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전, 오늘은 서울, 내일은 부산, 며칠 후엔 안성,
제 활동범위가 전국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어제의 피로를 풀고, 또 내일을 위해 기운을 비축하느라, 하루 종일 집안에서 뒹굴뒹굴했답니다.
지지난 주 토요일날 받아놓은 열무가 아직 냉장고 안에서 울고 있었어요.
아침부터 열무 씻어서 절여, 열무김치를 담갔는데요, 하도 오랜만에 담근 열무김치이다보니,
제대로 담근 건지 맛이나 있으려는지...공연히 양념만 버린 건 아닌 지 살짝 걱정됩니다.
저녁엔 냉장고와 냉동고에서 울고 있는 각종 재료들을 구제해주는 밥상이었습니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고 하는 말이 있듯이 봄에 조개가 맛있는데요,
햇 바지락이 시장에 많이 나와있는데, 저희집에는 아직 작년에 얼려둔 바지락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얼른 먹어줘야겠다 싶어서, 작년 바지락 꺼내서 바지락탕을 끓였습니다.
조개는 많이~~,물은 조금~~, 국물을 바특하게 끓여, 앉은 자리에서 남김없이 먹고 말았습니다.
조개탕 같은 건,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싹 먹어줘야지, 남은 걸 다음에 데워먹으면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쌈채소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손으로 툭툭 끊은 후 겉절이를 했습니다.
마늘, 생강, 양파를 한꺼번에 믹서에 갈아서, 고춧가루와 액젓을 넣어 불린 후,
조물조물 무쳤습니다.
생강이 좀 많았는지, 생강맛이 좀 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접시 싹싹 비웠습니다.
냉동실의 황태를 불려서 황태구이를 했는데요,
황태구이 같은 건 정말 재료가 중요해서, 재료가 맛있으면 양념은 대충해도 맛있는데,
이 황태는 정말 맛이 없는 황태였어요, 그래서 이렇게 냉동실에 남아 있던 거구요.
황태 자체가 맛이 없어서, 황태구이도 맛이 없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반찬이 별거 없으니까, 우리 집 식구들 군말없이 이 한접시도 다 비워내네요. ^^
오늘 열무김치를 담그면서 생각해보니,
제 손으로 총각김치며 깍두기며 열무김치며 갓김치며, 파김치며, 이런 별미김치를 담가본지, 무릇 기하인지 모르겠습니다.
참 엉터리 주부지요.
맨날 김장김치와, 가끔 친정어머니가 하사하시는 김치에 의존해 사는 엉터리.
열무김치를 계기로, 앞으론 제손으로 김치를 담가서 늙으신 우리 친정어머니께도 가져다드리는 착한 딸이 되어보겠다,
결심만 불끈해보았습니다, 실천은요...좀 자신이 없지요...늘 바쁘다는 핑계가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