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아마도 계속 될 듯하네요. 비피해가 큰 지역이 많던데.... 걱정스럽네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인데도... 속수무책인 것 보면... 자연앞에 인간은 참 무력해지곤 합니다.
물론 인재냐...천재냐를 두고 매양..... 책임공방전이 벌이지지만요...
이번 주말엔..... 괜스레..마음만 바빴던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주방 한켠에 써 붙인..이번 주말 해야 할 일들 적은 종이입니다.
가끔... 좀 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 제가 잘 써 먹는 건데요.
광고지 이면지에 해야 할 일들을 죽 나열해 놓은 다음에... 일 처리후..하나씩 지우는 겁니다....
다 지웠을 때의 그 뿌듯함...도 좋아서 이렇게 하지만...
이렇게 해 놓고...은근히... 저 스스로에게 압력을 주는 거지요.
이런 이런 일들이 있으니 게으름 부리지 말고 해라~~잉..하고요.
근데 오늘 아침에 힐끗 보니깐.... 지운 것보다 아직 미해결 상태가 부지기수....
지난 주말.... 제가 어떻게 보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사실...내일..어머니가 4년만에 외국 시누네 집에서 귀국을 하시는 날입니다.
저희 집에 계시거든요.
시누네가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어서 봐주러 가셧다가 오래 계신 거지요.
잠깐 다니러 오시긴 했지만..이번에는 연세도 있으시니 아예 귀국을 하시는 거구요.
그래서 비상이 걸린겁니다.. 할머니 방이 넓다고 큰 아이가.... 그 방을 썼다가 본 주인에게 되돌려주면서.... 아이들끼리 그럼 이번 기회에 방을 스와핑하자구... 의논을 했나 봐요.
준 이사수준입니다.
그래도 오늘까지 부지런히 하면 대충 치워지긴 할 것 같아요.
저 아래 사진에 보이시죠.. 이 와중에 아파트 반장까지 맡아서 하느라고 더 바빠요. 임기는 끝났는데 잘한다고..괜히 부추겨서 어거지로.... 6개월 더 연장중이거든요.
반상회 끝나고... 반상회에서 논의된 것들.... 그리고 건의사항들을 정리해서 붙여야 하고 ...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어차피 맡았으면 잘해보자는 신조인데다...
이번 달엔.... 복도에 방충망 좀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와서 설명하고... 의견취합하고..일이 복잡하네요.

그래서.... 오늘 아침도 대략 간단하게..... 두부만 굽고.... 연근하고 오이반찬만 하나 하고...대충 먹었어요.
남편까지... 도시계획때문에 이장해야 하는 문제로 고향 방문중이고 해서요...
다른 주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좀.. 성의를 가지고 상을 차려줄 때는... 떳떳하고.. 식사하세요.. 이 말 할 때도 자신감이 마구 생기는데...
그냥 대충 차려주는 이런 날엔... 밥 먹을래... 막 이럼서 비굴모드가....... 참..세상이치가 묘해요~~~
오늘 같은 날...사진 찍기도 싫지만 그래도 사람이 솔직해야지 하면서 찍습니다.

큰 아이와 막내..저 이렇게 셋이서.... 대충 차려진 밥을 대충 먹으면서 진지한 대화를 합니다.
얘..큰 애야... 내일 할머니 오시는데 뭘 해야 할까...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게 뭘까?
(참 이럴 때 난감합니다.... 저희 어머니 좋아하시는 반찬종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 있죠? 이건 저희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각각 좋아하는게 뭐드라..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몇가지 외엔 딱 막혀버리더라구요... 이래서.... 오죽하면 가족들 기호메뉴표를 별도로 작성해놓았겠어요. 그 표 만들면서 곰곰이....연구한거죠... 잘 생각하고... 물어보고 하면서 관찰하니깐.... 알게더라구요... 평소에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근데.. 이 표 어머니 안 계실 때 만든 거라..어머니는 빠져있어요. 다시 어머니 기호메뉴를 연구해야 할 필요가 생긴거죠.)
아이들이 분분히 의견을 내놓습니다.
외국에선 아무래도 고기를 많이 드셨을테니깐...다른 걸 해드려야 할텐데..하는 제 말에...
아냐...할머니 의외로 고기 좋아하셔.... 큰아이 적극 주장합니다.. 그런가?
막내도....동참합니다.
병어에 감자 넣고... 찌개 끓이면 어때요?
야~~~ 그건 니가 좋아하는 거잖아.. 큰 아이가 막내에게 따집니다...
그런가...흐흐흐.. 막내 비식 웃고 맙니다.
그럼... 낼 초복인데 삼계탕 끓이세요. 막내가...
불고기랑 잡채랑.... 구절판이랑.. 그냥 엄마가 알아서 하세요. 할머니가 다니러 오시는 것도 아니고 이제 맨날 볼텐데 뭘 걱정이세요...~~~ 큰 딸아이가...
결국은 제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을...... 의논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함께 웃고 떠드는 것..그게 가족이지요.
제 기억속에....
어머니는 초겨울...생미역을 살짝 데쳐서 쌈 싸서 드시는 걸 참 좋아하시고.... 굵은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서 드시는 것도 좋아하시고, 된장, 나물종류를 참 좋아하시지요.
종부이셨던 저희 시어머니..음식솜씨도 좋으시고.....
누구라도 집에 오면...따뜻한 음식을 정성껏 지어서 먹이는 걸 참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제 블러그에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집에 파출부 아주머니를 불러서 일을 시키실 때도... 당신은 찬밥을 먹어도....꼭 따순 밥을 지어 먹이시는 분이라 첨에는 솔직히 좀 이상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옳으셨다는 걸... 생활속에서 많이 깨달고 있습니다.
여하튼... 전 내일 저녁 메뉴를 신경써서 짜야 합니다....

이건... 팁 하나~~
저희 집 아이들... 기특하게 행동하는 것중 하나인데요.
과자 먹고선 분리수거하는 비닐... 그냥 구겨 버리지 않고.. 얌전하게 접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주면... 쓰레기 부피도 줄어들고... 깨끗하게 보여서 쓰레기인데도 불구하고 이뻐 보이지요.
제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해놓아서... 참 좋아요.
아직 어린 아이들한테는 한번 시켜 보세요.
과자 봉지 .... 다 먹고나선... 이렇게 접어주면 어떡겠니.. 하고요.
엄마 일이 확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