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남편은 뒷뜰에 김치독을 묻고 싶어했습니다. 해마다 그냥 흘려 듣다가
"올핸 그럼 한 번 김치독을 땅에 묻고 김장을 해 볼까?" 했지요.
제가 어릴 땐 친정에서 해마다 김장을 2백포기 정도를 했어요.
당연히 땅속에 김치독을 묻었지요. 뒷뜰에 큰 광이 있어서 그 곳에
여러 개의 독을 묻었답니다. 추운 겨울에 김치를 꺼내면 살얼음이 얼어있지요.
김치말이도 해먹고 냉면도 말아 먹었어요. 붉은 갓이 들어가서
쩡~한 맛이 있고 배추와 무가 보라색으로 곱게 물들기도 했답니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김장김치를 담으며 내내 웃음이 납니다. 21세기, 그것도 뉴욕에서
김치냉장고도 아닌 재래식 방법으로 김치독을 땅속에 묻고 김장을 하다니...
제 평생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17년이 지나
드디어 김치독을 땅속에 묻었습니다.
어릴 때 11월이 되어 김장을 할 때면 집안이 시끌벅적했지요.
동네 아주머니들도 품앗이를 해서 거들고 일하는 언니와 함께 친정어머니는
2백포기나 되는 그 많은 김장을 하셨어요. 고기국을 끓이고 절인 배추와
양념속으로 보쌈을 해서 꿀맛같이 단 점심식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추운 날 추위도 아랑곳하지않고 집밖에서 배추를 절이고 씻고
그나마 배추속을 넣는 일은 따뜻한 방에서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추억의 저편에 있던 김장 풍경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이제서야 재현해 봅니다.
엊그제 친정어머니와 전화 통화 중에 김장을 하려고 뒷뜰에 독을 묻었다고 하자
친정어머니는 목소리에 생기가 돌면서 "야~ 재미있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 어머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께선 평생 그 많은 궂은 일들을 기쁨으로 해서
온 가족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고 섬겼던 거지요.
전 혼자서 하느라 좀 힘은 들었지만
왠지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김장을 담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저도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네요.
장독 주변에는 지렁이나 달팽이가 오지 못하도록 굵은 소금을 뿌렸고
장독은 두꺼운 비닐로 위를 덮은 다음 그 위에 흙을 덮었습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숙성시키면 맛있는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겠지요?
[뽀~너스] 김치 시리즈 총정리 (레써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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