금..후추, 고추가루..고요.
여기 가지 나물에도..갖은 양념.. 기본 4가지만 넣었습니다...

아까 소금간 한 다음에 설탕도 약간 첨가한 무채를 물기를 꼭 짜고...
갖은 양념 기본 4가지에 고추가루를 첨가해서 무칩니다.


메밀묵 무침도..했어요.
가시오이랑..붉은 양파도 밑간을 해서 살짝 버무린 다음..(간장은 안 넣었어요.. 색감을 위해서요.)
그리고... 모양칼로 썬 메밀묵에.. 갖은 양념을 한 양념장을 고명으로 올렸습니다.

옆에..빈 접시 보이시죠?
음식을 차릴 때....특히...손님접대를 할 때는 ...반찬이나 요리 가지수에 맞춰서...그릇부터 세팅을 해놓으면 ....
전체적으로 모양새가 좋아요...
머리속에서... 어떤 반찬을 어디에 놓을까...전체적인 배열을 어떻게 할까..그려가면서 말이죠.

그리고 나선... 차가운 음식부터 담고.... 가장 따뜻하게 먹어야 할 음식은 맨 나중에 담는 거에요...
아..메밀묵 접시옆에는... 삼겹살 구이가 놓일 자리였군요..
아래 사진에..백조 채소접시 옆에.. 역시 빈 접시가 놓여있군요..
여긴..지금 굽고 있는 갈치구이가 놓일 예정이지요.

오늘.... 남편이 아주 맛있게 먹은....고수무침입니다..
고수.. 냄새가 아주 독특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옆에도 가지 않는 고수를 남편은 무척 즐깁니다. 보통 사찰에서 스님들이 많이 드시는데...성질이 차서 몸에 열을 내려주는 고수는 정신수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스님들이 즐겨드신다고 해요.

고수에 얽힌 재미난 속담 하나... 알고 계시지요?
근데 흔히들 잘못 알고 계시기도 해요.
스님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도 안 남아난다.. 바로 이 속담요...
여기에서 고기는.. 소고기, 닭고기같은 고기가 아니라..바로 고수를 의미하는데..여러 사람들에게 와전되는 과정에서 고기로 바뀌었다고 해요. 그리고..고수잎에 달긴 줄기가..고소가 자랄수록...갈대속처럼 텅 비어가고 억세지는데.. 한번 고소맛에 길들여지면 이렇게 억세져도..빈대가 되어도... 남김없이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스님이 고소맛을 알면..빈 대마저도 안 남아나고 다 먹는다..이런 뜻인데... 보통은 스님이 육식을 하면 빈대(벌레)조차도 안 남아나는구나..이런 뜻으로 알고 있잖아요...ㅎㅎ

고수나물, 무채무침, 가지나물, 버섯볶음, 깻잎김치, 메밀묵무침, 삼겹살구이..등으로 차려진 우리집 아침 밥상입니다.



아..어제 남편이 사온.. 햇마늘도... 오븐에 구웠어요..
군마늘도... 들큰하니 맛도 좋고..몸에도 좋다고 하거든요..
군마늘과 삼겹살을 같이 구으면 고기에도 맛이 배어서 좋아요.




느타리버섯도 마늘종과 떡볶이 떡을 조금 넣어서 볶아주었어요..
엿장으로요...
엿장 만들어두시면 너무 좋지요?
엿장 포스팅 ::
http://blog.naver.com/hwa1875/120072660585

맨 나중에 등장한 갈치구이..
노릇노릇..참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지요?

이제 먼 발치에서도.. 갈치구이까지 꽉 찬 아침밥상이 놓여졌네요...

보글보글 끓은 시래기 된장찌개도... 뚜껑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상이 그득하지만....그래도 온가족 함께 느긋할 수 있는 주말 아침이니깐...
모든 것이 다 용서됩니다.. ㅎㅎㅎ
비도 오고 우중충하지만.. 이렇게 든든하게 먹고나면.... 세상이... 참 아름답지요~~~
오늘 좀 길었어요..읽느라고 힘드셨죠? 전 쓰느라고 힘들었어요... ㅎㅎㅎ
주말 힘내서 잘 보내시고..가족들과도...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행복하게 잘 보내세요.. 오늘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리고...오늘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뛰는 태극전사들... 모두..힘내서 선전하고 좋은 경기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