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아주 많이 하던 일 중 요즘 하지 않게 된 것 중 하나가,
김에 기름 바르고 소금 뿌린 후 굽는, 김 굽기 인 것 같아요.
옛날에 저 학교 다닐때,
엄마가 자주 시키는 일 중 하나가 김 재우는 거 였어요.
그땐, 북어의 꼬리나 아니면 꿩 같은 새의 깃털을 솔 대신 주면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라고 하셨는데요,
저, 정말 하기 싫었더랬어요.
두손바닥에 김 한장을 끼우고 싹싹 비벼서,
마른 김에 붙어있는 뉘 같은 불순물 털어내고,
북어꼬리 같은 솔 대용품으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야하는데요,
두손으로 김 비비는 것도 싫고, 솔로 기름을 바른다해도 손에 기름 묻는 것도 싫고,
쭈그리고 앉아서 하다보면 허리도 아픈 것 같고,
단순한 동작이 짜증나고, 그렇다고 TV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소리만 귀로 들어야죠..)
암튼 이래저래 무지 싫어했던 건데,
어느새, 그일을 하지 않게 된 거에요.
몇년전만해도 이따금 굽지 않은 김이 선물로 들어와, 그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곤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굽지않은 날 김을 한톳(100장)씩 선물하는 일부 몰지각한(? ^^) 사람은 없어졌잖아요.
(일부 몰지각한....운운...농담인거 아시죠?? ^^)
마트에 가면 기름 발라 구운 김을 식성껏 골라 사먹을 수 있으니까 굳이 날김을 사지 않게도 되었구요.
그랬는데,
얼마전 kimys 친구들이 날 김을 두톳이나 준거에요.
한톳은 재래김, 한톳은 도톰한 김밥용 김, 일단 받자마자 냉동실에 넣었어요.
구운 김 다 먹고 나서, 날 김 기름 바르지 않고 그냥 구워서 참기름 섞은 간장에 찍어먹기도 했는데요,
어제밤 문득 김을 재워서 굽는 일이 해보고 싶은거에요.
밤 12시도 넘어서, 근 60장쯤 기름 발라 쟀습니다.
1/3은 참기름과 쌀눈유를 섞어서 발랐구요, 나머지 2/3는 들기름을 발라서 재웠어요.
먹을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일단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을만큼만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TV에서 본 것처럼 집게로 한 장~한 장~ 정성껏 구웠는데요,
오, 이게, 사먹는 김과는 달리 별미인 거에요.
요거 하나만으로도 밥을 반그릇쯤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쭈그리고 앉아서,
북어꼬리 대신 실리콘솔을 이용해서 김 재우는 재미도 나름 괜찮았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