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일찍 일어나는 가족들인지라... 주말이라 해도 6시에서 7시가 되면 주방을 어슬렁거리면서... 뭐 먹을 것 없나 뒤적뒤적하는 통에 주말에도 일찍 밥을 해야 합니다.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상에서의 습관의 힘이죠.
주말 아침는 좀 느긋하게 밥을 차리면 좋으련만.... 여전히 바쁩니다.
하긴 가족들 탓이 아니라... 제 탓이기도 합니다.
요즘 피곤도 자주 느끼고... 사실 예전보다 훨씬 잠자는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피곤하고..늦게 일어나거든요.
오늘 아침... 5시 반 눈이 떠졌지만, 그냥 또 눈을 감고 잤더니만 허걱~~ 6시 50분에 놀라서 깼거든요.
후다다닥~~~ 양치질하고 세수한 다음에 아침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면 갑자기 뭘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마련이죠.
아무래도 오늘은 삼겹살을 구워 먹어야 할까 봐요.
아는 친구 가족중에 고진교를 충실하게 믿는 가족이 있습니다.
고진교.... 이거 82쿡의 순덕이엄마님한테 배운 말인데요..고기진리교의 줄임말이라 합니다.
의외로 고진교 신도들이 주변에 맞긴 합니다만...저희집은 고진교 사이비 신도 정도 됩니다.
그 친구네는.... 제가 감자 한 박스만 사도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그거 어떻게 할려고.... 감자를 한 박스나 사냐구~~~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으면서 걱정스레 쳐다보곤 했어요.
자기네는 감자 한 봉지만 사도 내내 굴러다니다 싹이 난다고~~~
그럼 너네는 무슨 장을 보니? 했더니만...
우리? 우린 간단해...그냥 정육점에 가서 고기만 사면 된다고 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잔뜩 사다 놓고 그걸로 국 끓이고, 굽고 지지고 하면 다른 반찬 하나도 없어도... 얼마나 잘 먹는데...
아주 간편하고.. 할 일도 없고 좋아..
고기만 사다 든든하게 쟁여 놓으면 그걸로 식사 준비하는 사람의 역할을 끝이 난다는 거죠.
아하~~그런거니?
사실 고기를 구워 먹는 날엔 딱히 다른 반찬을 일일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깐 편할 것도 같기는 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고진교 열혈 신자가 아닌 관계로 고기 먹는 양이 많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제가 고기를 안 먹습니다..
단 한 점도~~
오늘은 오랫만에 삼겹살을 구울까 해요.
삼겹살구이에 어울릴만한 반찬 위주로 몇가지만 하면 되니깐 식사준비 시간도 단축되고...
온 가족 함께 있을 때 아무래도 고기는 구워 먹는 것이 좋으니깐 오늘 아침 메뉴로 삼겹살 구이 당첨인 거죠.
우선 얼갈이 배추 한단은 다듬어서 속잎으론 데쳐서 배추나물을 만들고요.
제가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배추 나물은 담백하게... 천연 맛소금과 다진 파와 마늘, 깨소금, 참기름만 가지고 무치면 됩니다.
천연 맛소금.. 이제 다 먹어가니..만들어야 하는데 언제 이 몸이 빠릿빠릿해질까요?

깻잎찜과 더덕무침, 꽈리고추와 느타리버섯을 함께 졸인 조림, 생강초절임도 있습니다..

올 2월 김장김치가 마지막 한 통 남은 걸 오늘 개봉해서 썰어 놓고....
요즘 어머니가 이거 은근히 밥도둑이네 하시면서 즐겨 드시는 김치찌개와 조기찌개...
삼겹살에 곁들여 먹을 양파 장아찌도 썰어놓고...

고기에 곁들일 쌈장도 준비하고요...
맛된장에 다진 파와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서 버무려 놓은 것입니다.
갖은 양념할 때 다진 파와 마늘의 비율은 대략 2:1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런 저런 반찬들을 도열해놓고...
아.. 노란 파프리카도 한쪽에 썰어 놓았어요.
고기 먹을 땐 야채도 함께 곁들여 먹는것이 더 좋다죠?

드디어 삼겹살이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졌습니다...

아침에 한 것이라곤 배추나물과 깻잎찜...그리고 삼겹살 구이뿐입니다...
아.... 따끈한 국물을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콩나물 넣고 황태국을 끓이기는 했어요.


고진교 열혈 신자라면 혼자 먹으면 충분할 고기이지만 저희집에는 이 정도의 삼겹살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계속 약간의 고기를 더 굽긴 하지만요~

돼지고기 먹을 땐 저희 집 깻잎이 필수이고요...
아까 배추나물을 한 얼갈이 배추 속대도... 쌈장에 찍어 먹으라고 조금 준비해 놓았어요.


계속 불판에서는 고기 굽고 있고요...
고기 굽는 날엔 가스레인지 대청소를 해야 하는 날입니다..
사방에 돼지 기름이 튀어서..... 난리 부르스죠~

기름진 삼겹살 먹을 땐 담백하고 시원한 황태콩나물국....
남편이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고 감탄을 하면서 먹은 국입니다...
좋은 재료를 좋은 맛을 냅니다.

고기를 다 구운 불판에... 저희 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치볶음을 합니다...
고기 기름이 배어서 그렇게 맛있다나 뭐라나 하면서 잘 먹곤 합니다.

바로 이렇게요...

삼겹살과 김치볶음, 쌈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오늘도 바쁜 남편과 큰 딸 아이는 운동하러, 데이트하러 나가고.....한 아이도 열공 모드...한 아이는 밀린 잠보충하기.. 어머니는.. 가장 큰 낙이신 TV시청... 전 이렇게 자판을 토닥토닥... 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