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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 이야기

| 조회수 : 1,364 | 추천수 : 1
작성일 : 2025-08-23 06:02:59

엄마랑  한번도 밤새우며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를 도란도란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만약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면  엄마옆에 누워 엄마손 꼭 잡고  엄마의 양담배장수 시절  겪은 많은  일들을 듣고 싶습니다.


공무원의 9남매 셋째로  태어나 일찍 시집간   언니 대신  집안의 큰말이 되어 
외할머니의 오른팔이었던  엄마. 엄마의 13살부터  20살까지 고단한삶을  엮어볼까합니다.

 

6.25 사변이 일어났을때  엄마는 13살이었어요.  외할아버지는  공무원 이셨는데  바람나서 첩과 살고 있었고  외할머니와 남매들은  꼼짝없이 굶어야할 날들이 많았어요.


그때  엄마가  할머니께 말했어요. 목에 매는  가판대  하나  만들어달라구요.
밑에는 비밀칸도  있는  
가판대를  만들어주자 목에 매고  13살 소녀는  담배를  팔러 나갑니다. 


어린소녀가  파는  담배는  생각보다
잘팔립니다.

아줌마들이나  소년들의 텃세도 있었지만 
13살 소녀를  일부러 기다렸다  사는 단골도  생겼습니다.  


아래 비밀칸에 들키면  무조건  경찰서 끌려가는  양담배도  숨겨놓고  팔았다고 해요.

 

장사시작한지  10달 
공무원월급 3배쯤  되는 돈을  매달  할머니께 생활비로  드릴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13살  소녀는  중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엄마  이제 장사 그만하고
중학교  갈래요.
그러자 할머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동생들 학비랑  생활비 나올데가  없다 
중학교 가는대신  그냥 계속  담배 장사하면 안되겠니 하며
엄마 손을 잡고
중학교 포기를  애원하셨대요.

 

소녀는  중학 교복 입고  학교 가는대신 목판을  목에 매고 대구역 앞으로 매일  나갔어요.
그러다 전봇대에  붙여진
남산여중고 야간  모집  공고를 봤대요.
그날  목판을 집에두고 
남산여중  교장실 문을 두드리며 엄청 떨었다고 합니다. 벌써 4월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은  늦어도  상관없다
오늘 저녁부터  다녀라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날로 군용담요를  사서

 교복을  대충  만들어입고
엄마는 낮에는  담배팔이
저녁에는 야간 중학교 학생
야간 고등학교  학생으로
더 열심히  열심히 돈도 벌고 학교도  잘다녔다고 합니다.

 

엄마의  소녀시대는 
엄청  많이 달리기를 한 추억밖에  없었대요.
단속이 떴다하면
무조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어요.
엄마 목판에
엄마 식구들의 목숨줄이 달려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살아서
돌아오시면
옆에 누워
손 꼭잡고
13살  어린아이
식구 먹여살리려고 
기운차게  일어났던 용감한  아이한테  말해줄래요.

  엄마  넘  고생많았어요.
앞으로도  제엄마로 
고생많으실꺼지만
그래도  65세  짧은생
보람되게 사실꺼예요.

 

어린양담배 팔이 소녀
우리 엄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하수
    '25.8.23 6:16 AM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멸치우거지국입니다.
    얼갈이 한단으로 온식구 이틀은 먹을수 있는 영양만점
    국이죠. 그시절엔 시장 한켠 배추 사가고 버린 겉잎을
    주워오면 끓여주셨어요.

    맨위의 사진은 제가 학교 웅변대회 나가게 되자
    엄마가 밤새워 만들어준 원피스보여드릴려고
    올렸어요. 뭐든 뚝딱 뚝딱 잘만드는 엄마였어요

  • 2. 바디실버
    '25.8.23 7:21 AM

    '엄마 이야기'
    그 분이셨군요.
    은하수님 반가워요.
    그리고 고마워요. 글 이어 주셔서

    기다렸어요.
    크고 작고 사연은 있지만 이렇게 글로 풀어가긴 쉽지 않은데 존경스럽습니다.

    맨 윗 사진은 클릭하니까 다 보여요.
    꼬마 은하수님♡

  • 은하수
    '25.8.23 7:39 AM

    기억하시는 분이 계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해외 한달살기중인데
    유유자적 쉬면서 글을 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이야기는 몇개 더 있어요.
    살아 있을때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게 한스럽습니다.

  • 3. 요리보고
    '25.8.23 7:48 AM

    13살 아이가 어떻게 그런생각을 했을까요?
    또 학교가야겠단 생각에 교장실도 찾아가고…
    사업실패로 포도나무집 잃었지만 이런엄마라면 다시 일어나셨을꺼 같아요! 진짜 존경스런 삶을 사셨네요. 조금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왜이리 빨리가셨나요 ㅠㅠ

  • 은하수
    '25.8.23 10:09 AM

    엄마를 아는분들은 하나같이
    아까운 사람이 너무 일찍 떠났다고
    말을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엄마가 몸이 약해서 친할머니집이랑 큰이모집 외가집 이렇게 세군데 떠돌며 살아서 엄마와 그리 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시고난뒤 더 아쉽고 안타까웠어요

  • 4. 엘라
    '25.8.23 9:36 AM

    진짜 대단하신 어머님이셨네요!
    학교에 가고 싶었던 13세 소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져요.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은 배움에 간절했던 분들이 참 많았어요. 오늘의 일상이 부끄럽게 생각되네요.
    다음 이야기 기다릴께요. 소중한 추억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 은하수
    '25.8.23 10:10 AM

    초등학교 6학년 소녀가 6.25때 온집안을
    먹여살린 이야기인데 이젠 이이야기를 함께 추억할분이 안계시네요

  • 5. 피어나
    '25.8.23 11:19 AM

    그 어린 나이에 어쩌면 그렇게도 용감하게 살아내셨을까요. 은하수님의 글을 읽으면 코가 시큰해집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은하수
    '25.8.23 3:34 PM

    엄마가 힘차게 인생의 노를 저어나간것 처럼 저도 그렇게 살아야 했는데
    저는 엄마보다 못한 못난딸이었지요.

  • 6. 꽃피고새울면
    '25.8.23 12:19 PM

    몰래 온 손님처럼 살짜기 지나가기만 키친토크에
    이렇게 흐린 눈으로 댓글 다는거 처음이예요
    사진 클릭해보니 너무도 똘똘하게 생긴 소녀가
    이쁜 원피스 입고서 두 팔 벌려 외치고 있네요
    엄마....
    멋진 분이셨고 훌륭한 분이셨네요
    그런 엄마를 이렇듯 사랑해서 큰 울림을 준 따님
    처음으로 키톡에서 울었어요
    얼마 남지 않은 여름 잘 보내시고
    가끔 흔적 남겨주세요

  • 은하수
    '25.8.23 3:38 PM

    엄마만큼만 열심히
    엄마만큼만 성실히 살자가
    제삶의 목표입니다.

  • 7. 2것이야말로♥
    '25.8.23 1:10 PM

    너무 뭉클 재밌어요. 자주 올려주셔요

  • 은하수
    '25.8.23 3:35 PM

    지나치지 않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8. hoshidsh
    '25.8.23 4:11 PM

    어머님, 저도 존경합니다.
    제 생각에는 은하수님도 어머님을 많이 닮으셨을 것 같아요.
    사진 속의 어린 소녀 표정, 너무나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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