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제가 어제 보고, 아 이거다 싶었거든요.
며칠전부터 커스터드 크림빵도 먹고 싶었는데, 하기 귀찮아서 레시피만 냉장고에 붙여놓고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마침!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가는 케익이라니.. 이거 완전 딱이야, 하면서 만들었지 않겠어요.
어제는 남편이 출장갔다가, 회사에 들어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집에 좀 일찍 왔어요. 6시쯤요.
저녁 메뉴는 이미 끓여놓은 김치찌개..
그래서 밥만 전기밥솥에 안쳐놓고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가는 두가지 메뉴를 시작했지요.
(남편이 뭔 상관이냐 하면, 애 둘이 있거든요)
쌀 씻어 불리면서
커스터드 크림빵의 빵 반죽을 제빵기에 넣고 돌리기 시작.
스폰지케익 만들려고 계란 깨놓고 밀가루 채 쳐놓고서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르고
핸드믹서를 돌리면서.. 등등
완전 멀티태스킹이었지요.
스폰지케익 반죽 다 해서 오븐에 넣고, 밥 먹고요.
빵 반죽은 발효시키고 있었고요.
저녁 밥 다 먹은 후에, 스폰지케익 구워져 나온 것 꺼내서 식히고,
빵 반죽은 1차 발효 끝났길래 분할해서 중간발효 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커스터드 크림 만들고.
정말 눈썹 휘날리며 만들었어요.
뭐 그렇게 후다닥 다 마친 시각이 8시 30분.
뭐야, 나 왜 이렇게 빨리 잘하는 거야, 하면서 의기양양..
안믿어지셔요?
사진 한번 보세요...
요렇게 통통하니 예쁘게 빵은 잘 구워졌어요.
물론, 12개 만든 중에 5개는 크림이 삐져나왔지만...
그건 뭐, 크림이 덜 식었을 때 성형해서 그렇다고 나 혼자 위안하고.
그리고 저의 베이킹 의욕을 불러일으킨 보스톤 크림 파이를 쌓기 시작했지요.
무스링이 없어서 나름 머리 써서 호일로 대충 옆을 잡았어요.
바닥에는 그냥 크기 맞는 접시 놓고요.
가운데에 커스터드 크림 잔뜩 들어가 있는 것 보이시죠?
그리고 생크림+다크초콜렛 불에 올려 끓여서 (어.. 어... 혹시.. 전자렌지에 중탕이었나??? - 지금 드는 생각)
너무 뜨거울 때 부으면 모양새 안날까 싶어서 좀 식혀서 부었지요.
이 사진만 봐서는 아주 잘 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돼버렸어요.
무슨, 삼결살 구워먹다 남은 기름 굳은 것도 아니고...
사실은 케익에 가나슈를 부을 때부터, 이미 지방이 분리돼 있었어요.
그냥 붓고 보자, 지금 그걸 안부으면 어쩔거냐, 하고 가나슈 붓고,
냉장고에 하룻밤 재웠더니 저런 모양이 돼버렸지요.
지방이, 나 여기 있소, 하고 춤을 추고 있네요.
가슴은 미어지지만, 맛은 있더만요.
단면도 한번 보세요.
그냥, 만들자마자 먹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어제 저녁을 과식한 관계로.. 오늘 잘라서 먹었어요.
하여튼 초콜렛만 나오면, 저는 자괴감에 빠져요.
왜 이렇게 안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