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일교차가 너무 큰 것 같아요.
낮에 차를 가지고 다닐 때 차의 에어콘을 틀지 않으면 다닐 수가 없는데,
저녁이 되니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네요, 썰렁합니다.
더워지면서, 차에 에어콘을 틀고다니면서, 문득문득 '가야콘'의 추억이 생각나,
혼자, 마음이 아픈 사람처럼 큭큭, 혹은 비실비실 웃고 다닙니다.
제가 차를 처음 산게 1987년 6월이었어요.
처음 선택한 차종이 1200cc(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부 자료에는 1300cc라는 곳도 있네요...),
1200cc 짜리 흰색 프레스토였습니다.
당시 차가 얼마나 가벼웠는지, 고속도로를 타면 차체 전체가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어요.
그후 다섯번째 차인 지금 제 차는 3300cc로,
고속주행할수록, 비가 내려 길이 살짝 미끄러우면 미끄러울수록 차가 착 가라앉아 안정감이 있는 것과는 참 대조적이었죠.
이 차를 살 때,
당시만 해도 오너 드라이버가 많지 않았고, 특히 여자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아,
제가 차를 산다고 하니까 주변의 차 가진 선배들이 모두 한 수씩 훈수를 두곤 했는데요,
그중 한 선배가 에어콘을 달지 말라는 거에요,
그 이유인즉,
1. 처음부터 달려나오는 에어콘 값이 비싸다, 나중에 달아도 된다,
2. 차값이 비싸지면 취득세도 올라간다,
3. 1200cc 밖에 안되서 에어콘을 달면 힘이 딸려 언덕길을 올라갈 수 없다,
4. 결정적으로 에어콘 쓰는 날보다 안쓰는 날이 더 많다, 일년에 한두달만 참으면 된다...등등이었습니다.
들어보니, 그럴싸해서, 에어콘없는 차를 턱 계약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에어콘 없는 차를 타게 됐는데,
유치원 다니던 딸아이를 태우면, "엄마, 더워요" 하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랬답니다, "엄마 차는 가야콘이야"
"가야콘이 뭐에요?"
"음, 엄마차는 가야콘이라 차가 가야 시원해!"
"네에"

차가 달리면 송풍구에서 바람이 들어오면서 쬐끔은 시원하잖아요.
차가 가야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다고 가야콘이라고 했던 건데요,
정말 아이들 앞에서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안되는 건가봐요.
우리 딸아이 어렸을때부터 애가 차분하고, 조용한 아이였는데,
어느날, 저희 회사 동료들과의 모임이었는지, 아님 가족 모임이었는지, 암튼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애가 뜬금없이,
"우리 엄마 차는요, 가야콘이에요, 차가 가야 시원해요!!' 이러는 거에요.
같이 있던 어른들, 무슨 소린가 했다가 가야콘의 뜻을 알고는 모두 파안대소를 했더랬습니다.
하하하...귀여운 것..^^
요즘도, 딱 요때의 제 딸아이 모습이 눈앞에 선 합니다.
어려서부터 퍼머하는 걸 좋아해서, 뽀글뽀글 퍼머한 머리를 두갈래로 묶고,
원피스 밖으로 통통한 팔다리를 드러낸 귀여운 내딸~~
이때를 추억하면, 정말 가슴 가득히 훈훈한 그 무엇인가가 퍼지는 것 같아요.
엄마들은, 이런 행복한 추억들을 되새김질하면서 두고두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진은,
위쪽 사진은 쇠고기 아스파라거스 볶음입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고 편썬 마늘을 넉넉하게 넣고 볶다가 쇠고기와 데친 아스파라거스 넣고 볶아줬습니다.
소금 후추로 간했어요.
아랫쪽 사진은 바지락전입니다.
바지락살 다져넣고 청양고추 당근 양파 파 마늘을 넣고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간한 다음에,
부침가루와 달걀을 넣어 반죽한 후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수저씩 부쳐낸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