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집 부부도 우리 부부도 모두 같은 동호회 출신(?)이라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가까운 곳에 살게 되면서 더 친해지게 된거죠.
저희는 만나면 서로에게 종이봉투를 먼저 건네요.
그건 내가 만든 빵이나 과자일 때도 있고, 고추가루나 반찬거리일 때도 있고, 소소한 살림도구일 때도 있고,
책이나 화장품, 옷... 종류 불문하고 서로에게 주고 싶은 걸 주는 거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된 소소한 선물 주고받기를, 저희는 '친정엄마 놀이'라고 불렀어요.
제 친정엄마는 오래된 지병으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세요.
나이가 드시면서 기력마저 없어지니까 음식하시기가 점점 힘드신가봐요.
그래도 우리 식구들끼리 밥 먹을 땐 괜찮았는데, 제가 결혼한 후 '김서방'의 존재를 참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구요.
밥이 질거나 될까봐, 국에 간이 안맞을까봐, 반찬이 너무 짤까봐... 이제 식구된 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늘 걱정이세요.
보는 저도 마음이 아파요. 실제로도 엄마 음식솜씨가 예전같지 않은 걸 봐야하니까요.
그래서 친정에 놀러 갈 때면 외식을 많이 했어요. 엄마 음식 걱정 덜어드리려구요.
착하고 살뜰한 딸이 못돼놔서, 결혼 전엔 엄마 아빠 모시고 외식도 거의 못했거든요.
결혼하고 나서야 부모님 모시고 맛집 찾아다니니, 늦었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하도 밖에서 먹는 음식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으니, 엄만 또 사위에게 그런 거 먹이는 게 미안하신 눈치에요. ^ ^;;
사실 김서방은 아무 생각 없는데, 엄마 혼자 고민이신거죠. ㅎㅎㅎ
그래서 지난 주에는 반찬을 만들어 가기로 맘을 먹고, 이것저것 만들었어요.
봄동 겉절이에요. 히트레시피에 있는 겉절이 레시피 따라 했어요.
액젓과 고추가루 조금 줄여서 만들었는데, 제 입에 딱 좋았어요.
메추리알 장조림이에요. 보라돌이맘님 레시피에요.
장조림에 들어간 표고가 참 맛있어서, 이번엔 표고버섯 많이 넣고 만들었어요.
레시피가 어딨냐고 물으신다면,
여기-->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ff&ss=...
돼지고기도 한근 반, 간장 양념에 재워두고,
브로콜리는 살짝 데치고,
해파리냉채는 제가 먹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해파리 손질은 '한상 차림' 보고 따라했구요, 소스는 하나님 레시피에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 추가해서 만들었어요.
된장찌게 끓여먹으려고 버섯과 달래도 챙기고,
나중에 구워드시라고 갈치 몇토막 넣고,
하나로에서 3,900원짜리 수박을 팔길래 두개 사서 하나는 우리 먹고, 하나는 가져다 드렸어요.
이것저것 챙겨서, 가벼운 맘으로 친정엘 갔어요.
그런데 엄마가 참 맛있게 드시면서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생전 그런 말씀 안하시던 분이, '딸 옆에서 살면서 매일 이런 거 먹으면 좋겠네~' 이런 말씀까지 하시고.
그런 엄마를 보니, 그동안 못해드린 게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아휴. ㅠ.ㅠ
엄마는 알콩달콩 살가운 모녀사이를 늘 원하시는데, 아빠 성격을 닮은 저는 평생을 엄마 기대에 못미치는 딸이었어요.
저도 어린 나이도 아니고, 성격을 고칠 수는 없겠지만, 흉내라도 좀 내보려구요.
앞으로는 엄마랑도 '친정엄마 놀이' 자주자주 해보려구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