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저희 시이모님께서 당신 아들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한 사람이 저희 남편인데요,
이따금 손수 곱게 만드신 김부각을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몇년 전 이모님이 세상을 뜨시고 다시는 김부각 구경을 못하겠구나 했는데, 오늘 큼직한 상자에 김부각이 잔뜩 왔습니다.
보낸 사람은 남편의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 여자동창!
저는 초등학교 남자 동창, 기억 나는 애가 단 한명도 없는데, 울남편네 동창들은 가끔 모임도 하고 그러는데요,
작년 연말 남편이 새 소설책을 내면서 동창들, 친구들, 지인들에게 죄 한권씩 선물했더랬어요.
그렇게 여러번 출판을 해도, 책선물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좀 선물하고 싶다 하더라구요.
그 여자동창, 남편의 소설책을 선물받고는 이렇게 답례선물을 보낸 거래요.
그냥 암말 없이 넘어가면 남편의 경계상태가 헤이해질 듯 하여...^^...
별 의심이 없긴하지만, 한번 찔러봤습니다..ㅋㅋ...
"어, 왜 여자동창이 남자동창한테 선물을 보내지?? 이거 이상한데??" 했더니,
남편,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어버립니다.
" 내 동창들, 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할머니다, 할머니" 하는거에요.
" 무슨 소리야, 할머니는 여자 아닌가? 그럼 나도 할머닌데, 그럼 난 여자도 아닌가?큭큭 "
이렇게 객쩍은 농담을 했네요.
어쨌든 보내준 선물이 너무 감사해서 오늘 저녁 바로 튀겼는데요..
전, 돌아가신 우리 시이모님 김부각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부각인줄 알았는데,
와, 이 김부각이 더 맛있는 거 에요. 최고입니다..^^
김부각과 더불어 상에 올린 저녁반찬은 이름하여 아무거나 한접시 입니당~~
지난 주 남편이, 거의 전신을 스캔하다시피하는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꼭 보호자를 동반해야하고, 보호자는 건강진단이 진행되는 동안 병원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그래서 약간은 무시무시한 건강진단을 받았더랬는데요, 오늘 그 결과를 보는 날이었습니다.
어제 마지막 비행기로 부산에서 올라와 너무너무 피곤한데도, 긴장이 된 탓에 아침일찍 눈이 번쩍 떠지고,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거야'이렇게 생각했다가도 '혹시 나이가 있으니..'하는 불안감도 들고 했는데..
결과를 보니, 건강상태가 좋다고 합니다.
뇌도 깨끗하고, 심장도 별 문제가 없고, 위 대장 간 등등 다 괜찮다고 하네요.
결과 보고와서야 긴장이 풀려 온몸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 하는 거에요.
저녁 준비하는데 기운도 없고, 또 이것저것 하기도 그렇고 해서,
한접시에 짭짤이토마토와 두부부침, 참기름에 볶은 팽이버섯, 새싹채소를 모두 올렸어요.
드레싱은 마늘소스 2큰술에 간장 1큰술, 참기름 ½작은술, 통깨 ½작은술을 넣어 잘 저은 것.
그런데 이렇게 먹으니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두부부침과 함께 먹는 팽이버섯도 괜찮았고, 토마토와 함께 먹는 새싹채소도 괜찮았고..
설거지 간단하고, 식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도 한꺼번에 섭취하고..
앞으로 종종 요런 걸 해먹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