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빛 바다와 열대우림 사이로 지는 석양...
거기다... 개인 풀장이 있는 럭셔리 풀 빌라
크~ 말만 들어도 좋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휴가지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데,
결혼 이후로 럭셔리 풀 빌라보다 편안한 휴가지가 생겼습니다.
기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그곳은...
바로 “친, 정” 입니다.
며칠 전에 감기 몸살에 걸렸어요.
미열이 나면서 마디마디가 쑤시는 거에요.
누가 머리채라도 쥐고 흔드는 것처럼 머리 뿌리가 욱씬욱씬~
아이 키우느라 아플 틈도 없었는데 백일 지나고 7kg이 넘어가니 긴장이 풀렸던 듯...
몸이 아프니까 걱정부터 되더라구요.
애한테 옮으면 안 되는데 싶기도 하고,
아프면 애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겁도 덜컥 나고...
그래서 초장에 잡으려고 친정으로 요양 다녀왔어요.
(되게 먼 곳 같지만, 저희 집에서 차로 30분...^^;)
말 통하고 음식도 입에 맞고 얼마나 좋습니까?
이틀 동안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편하게 있었더니 감기 뚝!
게다가 면세점 쇼핑보다 실속 있고 알찬 카트~

호박은 텃밭 가꾸시는 엄마 친구 분께서 첫 수확하신 것.
배는 갈아엎게 생긴 과수원 배 100박스를 저희 엄마가 팔아드렸대요.
직접 나선 것은 아니고 필요하다는 곳과 연결...
그랬더니 답례라고 한 박스 가져오셨다네요.
그렇게 선물 받은 배라서 그런지 올해 먹은 것 중에 당도 최고!!!
카트에 가득 찰 정도로 많았는데 오는 길에 심심할 때 깎아 드시라고 경비아저씨 드리고,
친정이 제주라서 겨울마다 맛 좋은 귤을 얻어먹는 104호 아주머니도 좀 드리고...
그랬더니 카트가 할랑해졌어요. ^^
배가 풍년이라 난리라는데 많이 좀 구입하셔서 배 즙 내려드세요.
저희 집도 냉장고에 비축해 두었습니다.
말린 도라지넣고 내리면 더 좋아요.
감기 예방 겸 웰빙 음료~
봉지로 되어 있는 밤은 공주가 친정이신 엄마 친구 분 께서 주신 것.

밤이 얼마나 큰지 깎을 맛이 나네요~
자잘한 것 깎을 때는 성질 버려요...
인건비도 안 나올 정도로 알맹이가 작다니까요. -.-;

여린 아욱.
호박 키우신 아주머니께서 주신 것.
쌈 싸먹고 싶을 정도로 야들야들~

엄마가 쑤어준 묵.

찌그러질까봐 그릇째 -.-; 싸주셨네요.

뒤집어보니 탱글탱글한 게 아주 잘 됐어요.

먹고 남은 김밥도 싸왔어요.
집에서 만든 김밥을 얼마 만에 먹어보는 건지...ㅠ.ㅠ

냉장고에 두었다가 계란 입혀서 김밥 전 해 먹었어요.
초간장에 찍어먹는 센쓰! (느끼할 수 있거든요)
이럴 때 현석마미님 장아찌 간장 활용하면 좋지요.

역시 먹고 남은 전복죽
원래 음식 싸줄 때 락앤* 통 활용하는데 언니랑 저... 거기다 막내 삼촌네까지 반납을 늦게 하는 바람에 모두 비닐로 대체...

집에 와서 데워먹었어요.
오늘 저희 아파트 단수였는데 김밥전과 전복죽으로 포식했습니다.
물에 손 한 방울 안 묻히고~

남은 전복도 싸왔어요.
두 딸이 쓸고 간 친정에는 풀 한포기 남아있지 않다는...^^;
이거 껍질째 냉동해도 괜찮은가요?
바로 해 먹을 게 아니라서 어쩔까 하다가 통째로 냉동에 집어넣었는데...
그런데 조놈을 어떻게 잡아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요?

요거는 시래기 된장국.
통도 없는데 제가 퍼 담은 것.
된장국 같은 건 맛이 확실히 달라요.
가슴 깊이 전해져오는 고수의 맛. ㅠ.ㅠ

덕분에 아침을 아주 편하게 차렸네요.
이제 조금 밖에 남지 않아서 슬퍼요...
된장국 맛이 갑자기 깊어지는 이유, 남편은 모를 꺼야.
하지만 이젠 알겠죠.
제가 끓인 거라고 뻥쳤는데...-.-;
“신은 모든 딸들과 함께 할 수 없어 친정엄마를 보내셨다.”
결혼하고 더 절감되는 말입니다.
엄마, 고맙고 또 감사해요.
물론 사랑도 하죠~
얼굴 보고는 차마 못 하는 말... ^^;
p.s: 혹여 친정엄마가 옆에 안 계시다면,
그 자리는 신께서 함께 하십니다......
p.s 2!:
교육이 필요한 저희 신랑...
감기 몸살이 오기 전에 잠깐 우울한 타이밍이 있었어요.
아기띠를 하고 집안을 왔다갔다 하는데 갑자기 너무 외로운 거에요.
혼자 섬에 갇힌 듯...
(애랑 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말이 통하는 녀석은 아니잖아요...ㅠ.ㅠ)
그래서 남편에게 오늘 너무 힘들고 우울했다고 말했더니
“그럼 주말에 OO(시댁)에서 하루, XX(친정)에서 하루 자고 올까?”
이러는 거에요.
공평한 처사이긴 하지만, 뒷말보다 앞의 말이 더 크게 들리는 법이잖아요.
“우울하다고 시댁에 가는 미틴 * (삐~! )이 어딨냐?” 하고 흥분을 했더니
자그맣게 “아니, 거기 가면 애는 봐주니까...(깨갱 모드)"이럽니다.
에휴...
남자들은 정말 몰라요~
그렇다고 시댁 가서 하는 일도 없는데...
여튼지간에 가깝고도 먼... 시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