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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저는 김치가 어려워요

| 조회수 : 4,235 | 추천수 : 25
작성일 : 2006-11-26 12:39:06
결혼 17년차, 4학년 7반입니다.
이 나이에, 간혹 물김치는 담가 봤지만 배추김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십수 년간 직장 다니느라 시어머니가 살림 맡으셨고
이후 분가를 하셨어도 장 담그거나 김장할 땐 늘 오셔서 해주셨지요.
저는 그냥 준비 담당, 설거지 담당.

그런데 작년에 척추수술을 하시고 김장이 어렵게 되었는데
어쩌다 통화하게 된 안동의 도산매실 아지매가
"그럼 내가 해주까? 내 할 때 쪼매 더 하지뭐." 하시길래 염치없지만 냉큼 받아먹었죠.
뭐, 나도 매실 파는 데 기여한 바 있으니
그 정도는 받아먹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 삼고....

그 김치는 정말 이상했어요.
첨에는 별맛 안 나더니 날이 갈수록 맛이 살아나는 거예요.
설에 차례 지내러 오신 친척들이 환성으로 드시더라구요.
아마 고향맛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젓갈보다는 원재료 맛을 살릴 줄 아는 아지매 손맛이었던 것 같아요.
그분이 운영하시는 민박집 반찬 맛이 그래서 그랬구나, 느낄 수 있었지요.

하여간 작년엔 그렇게 넘어갔고,
올해는 어쩌나, 걱정이 늘어지는데 시모께서 어제 전화를 하셨어요.
오늘 김장할 건데 와서 좀 가져가라시는 거예요. 아싸~
하필 남편 중국 출장 가는 날이어서 준비해주고 나니 11시.
태백에서 온 나물 두어 덩이에다 꿀 든 봉화사과 몇 알 싸서 길음동까지 가니 점심 시간도 넘었지요.

"며느리 온다고 형님이 신경쓰시길래 내가 나가서 사왔어."

시숙모님의 돼지고기 수육 맛은 아주 구수했어요. 배추에 싸서 배불리 먹었지요.
이래저래 오후나 되어서 버무리기 시작했는데
두 분이 이쪽저쪽에서 분주하신 동안 저야 뭐 수다 떨며 거드는 시늉 정도....

" 광파오븐 생겼어요. 담에 오시면 어머니 좋아하시는 빵 구워드리께요."
-----며느리 덕에 수제빵 먹어보겠네.

" 엊그제 친정아버지 제사였는데 어쩐지 가기 싫어 애비만 보냈더니 맘이 불편하네요.
우리 시누들은 거의 안 오는데 난 왜 이리 소심한지 몰라."
-----그게 맏이란 거다. 맏이 맘은 그런 거야.

" 어머니 아들이 그러는데,
시어머니한테 오만 가지 이야기를 다 전해서 자기 욕먹게 하지 말고 자기 흉 될 이야기는 빼고 말하라고 눈을 부라리대요?
저는 친정 엄마도 안 계시는데 그럼 누구한테 얘기해요?"
-----내한테는 다 얘기해도 괜찮다.

며느리의 여우스런 수다를 들어가며 두 분은 저희 먹을 것 먼저, 굴 넣은 속 넉넉히 버무려서는
비닐에 꼼꼼히 포장하여 배낭에 양껏 넣어 주시면서
해지기 전에 어서 가라시는 거예요.
운전도 못하는 며늘, 짊어지고 수원까지 갈 일이 걱정이신 거죠.
집에 와서 잘 도착했다 전화드리니 걱정하신 듯,

" 아이구 고생했제? 우리는 인제 끝났다."
" 별로 고생 안하고 잘 왔어요."
" 그르나? 우리 며느리 마이 컸네! "
" 크..."

좀 모자라겠지만 올해는 그럭저럭 넘어가게 생겼어요.
울 시엄니, 김치를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사셔야 할 텐데....

그동안 김치도 못 담그는 주제에 잘난 척한 저를 보고 살림꾼이다 생각하셨던 분들,
속았단 생각 드시지요?

" 죄송합니데이~"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버럭이네
    '06.11.26 12:56 PM

    저도 김치가 넘 어려워요
    낼모레면 오십인데 다른건 다 선수인양 흉내도 내보고 잘난체도 해보는데 김치..그건 안되겠데요
    속깊은 시어머님과 친지에 따뜻한 며느님.
    양쪽 부모님다 계시지않고 친지도 별로없는 나같은 사람은 그댁 사시는 모양새가 내심 너무 부럽네요

  • 2. yuni
    '06.11.26 1:00 PM

    저도 20년 넘게 유부녀인데도 배추김치가 제일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
    다른 김치는 흉내를 내겠는데 그노무 배추김치의 깊은맛이 영 안나요.
    올해도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야하네요.

  • 3. 안나돌리
    '06.11.26 1:11 PM

    얌치없는 소리해도 될런 지...요?

    저도 시집와서 김치를 늘 시어머님이
    담그셨어요..
    그러다가 한동안 어머님이
    맞벌이 시동생 아이를 봐 주러 가셔서
    제가 김치를 담그었죠~

    근데 어찌 된 것이
    제가 담근 김치가 더 맛있는거얘요~
    요즘도 식구가 없어 어쩌다 조금
    사먹기도 하는 데~

    남편 부탁이 김치만큼은
    꼭 저보구 담그라구~
    저도 제가 담근 김치를
    참 맛있다 하고 먹으니~
    너무 얌치없는 댓글이지요? ㅎㅎ

    근데..
    정말 왜 내가 담근 김칙
    왜 맛있는 지..저도 모른다는~~ㅋㅋ

  • 4. 강금희
    '06.11.26 1:15 PM

    ㅋㅋ 돌리대장님 부러워요.
    사진 솜씨, 늘 침 흘리며 보고 있습니다.

  • 5. 강혜경
    '06.11.26 1:42 PM

    전 아예
    도전도 안해보고 있는데....신혼때...겁업이 백김치랑 배추김치 두포기로 씨름한 이후~~~
    그냥 친정엄마꺼 얻어다 먹느라고요~~~

  • 6. lyu
    '06.11.26 6:49 PM

    담을 때 마다 같은 맛이 나오지 않으니 저에게도 김치는 어려운 과목입니다.ㅜ.ㅜ

  • 7. 손정희
    '06.11.26 11:30 PM

    저도 오늘 적은 양이지만 김장 담궜는데 맛이 어떨지 무척 걱정입니다.. 요기에 나오는 산들바람님의 레시피대로 했는데 자꾸만 김치만 바라보게 되네요.. 강금희님 시어머님께 참 잘하시네요.. 저도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어머님께 딸같은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어요.

  • 8. 카라
    '06.11.27 10:20 AM

    강금희님한테 깜빡 속은 것을 아뢰야하겠기에 힘들게 로그인했어요
    잘 계시지요?
    금희님 덕분에 잘 담구어진 매실액!
    우리집 효자노릇 톡톡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금희님 말씀대로 진짜로 진짜로 살림꾼...살림의 대가..인줄 알았는데 깜~빡 속았네요...ㅋㅋ
    시모님 넘 부럽사와요...

  • 9. 푸름
    '06.11.27 11:25 AM

    ㅋㅋ 저도 담을때마다 다릅니다.
    어쨋든, 김치담가주시는 친정엄마같은 시어머니 계셔서 좋으시겠어요.
    전 도움의 손길이 없네요 ㅠ.ㅠ
    직장다니면서 아싸~ 하고는 핑계김에 사다먹었죠^^ 물론 까다론 울 식구들, **집만 애호합니다.-.-;;;
    근데 이게 이게 겨울이되면 김치 사다먹기가 구차한겁니다.
    그 맛있는 김치찌개, 김치국, 전, 만두, 볶음밥.....다 해먹기는 김치 너무 비싸요ㅠ.ㅠ
    82보면서 필받아서 절인배추 주문했습니다.........사고친거죠....잘...되겠죠?

    살림꾼인 강금희님께도 이런 아킬레스건이 있다니....
    왜 전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요? ^^

  • 10. 열쩡
    '06.11.27 11:43 AM

    신혼초에는 김치 많이 주시면
    터질듯한 냉장고 보면 화나고
    입에 안맞는다 투정하고 그랬거든요
    서너번 김치 만들어보고는
    그런 생각 쏙 들어갔어요
    주시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들고 오구요,
    김치가 냉장고에 가득하면
    진짜 든든합니다.
    김치만큼은 얕은 꾀로 안되는거 같아요.

  • 11. ebony
    '06.11.29 1:58 PM

    저는 김치는 원래 어려운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에요.^^;;
    엄마와 가사를 분담하고 있는 처자인데요,
    김치나 장아찌, 장류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엄마 담당이랍니다.
    매일 옆에서 보면서도 엄두가 안 나는 게 김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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