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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게 한 마리 몽땅, 산 세바스티안 식으로 게 요리하기

| 조회수 : 10,008 | 추천수 : 7
작성일 : 2014-03-16 07:19:34

실습 레스토랑의 주요 일과 중 하나가 게살 파내기예요.

 

메뉴 중에 게 살을 발라내서 파와 기름에 살짝 무치고, 내장으로는 육수를 내고, 

 

마늘 수프를 굳힌 큐브를 곁들이는 요리가 있어요.

 

조심스럽게 게를 조각내서 살을 구석구석 빼내고, 

 

혹시나 껍질이나 뼛조각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꼼꼼히 잘 살펴야 합니다. 눈으로도, 손으로도요.

 

금방 삶아낸 하얗고 탱탱한 게 살을 만지기만 하고, 그대로 입에 넣지 못하는 건 일종의 수련과도 같아요. 


흑.

 

물론,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재빨리 한 점 먹기도 하지만 영 성에 안차요.


 

***

 

 

같은 나이인데도 나보다 요리 경력은 한참 많고, 두 아이의 아빠이니 인생 경력도 많은 


사수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한가할 때 새우, 게, 조개 등 뭐든지 싱싱한 해산물을 사다가 요리해서 화이트 와인이랑 먹어.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다고.

 

말하면서 황홀해하는 표정이란 ㅎㅎ

 

 

***

 

 

이런 저런 연유로, 쉬는 날 아침이 되자마자 시장에 나갔습니다.

 

수족관 한 켠에서 얌전히 놀고 있던 게(바스크어로는 Txangurro, 스페인어로는 Buey del Mar)를  한 마리 사고, 

 

이탈리안 파슬리(Perejil)도 한 움큼 거저 달라고 합니다.

 

여기선 처음 발견한 크레송(Berro)이랑 토마토, 피망도 한 개씩 사고,

 

슈퍼에서 저렴이 Rueda 와인도 한 병 사고(요리에도 써야 하니까 막 이럼서 ㅎㅎ),

 

룰루랄라 집으로.

 

 

***

 

 

역시 요리의 기본은 Mise-en-place.

 

각종 재료량  집기를 펼쳐놓고, 

 

팟캐스트 띄워놓고 요리 시작.

 

 

***

 

 

산 세바스티안 식 게 요리

Txangurro a la donostiarra

 

 

<재료>


게 한마리(800g)

물 2L(소금 4T)

양파 1개

파 1대

피망 반개

토마토 1개

화이트 와인 1/4컵

빵가루 2T

버터 1T

파슬리 약간

올리브유 2T

소금, 후추

 

 

<과정>

 

1. 냄비에 물이 끓어오르면 소금 넣고, 게를 12분 삶는다. (게야, 미안해, 고마워하며 맛있게 먹을게 ㅠ.ㅠ)

 

 

 

2. 게를 삶는 동안 양파랑, 파, 피망 촵촵 다져주기.

 

 



3. 게는 꺼내서 식혀주고, 그 와중에 토마토도 마져 다지고, 와인 마개도 힘들게 딴다.(남편이 필요함)



4. 코르크를 다 쪼개놓고 결국 병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 축하 + 노동주 한 잔.



5. 게가 만질 수 있을 만큼 식었으면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다리를 먼저 떼내고 배 부분의 껍질을 떼어 낸다.


몸통은 칼로 조각을 내고, 다리는 칼등으로 부수어가면서 구석구석의 살을 이쑤시개나 포크 등으로 파낸다. 


배 안의 내장과 육즙도 따로 보관해둔다.

 

* 아래 동영상 참조.

 

http://www.mailxmail.com/video-txangurro-donostiarra-receta-cocina-vasca



6. 몸통 껍질을 보면 선이 그어져 있는데, 겉부분만 남기고 손으로 조심조심 떼어낸다.(의외로 쉽게 떨어짐)

 

 

 

7. 맛의 포인트인 내장은 버리지 말고 꼭 모아두기.

 

 



8. 팬에 기름 두르고 양파, 파, 피망을 투명해질 정도로 볶다가, 토마토 넣고 졸인다.
(토마토 소스를 대신 활용하면 더욱 좋고) 

 

이어 발라둔 게살 넣고, 화이트 와인 넣고 알콜기와 신맛이 날아가도록 충분히 졸인다. 

 

마지막에 내장과 육즙을 넣고 잠시 끓인다.

 

 

소금, 후추 간 살짝.



9. 오븐 190도로 예열하고, 껍질에 소를 채운다.



10. 빵가루 충분히 뿌려주고, 버터도 조금씩 떼어서 드문드문 얹어준다.

 

 




11. 190도에서 5분 정도 굽는다. 윗색이 노릇노릇해지도록.



12. 다진 파슬리 얹어주면 더욱 좋다. (난 이미 체력 방전으로 그냥 뚝 뜯어서 ㅎㅎ)

 

 

 

***

 

 

그냥 삶아 먹어도 맛있는 게를 굳이 이렇게 까지 요리할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또 이렇게 요리해 놓으니 뿌듯합니다~

 

게살과 내장이 혼합되고, 볶은 야채의 맛이 더해지니까 더 섬세하고 풍부한 맛이 나는 듯 해요. 

 

게 손질 하는 부분만 참아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요리였습니다.

 

룸메이트들은 다 요리사들이라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서

 

저 혼자 이렇게 처묵처묵.

 

웬지 처량한 마무리네요.. ㅎㅎ

 

 

 

 

***

 

 

요건 덤으로 먼저 먹은 크레송 샐러드예요.

 

봄나물 먹는 기분 내려고요.

 

쌉쌀한 향내가 너무 좋네요.^^


82쿡 언니들도 상큼한 봄맞이 하시길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황금가지
    '14.3.16 9:36 AM

    숨어서 응원하는 일인입니다.

    게요리 무척좋아하는데, 님과 함께 여서 더욱좋네요.

  • lamaja
    '14.3.17 5:53 PM

    힘이 솟네요^^
    쓸모있는 레시피랑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드리고 싶은데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더더 힘낼게요!
    감사합니다.

  • 2. 베티
    '14.3.16 12:04 PM

    팬입니다 진심.
    이 요리는 게살바르기만빼고는 할 수 있어 보여요. 도전! ㅎㅎ

  • lamaja
    '14.3.17 5:57 PM

    에고,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미 발라져서 판매되는 게살로 만드셔도 간편해서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여기 가게에 가면 아예 속까지 다 만들어서 게 껍닥지에 채워 파는 것도 있답니다 ㅋㅋㅋ

  • 3. 예쁜솔
    '14.3.16 1:48 PM

    라마하님 덕분에 스페인 요리에 흠뻑 빠져 있는데
    시간여행님 포스팅도 나오고
    게다가 꽃할배들도 스페인 여행중...
    점점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 lamaja
    '14.3.17 5:59 PM

    예, 꽃할배 덕분에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지고 있나봐요.^^
    저도 아직 일 년도 못살았지마는 후에 여행 관련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 4. 해리
    '14.3.16 3:04 PM

    게살 완전 잘 바르는 갑각류의 달인인데 오븐이 없어 ㅠ.ㅠ
    그릴에서 버터 녹을 때까지 윗부분만 그을려도 될까요?

  • lamaja
    '14.3.17 6:01 PM

    우와 그런 능력은 어떻게 얻는 겁니까!!
    저는 먹으면서 막 껍질 퉤퉤 ㅋㅋㅋ 혼자 먹어서 다행이지 누구라도 먹였으면 큰일날뻔 했어요 ㅎㅎ
    당연히 그릴에서 그을려도 좋으셔요!!

  • 5. 달맞이꽃들
    '14.3.16 5:21 PM

    완전 맛있겠어요. ^^

  • lamaja
    '14.3.17 6:02 PM

    예, 만드는 작업은 좀 걸렸더랬어두 맛은 참 좋았어요.
    어쩌면 만드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배가 고파져서 그런걸수도... ㅋㅋ
    역시 요리는 정성~~^^

  • 6. 순덕이엄마
    '14.3.16 9:32 PM

    잘 보고 있어요
    스페인 요리 정말 좋아하는데 어웅 맛있겠다 ㅠㅠ

  • lamaja
    '14.3.17 6:07 PM

    헤헤, 감사합니다.
    저도 포스팅 잘 읽고 있습니다. 정말 정말 이뿐 따님들을 두셨더라고요.
    맘대로 안 되는 거지만 저두 언젠가 그런 이쁜 딸 낳고 싶어요 ㅋㅋ

  • 7. 다아시부인
    '14.3.16 10:24 PM

    저도 님덕분에 스페인 쪽에 눈이 트여서 스페인 요리 책, 여행 책, 소설 책 마구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맛있다'는 책 참 재미나더라구요. 미슐랭 별 세 개 레스토랑이 스페인에서 여섯 개인데 그 중 세 개가 산 세바스티안에 있다면서요? 님 덕분에 그 곳에 대해 처음 알았는데 이제 진짜 잘 아는 곳 같아요 ㅎㅎ. 내일은 ebs세계 테마 기행에서 스페인 남부 한다네요. 기대 중이예요.

  • lamaja
    '14.3.17 6:22 PM

    히히, 거의 책은 손 놓고 있는 저 좀 가르쳐 주세요~^^
    현재 정확히 산 세바스티안 내에는 미슐랭 별 세 개 레스토랑이 "아르작" 한 곳이래요. 그런데 산 세바스티안에서 반경 10 km 이내에 있는 "아킬라레", "마르틴 베라사테기" 까지 산 세바스티안에 있는 것으로 친답니다. 현재 스페인에는 별 세 개 레스토랑이 여덟 군데가 있대요. 그런데 저도 요리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깊어지면 가보려고 아직 한 군데도 못가봤어요 ㅎㅎ 남부는 여기서도 버스로 7~8시간 걸려서 막상 찾기가 어려운데 테마 기행 저도 챙겨봐야겠네요~~

  • 8. Xena
    '14.3.17 11:02 AM

    우와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네요~
    한식으로 치면 게감정 비슷하네요.
    으허 먹고 싶지만 게살 발라내기란 정말...ㅎㅎ 눈으로만 봐야겠네요.
    샐러드도 상큼하고 심플해서 맛있겠어요+_+

  • lamaja
    '14.3.17 6:25 PM

    에고, 제가 정작 우리네 음식에 대한 앎이 짧네요. ㅠ.ㅠ Xena님 글보고 얼릉 찾아봤다는... 정말 비슷하네요. 국물이 시원해 뵈는게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아흐~
    샐러드는 뭐 암거나 있는대로 뚝뚝 잘라서 ㅎㅎ 재료만 싱싱하면 최고인거 같아요.

  • 9. 내린천의봄
    '14.3.17 5:49 PM

    별 요리하지 않고 먹어도 맛있는 게인데
    먹기 편하게 발라서 하면
    손은 많이 가겠지만
    맛있겠네요.

  • lamaja
    '14.3.17 6:26 PM

    예, 저도 이걸 만들면서도 그냥 먹어도 맛있는걸 왜 이렇게 ㅋㅋ 이런 생각 수도 없이 했다는...
    사실 만들면서 못참고 집어먹기도 하고요 ㅎㅎ

  • 10. 열무김치
    '14.3.19 7:14 PM

    게를 한 마리를 홀랑 드시고도 처량하시다하시묜...
    나는 와인 따 줄 남편은 있는데, 남편이 이 맛난 게를 먹을 줄을 몰라 ㅠ..ㅠ요, 처량하고 속터져요~

  • lamaja
    '14.3.20 7:02 AM

    오오 듣고보니 또 그러네요!! ㅎㅎㅎ 기분의 급반전 ㅎㅎ 감사해요~~
    남편 분은 와인만 따라 부탁하시고 게는 열무김치님이 홀랑 다 드심이 어떠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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