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좀 슬럼프인가 봐요.
일의 능률이 통 나질 않습니다.
밥상 차리기도 마찬가지~
신나게 일을 할 땐...
미리 스케치를 한 후에 밥상을 차립니다.
밑그림을 그린 다음에 제 밥상 노트에 간단하게라도...메뉴도 적어보고,
생각한 조리방법도 끄적거려놓고...
때론 어떤 재료가 냉장고에 있는데, 뭘 해야 좋을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
요리책이나 가지고 있는 요리 파일 스크랩을 뒤적거리다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고..
제 개인 컴퓨터에 요리 파일이 있는데
그 안에는 7~80개정도의 한글 파일이 밥반찬류, 일품요리, 두부요리 식으로 빼곡하게 정리된 제 파일이 있거든요.
그 파일을 열어서 이리 저리 돌려보면 아..오늘은 이거다 하는 게 있게 마련이죠.
제 소중한 정보 자료이고, 오랜 기간동안 차곡 차곡 정리해서 모아둔 요리 자료이며 레시피예요.
물론 이 안에는 요리에 관련되어 모든 자료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어요.
건강 식품이라든지, 식이요법, 가족별 기호음식 레시피도 들어있고요.
방송에 나가기 전에 사전수집한 자료 파일도 여러 개 있습니다.
이번에 MBC 오늘 아침에서 생강요리 세가지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사실 방송국에선 간단하게 생강술, 생강초절임, 그러고 또 다른 간단한 거 해주세요 했는데...
생강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도 다시 수집하고...
여성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생강이라는 주제에 맞게 뭘 하면 좋을까 하루 종일 고민하다...
생강술과 생강으로 만든 소스를 더 찾아내고 연구해서 4가지 생강소스 만들고...
생강초절임만 하면 좀 싱거울 것 같아서 생강초절임을 두가지로 한 다음에
그것을 이용한 생강초 주먹밥을 만들어야겠다...하고...
생강은 고기의 누린내도 없애주는 향신료도 많이 쓰이니깐... 생강을 이용한 고기요리를 뭘 하면 좋을까 생각했었죠.
그러다가...돼지고기와 새우젓을 이용한 돼지고기주물럭 완자와 생강을 연결시킨 거예요.
하지만 이것도...좀 더 생강과 어떻게 매치시키면 좋을까 연구했었죠.
그러다 생강으로 만든 편강이 떠올랐고...
편강에 떠오른 아이디어로 생강편을 소금과 설탕을 넣어 끓인 물에 끓이면
생강의 매운 맛도 제거되면서.... 간과 단 맛을 동시에 줄 수 있어서 좋잖아요.
그렇게 데쳐낸... 끓여낸 생강편을 물기 제거하고
감자 전분을 묻혀서 바삭하게 완자 옆에 놓고.. 완자랑 같이 집어 먹어도 돼지고기랑 무척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케첩 소스를 끓이다가 생강채와 파란 고추채를 섞으면
아.. 케첩의 빨간 색과 노란 생강, 파란 고추랑..색도 어울리고...
완자가 좀 퍽퍽하니깐 같이 곁들여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 이걸로 해야지... 싶었죠.
색감도 좋고.. 아이디어도 제 맘에 들었거든요.
여하튼... 이야기가 옆길로 살짝 샜네요..
밥상 차릴 때.... 요리책이나 파일에서 아이디어를 구하고,
이것을 메모해서 밥상 하나도 차리는 정성을 다할려고 하는 이야기였는데..
근데 요즘.... 그렇게 안 하고 마구잡이식으로 즉흥적으로 한지 꽤 되었어요.
이렇게 즉흥적으로 하면...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요...
늘 익숙한 것에만 하게 되고..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처럼 늘 같은 메뉴, 같은 조리방법을 벗어나질 못해요.
아마도...제 밥상을 처음부터 예의주시한 분들을 느끼실 겁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슬럼프에 빠졌어요.
좀 의욕도 줄어들었고요.
무엇보다 머리가 팍팍 안 돌아가고...
머리에는 이런 이런 일을 해야겠다 하는데..몸은 복지부동 그 자세 그대로입니다.
제가 이렇게 한번씩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어요.
잘 하다가도... 이런 침체기에 빠지면 한동안 아주 꼼짝을 못하고...
이런 상태가 사실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스스로 짜증도 많이 나요.

생각은 머리속에 많은데 몸이 안 따라가는 요즘..
부쩍 자주 끓이는 김치찌개, 김치찜입니다.
이건 사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눈을 감고 끓여도 끓일 수 있을만큼 익숙한 재료, 익숙한 조리방법이니까요.

생각대로 몸이 안 움직여질 때,
제가 잘 하는 것.....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긴다 어쩐다 하면서...
꽈리고추에 달랑 튀김가루 옷 입혀서 기름에 살짝 튀겨준 것...

김 구워서..... 부셔서...
간장, 설탕, 깨소금, 참기름 넣어서 무친 것.

더덕 쭉 쭉 찢어서...
고추장과 갖은 양념에 무쳐서 재운 것.
-이걸 어제는 참기름 약간 바른 팬에 구워서 더덕구이로 한 거구요.

새송이를 양배추채칼로 곱게 편으로 썰어서...
기름을 아주 조금만 두른..거의 마른 팬에..
천연 맛소금만 넣어서 볶은 새송이볶음.

누구 염장질하세요? 내지는 지금 자랑질이십니까?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몰라도..(사실 이런 글을 불편하게 여기실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글을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여지더군요..)
하지만 정말 아니구요.
제 스스로 느끼는 이 침체기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해서랍니다.
물론 이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넘어진 것도 자신이면.. 일어서야 하는 것도 자신이라는 것~
살다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삶의 주기속에는 승승장구할 때도 있고... 가파르게 침체할 때도 있고..
엄청 일을 많이 할 때도 있고... 때론 아무 일도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전 좀... 이런.....높낮음이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놓고 고백(?)하는 까닭도..
벗어나고픈 의지인 셈이겠지요?
절 다시 일어나게끔 채찍질 많이 해주세요.
그러셔야만 다시 예전대로 의욕적으로 레시피도 많이 올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료.. 레시피를 술술 가지고 가실 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