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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친정엄마 놀이

| 조회수 : 8,892 | 추천수 : 40
작성일 : 2009-01-20 00:22:37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어요. 나이차는 상당히 나지만(8-9살 정도?).
그집 부부도 우리 부부도 모두 같은 동호회 출신(?)이라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가까운 곳에 살게 되면서 더 친해지게 된거죠.
저희는 만나면 서로에게 종이봉투를 먼저 건네요.  
그건 내가 만든 빵이나 과자일 때도 있고, 고추가루나 반찬거리일 때도 있고, 소소한 살림도구일 때도 있고,
책이나 화장품, 옷... 종류 불문하고 서로에게 주고 싶은 걸 주는 거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된 소소한 선물 주고받기를, 저희는 '친정엄마 놀이'라고 불렀어요.


제 친정엄마는 오래된 지병으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세요.
나이가 드시면서 기력마저 없어지니까 음식하시기가 점점 힘드신가봐요.
그래도 우리 식구들끼리 밥 먹을 땐 괜찮았는데, 제가 결혼한 후 '김서방'의 존재를 참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구요.
밥이 질거나 될까봐, 국에 간이 안맞을까봐, 반찬이 너무 짤까봐... 이제 식구된 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늘 걱정이세요.
보는 저도 마음이 아파요. 실제로도 엄마 음식솜씨가 예전같지 않은 걸 봐야하니까요.
그래서 친정에 놀러 갈 때면 외식을 많이 했어요. 엄마 음식 걱정 덜어드리려구요.
착하고 살뜰한 딸이 못돼놔서, 결혼 전엔 엄마 아빠 모시고 외식도 거의 못했거든요.
결혼하고 나서야 부모님 모시고 맛집 찾아다니니, 늦었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하도 밖에서 먹는 음식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으니, 엄만 또 사위에게 그런 거 먹이는 게 미안하신 눈치에요. ^ ^;;
사실 김서방은 아무 생각 없는데, 엄마 혼자 고민이신거죠. ㅎㅎㅎ


그래서 지난 주에는 반찬을 만들어 가기로 맘을 먹고, 이것저것 만들었어요.




봄동 겉절이에요. 히트레시피에 있는 겉절이 레시피 따라 했어요.
액젓과 고추가루 조금 줄여서 만들었는데, 제 입에 딱 좋았어요.




메추리알 장조림이에요. 보라돌이맘님 레시피에요.
장조림에 들어간 표고가 참 맛있어서, 이번엔 표고버섯 많이 넣고 만들었어요.
레시피가 어딨냐고 물으신다면,
여기-->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ff&ss=...





돼지고기도 한근 반, 간장 양념에 재워두고,  





브로콜리는 살짝 데치고,




해파리냉채는 제가 먹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해파리 손질은 '한상 차림' 보고 따라했구요, 소스는 하나님 레시피에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 추가해서 만들었어요.




된장찌게 끓여먹으려고 버섯과 달래도 챙기고,
나중에 구워드시라고 갈치 몇토막 넣고,
하나로에서 3,900원짜리 수박을 팔길래 두개 사서 하나는 우리 먹고, 하나는 가져다 드렸어요.



이것저것 챙겨서, 가벼운 맘으로 친정엘 갔어요.
그런데 엄마가 참 맛있게 드시면서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생전 그런 말씀 안하시던 분이, '딸 옆에서 살면서 매일 이런 거 먹으면 좋겠네~' 이런 말씀까지 하시고.
그런 엄마를 보니, 그동안 못해드린 게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아휴. ㅠ.ㅠ
엄마는 알콩달콩 살가운 모녀사이를 늘 원하시는데, 아빠 성격을 닮은 저는 평생을 엄마 기대에 못미치는 딸이었어요.
저도 어린 나이도 아니고, 성격을 고칠 수는 없겠지만, 흉내라도 좀 내보려구요.
앞으로는 엄마랑도 '친정엄마 놀이' 자주자주 해보려구요. ^ ^;;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화양연화
    '09.1.20 12:39 AM

    내가 어렸을 때의 엄마처럼 제가 큰(늙은..?) 지금은 그때 엄마가 할머니 진지를 챙겼듯이 엄마한테 친정엄마 놀이 해드려야죠..
    어쩌다 한국에 들르면 날짜를 딱 잘라 반이거나 그 이상은 시댁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엄마한테 밥도 제대로 못해드리는데..미로님 부러워요..ㅠ.ㅠ
    "딸옆에서 살면서 매일 이런 거 먹으면 좋겠네~'이런말,친정엄마한테서 들으면 이렇게 가슴뭉클하고 눈가가 뜨거운데..시엄니께서 하시면 왜 가슴이 뭉클을 지나 숨이 턱 막혀 올까요..ㅡ,.ㅡ;;

    돌아오는 2월 5일이면 저도 한상차림을 받을 수 있답니다^^설날 쇠러 한국 간 친구가 들어다 준댔거덩요~삼주만 목 빼고 기다리면 저도 따라쟁이 놀이 할 수 있을까요^^?

  • 2. miro
    '09.1.20 12:45 AM

    나이가 이렇게나 들도록 엄마한테는 왜 받을 생각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참 못된 딸이에요.
    살아계실 때도 이렇게 후회되는데, 나중엔 어쩔라나 모르겠어요. 맨날 잘해야지 다짐만 하고. ㅠ.ㅠ

    화양연화님의 책은 어찌됐을까 궁금했어요. 잘 됐네요! 화양연화님 주소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ㅎㅎㅎ

  • 3. 델몬트
    '09.1.20 10:41 AM

    철 들었나봐요. ㅎㅎㅎ. 앞으로 자주 하시면 되죠 뭐,,,, 친정어머니 너무 행복해하셨을것 같네요.

  • 4. Highope
    '09.1.20 10:51 AM

    miro님 정말 잘 하셨어요.
    저 지금 엄마 생각하다가 miro님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다시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되었어요.
    저도 올해부터는 더욱더 엄마와 많은 시간을 갖는 딸이
    되어야 겠어요.

  • 5. 나루나루
    '09.1.20 12:10 PM

    이글 보니 갑자기 눈물이..ㅠ.ㅠ~~ 님 정말 잘하셨어요... 우리가 자식한테하는것 반에반에 반만이라도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부모님 정말 행복하실거 같아요... 저 반성하고 갑니다...

  • 6. 타미
    '09.1.20 5:33 PM

    전 아직 결혼 안했는데도 마음이 짠하네요.
    어머니 이번에 다리를 다치셔서 고생이신데, 얼른 퇴근하고 집에가서 맛있는 거 해드려야 겠어요.
    어제는 두부김치와 보쌈 해드렸는데, 어렵지도 않은 음식 딸이 했다고 신나하시더라고요.
    효도해야겠어요 정말 :D

  • 7. 훨~
    '09.1.20 9:44 PM

    저도 보고 감동했어요.우리부모님....생각이나요......ㅠ.ㅠ;;

  • 8. 내가사는세상
    '09.1.20 11:32 PM

    친정엄마 놀이... 맘이 짠~~ 해지네요..

    이번 설에는 저도 한번 해봐야 겠어요.. 엄마도 연세 있으시니까 이제 예전같지 않더라구요

  • 9. miro
    '09.1.20 11:32 PM

    우리 다같이 반성만 하지말고 진짜로 효도하기로 약속해요! ^ ^;;;

  • 10. 이감자
    '09.1.21 12:24 AM

    친정엄마놀이에 저도 도전이 됩니다. 미로님 정말 멋져부려~요^^*

  • 11. 결비맘
    '09.1.21 3:08 AM

    제목 읽으면서.. 뭘까?? 생각했는데.
    짠하네요.

  • 12. 상큼마미
    '09.1.21 1:34 PM

    착한따님이십니다^^

    살아 생전에 물한모금 떠 주는게 효도라고 생각해요.

    살아계실때 우리 부모님께 잘 합시다!!!!!!!

  • 13. 미리내
    '09.1.21 1:38 PM

    님에 예쁜 마음에 저또한 마음이 믕클합니다

  • 14. 도전짱
    '09.1.21 5:34 PM

    참 훈훈해서 잠수회원이 첨으로 글 남겨요^^
    어머니가 참 좋으셨나 보네요.
    메추리알 장조림 정보는 저도 유용하게 쓸께요^^

  • 15. 야옹조아
    '09.1.23 1:23 AM

    돌아가신 친정엄마께 넘 죄송하네요..
    엄마입에맞게 나물한가지 못해드린 철없는딸이였네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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