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서 시부모님이 올라오셨습니다.
아니 무슨 서울에서 9시 미팅 참석하실일이 있으신것도 아닌데
첫 비행기가 왠말인지..
늦잠은 고사하고 쿠쿠에 밥 앉혀놓고 공항으로 모시러 나갔지요..
그리고 장장 3박 4일간 밥해먹기가 시작됐습니다.
결혼하고 국이라고는 된장국,콩나물국,김치찌게,황태국,청국장.
이렇게 다섯가지로 먹고 지냈는데
명색이 시부모님 오시는데 다섯가지중 하나로 시작하기는
왠지 성의없어 보여서 전날 소고기무국을 끓여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친정에선 잘게 썰은 소고기를 집간장, 마늘 넣고 볶다가
삐친무 넣고 좀 더 볶다가 물 붓고 끓인다..간은 소금간, 마지막에 대파 숭숭..
이 정도였는데 막상 하려니..쩝..
일단 고기를 사 놓고 레시피 검색을 합니다.
실패하지 않는 레시피인 쟈스민님의 소고기 무국이 나오더군요.
마침 고기도 레시피와 비슷한 300g 정도.
---------
쟈스민님 [ 무우국 ]
제 버젼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담백한 걸로....
보통은 국물 따로 내고, 무는 참기름에 볶아서 하는데....고소하죠....
오늘은, 시원하게 끓이는 법
양지 반근(300g), 무우 1/4개 - 10인분 쯤.
1) 양지는 덩어리로 찬물에 끓인다. - 센불에 5분 - 약불에 30 ~ 40분.
2) 무우도 1)에 덩어리로 넣어준다.
3) 고기가 부들부들해지면, 고기와 무를 건져서 잘라준다(사진).
4) 양푼에 넣고, 국간장, 후추, 마늘에 버무려 간이 배게 5분쯤 둔다...간은 살짝만 하세요.
5) 끓고 있는 국물에 4)를 넣어준다.
6) 파 넣고 소금으로 마무리 간.
-------------
그러나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힙니다.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할 것인가..
쟈스민님 레시피에는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할 지가 안나와있어서..
모밀장국도 아니고 원액을 희석할일도 없을터인데
처음부터 적당량의 물을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얼만큼이 적댱량인지..흑
친정에라도 전화를 해볼까 싶었는데 그 시간이 새벽 1시..--;
물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10인분이면 대접으로 10개쯤이면 될까 싶어
다시 대접으로 부어놓고 무 두 토막, 생강 한쪽을 넣고
불을 지르기전에 다가온 두번째 난관.
비닐팩을 뜯은 양지 300g,
고기를 씻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넣을것인가..--;
순간 이 생각이 왜 났는지 모르겠지만,
고깃집에서 생고기 (등심이나 차돌박이)먹을 때 씻어주진 않겠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냥 넣었습니다.
고기를 집어넣자 또 생각나는 것 하나.
'고기는 핏물을 빼주시고...' 그 고기는 갈비만 해당이 되는지..
여하튼 고기는 물 속에 이미 들어가고 난 후였습니다.
레시피에 충실하여 쎈 불 5분 후 거품을 걷어내고
약불로 줄이고 나서
뚜껑으로 들여다 보이는 냄비 속은 의심 그 자체!
오그라든 고기는 너무 작아 보이고
무우도 너무 작은것 같고
물 색깔은 여전히 희멀건하고..
참고 기다리니 기름이 조금씩 뜨기 시작하면서 무우국의 형태가 나오더군요.
호빵 먹는것도 아니고 손 호호 불어가며 고기를 찢어두고
무를 썰어 같이 간해 두고 육수에 넣고 끓여주니
의심의 구름이 걷히더이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소고기 무국.
기념사진 안 찍어두면 안될 것 같아서 밥 차리기전 얼른 한 컷.

다행히 어머님, 아버님 맛있게 한 그릇 다 드셨답니다.
(쟈스민님. 감사..)
그리고 점심,
친척 어른이 오셔서 술상을 봐야했습니다.
새송이버섯전, 두부김치, 두릅, 과일 한 접시를 해서 술상.
식사도 하신다 하여 남은 소고기 무국을 다 먹게 됐습니다.
점심, 저녁은 다른것 먹고 다음날 아침도 먹으려 했는데..흑흑
아침에 어른 네명,
점심에 어른 여섯명.
정말 정확하게 10인분이 나오는 소고기 무국이였습니다.
무우국 끓는 중에 밑반찬 하나 도전.
이 역시 처음 시도해보는 반찬이죠.
밀가루 묻혀 찐 꽈리고추무침.
어렸을 때 밥 뜸들일때 얹어 찌곤 했던 꽈리고추.
그땐 밥에 매운맛이 들어 싫어라 했는데
요즘 가끔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면 어찌나 반갑던지..
물기있는 꽈리고추에 밀가루 묻혀 쪄낸 후
맞는지 안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집간장,마늘,고추가루,깨소금,참기름 넣고 뒤적뒤적.
이것 역시 아버님이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였지요..

늦은 점심을 먹고 꽃박람회장을 다녀오니 금새 저녁때.
저녁엔 풀무원 요리국물로 샤브샤브를 해 먹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처음 드셔본다고 하시더군요..
국수에 죽까지 해서 먹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반찬없이 한 끼가 훌륭하게 해결되는 순간..
저녁 설겆이를 하면서 다시 다음날 아침 메뉴 고민..--;
만만한 된장찌게 한 냄비 끓여놓고
계란찜 한 그릇 해놓고 다음날 아침도 해결.
비가와서 어디 나가지 못하고 대신 어머님과 김치를 담궜습니다.
알타리무, 물김치, 오이소박이..
김치 다듬는 순간에도 점심 뭐먹나..--;
비도 오고 밥해도 먹을 반찬이 없기에 수제비와 호박전으로..
멸치육수때문에 결혼 후 한번도 안해먹었던 수제비..(남편이 안 먹어요.)
기회는 이때다 싶어 멸치와 새우 잔뜩넣고 국물을 냈지요.
그래도 땀흘린 보람있게 맛있게 또 한끼 해결.

수저 놓는 틈을 타서 한 컷.
그리고 저녁은 아버님,어머님은 고모님댁 모셔다 드리고
친정에서 먹기로해서 적어도 저녁 한 끼는 덜었군..싶었습니다.
그러나 친정에 도착했더니 저녁 준비가 시작하려 하더군요.
제가 무슨 상전도 아니고 앉아서 구경만 할 수 있나요.
다시 팔 걷어 부치고 나물볶고, 생선튀기고, 밥도 하고..
단 설겆이는 안 했지요.
날씨 화창한 일요일, 황태국 끓여 아침을 먹고,
설겆이 해놓고,
빵을 한 판 구워서 과일이랑 싸들고 바람쐬러 나갔습니다.
빵과 과일 덕분에 늦은 점심은 밖에서 사먹고
어정쩡한 저녁을 건너뛰는 통에 내심 기뻤습니다. --;
그리고 오늘 아침.
저희 부부는 어제 먹다 남은 황태국 마저 먹고
어머님 아버님용으로 청국장 한 냄비 끓여놓고 나왔습니다.
끼니마다 새 밥 지으려니
또 뭐 하나라도 새 반찬 만들어 내려니
3박 4일동안 밥 만 먹은 느낌입니다.
오늘 저녁은 어버이날이기도 하니 밖에서 먹고
시부모님은 내일 아침 내려가십니다.
당분간 밥 안해먹고 지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