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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오랜만에 김 구워보기

| 조회수 : 12,670 | 추천수 : 46
작성일 : 2011-03-30 23:34:56


예전에 아주 많이 하던 일 중 요즘 하지 않게 된 것 중 하나가,
김에 기름 바르고 소금 뿌린 후 굽는, 김 굽기 인 것 같아요.

옛날에 저 학교 다닐때,
엄마가 자주 시키는 일 중 하나가 김 재우는 거 였어요.
그땐, 북어의 꼬리나 아니면 꿩 같은 새의 깃털을 솔 대신 주면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라고 하셨는데요,
저, 정말 하기 싫었더랬어요.

두손바닥에 김 한장을 끼우고 싹싹 비벼서,
마른 김에 붙어있는 뉘 같은 불순물 털어내고,
북어꼬리 같은 솔 대용품으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야하는데요,
두손으로 김 비비는 것도 싫고, 솔로 기름을 바른다해도 손에 기름 묻는 것도 싫고,
쭈그리고 앉아서 하다보면 허리도 아픈 것 같고,
단순한 동작이 짜증나고, 그렇다고 TV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소리만 귀로 들어야죠..)
암튼 이래저래 무지 싫어했던 건데,
어느새, 그일을 하지 않게 된 거에요.

몇년전만해도 이따금 굽지 않은 김이 선물로 들어와, 그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곤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굽지않은 날 김을 한톳(100장)씩 선물하는 일부 몰지각한(? ^^) 사람은 없어졌잖아요.
(일부 몰지각한....운운...농담인거 아시죠?? ^^)
마트에 가면 기름 발라 구운 김을 식성껏 골라 사먹을 수 있으니까 굳이 날김을 사지 않게도 되었구요.

그랬는데,
얼마전 kimys 친구들이 날 김을 두톳이나 준거에요.
한톳은 재래김, 한톳은 도톰한 김밥용 김, 일단 받자마자 냉동실에 넣었어요.
구운 김 다 먹고 나서, 날 김 기름 바르지 않고 그냥 구워서 참기름 섞은 간장에 찍어먹기도 했는데요,
어제밤 문득 김을 재워서 굽는 일이 해보고 싶은거에요.

밤 12시도 넘어서, 근 60장쯤 기름 발라 쟀습니다.
1/3은 참기름과 쌀눈유를 섞어서 발랐구요, 나머지 2/3는 들기름을 발라서 재웠어요.
먹을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일단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을만큼만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TV에서 본 것처럼 집게로 한 장~한 장~ 정성껏 구웠는데요,
오, 이게, 사먹는 김과는 달리 별미인 거에요.
요거 하나만으로도 밥을 반그릇쯤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쭈그리고 앉아서,
북어꼬리 대신 실리콘솔을 이용해서 김 재우는 재미도 나름 괜찮았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구를부탁한다
    '11.3.30 11:36 PM

    만세!

  • 2. 지구를부탁한다
    '11.3.30 11:36 PM

    제가 1등을 먹다니. 이게 웬일인가요. 이런 기분이었군요. 호호호호호

  • 3. 매리야~
    '11.3.30 11:41 PM

    아싸 3등!

  • 4. 매리야~
    '11.3.30 11:42 PM

    제가 드디어 순위권에..ㅎㅎㅎ

    다음엔 반드시 1등을!!!

    저도 어렸을 때 김에 참기름 바르고 맛소금 뿌리는 일 종종 했었어요.
    하지만 김 구울 때 나는 고소한 냄새는 참 좋았어요.

  • 5. 잠비
    '11.3.30 11:51 PM

    늦게 들어오는 아이 기다리다가 오랜만에 답글 답니다.
    김 재워서 굽는 당번은 나도 많이 했는데요.
    그 재미를 함께 느낍니다.
    앞으로 김밥 싸는 이야기도 들려 주겠습니다.^^
    봄 소풍 가는 기분~~~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두루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6. 나오미
    '11.3.31 12:00 AM

    끙,,
    저두 딸하나라...
    엄마가 깻잎이나 콩잎과 함께 양념장 들고 오거나 김재울 도구랑 들기름 들고 오면
    후덜덜했던 기억이,,
    이제 40이 넘으니 쬐끔,,아주 쬐끔,,아련하긴 합니다만,,
    정말 음식하시기 좋아하는 엄마밑에는 딸하나인 제가 원망 스러웠던 그때 그 시절이었슴다,,,ㅎㅎㅎ

  • 7. 안젤리카
    '11.3.31 7:13 AM

    요즘은 이렇게 굽지않은 날 김을 한톳(100장)씩 선물하는
    일부 몰지각한(? ^^) 사람은 없어졌잖아요
    ↑↑↑
    쌤~~~ 제 주위엔 겨우내 이런 몰지각한 일을 자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4톳 정도 재어서 먹고 있어요..ㅠ.ㅠ
    정말 귀찮은 일이지만 이 김에 맛들이면 시판김은 먹기 힘들어요~~~~
    저는 늘 들기름과 포도씨유 반반 섞어서 구워요~~~

  • 8. 니얀다
    '11.3.31 7:16 AM

    요리솜씨는 잼병인데 그래도 김은 꼭 직접 구워서 먹어요
    사먹는건 기름이랑 소금이 너무많이 발라져있어서요
    저는 친정에서 가져온 들기름을 섞어서 바른답니다.
    후라이팬엔 한번도 안구워봤어요
    석쇠에 기름바른부분을 안쪽으로 마주보게 해서 직화로 굽습니다.
    한꺼번에 두장씩 구울수 있고 사이즈도 딱 맞거든요^^
    근데 지금은 쌤말대로 날김을 그냥구워 간장양념 얹어먹어니 더 맛있어요~~

  • 9. 산이랑
    '11.3.31 8:40 AM

    샘 질문있어요^^
    김을 기름에 발라 냉동실에 둬도 되나요.
    기름을 바른 김은 빨리 산화된다고 하던데
    괜찮은가요.
    전 사먹는 조미김은 좋아하지 않아 그냥 맨김이나
    매번 귀찮아도 구워 먹거든요.
    기름 발라서 냉동실에 둬도 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하면 편할거 같아서요.

  • 10. 마리
    '11.3.31 9:00 AM

    저는 이렇게 기름소금 발라 구워먹는 김도 맛있지만

    그냥 아무것도 안바른 김 구워서 밥 싸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게 너무 맛있는 거 있죠.
    담백하고 고소하고...
    올 겨울 아이들과 함께 얼마나 많이 먹었나 몰라요..ㅋㅋ

  • 11. 민결맘
    '11.3.31 9:38 AM

    실리콘 솔은 김재우기에 어떤가요? 잘 발리고 잘 씻겨지는지요?
    일반적인 김솔은 세척하기도 너무 힘들고.. 비위생적인것 같아서 쓸때마다 망설여지네요..

  • 12. 또하나의풍경
    '11.3.31 9:45 AM

    저도 어릴때 김재는 일이 너무 싫었어요. 두손으로 김을 마주보고 싹싹 비비는것도 싫고 다 싫었어요 ㅋㅋㅋㅋ 저만 그랬던게 아니었군요 ㅎㅎ
    확실히 김은 집에서 재어서 굽는게 훨씬 맛있는거 같아요 ^^

  • 13. 김혜경
    '11.3.31 10:11 AM

    민결맘님,
    실리콘솔, 다른 솔들은 기름 바르다보면 털이 빠지곤 해서, 그거 싫어서 쓰는데..
    닦는 거 귀찮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 세제와 베이킹소다 푼물에 담가뒀습니다..^^;; 닦아야죠..

    산이랑님,
    제가 알기는 기름발라 구운 김 산패되기 때문에 그때그때 구워먹는 것이 좋다는 것 같았어요.
    기름발라 재웠으나 굽지않은 김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건 산패를 막기 위한 것이구요.
    저는 그렇게 알고, 한꺼번에 좀 많이 기름 발라두웠거든요.

    니얀나님,
    전 직화로 구우면 소금이 가스에 떨어지는 것도 싫고,
    두장 마주보게 구운 후 뒤집어서 불이 안닿은 면도 불에 닿게 구워야 직성이 풀리는 관계로,
    그냥 프라이팬에 한장 한장 구웠어요.

  • 14. 진선미애
    '11.3.31 11:01 AM

    저희집도 날김으로 선물이 제법 많이 들어오는데 저도 어느날부터 반갑더라구요
    냉동실에 넣어두고 수시로 간단한 재료로 김밥도 말고
    반찬 없을때 걍 기름없이 구워도 먹고.....

    오늘은 정성들여 기름바르고 소금뿌려 꼬소하게 꿉어(?)볼래요 ^^

  • 15. 릴리
    '11.3.31 12:09 PM

    아,,,저도 어릴적 김에 기름바르고, 소금치던 기억이 나요...무척 하기싫었었지요.
    양손에 기름범벅,소금이 지분지분... 그래도, 그때먹던 김맛이 요즘 안나는거보면,
    그맛이 정답인거지요? 또, 생김에 밥을 얹고, 양념장을 콕 찍어먹던 기억...군침돌아요.^^

  • 16. 담비엄마
    '11.3.31 12:34 PM

    집에도 누군가 기증해주신 울고 있는 돌김이 있는데 볼때마다 ㅠ ㅠ
    저는 날김 잘 않먹거든요
    돌김도 기름바르고 소금뿌려 구우면 될까요?

  • 17. 파리(82)의여인
    '11.3.31 1:32 PM

    그래도 집에서 구운거라 사먹는 김과는 다르게 정말 맛있을 거 같네요....
    그렇게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입에 착착 배어서 어지간한데 사서 먹기가 힘들거 같네요...

    저희는 식구들이 굽지 않은 생김을 좋아하는 터라..
    애들이 어떻하다가 시골에서 생김 맛을 들여버려서
    맛있는 김 고르는게 또 만만치 않더라구요....

  • 18. 시그널레드
    '11.4.1 9:12 AM

    흐흐 예전에 외국에 사는 큰집에 방문한적있는데, 고등학생이던 울 사촌남동생이 손바닥에 참기름을 묻혀 김에 척척 바르고 소금 팍팍치면서 김 재우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던지...저도 김 재워서 구워먹으려고 석쇠사려고 했었는데, 그냥 후라이팬에 구워봐야겠네요^^

  • 19. 열쩡
    '11.4.1 10:40 AM

    어릴땐 김 재는 일,
    콩나물 다듬는 일,
    감자 깍는거
    이런게 왜 그렇게 더디고 힘들었나 몰라요
    지금은 해보면 별거 아닌데 말이죠
    하기사 그땐 식구가 많으니
    감자도 한 다라이씩 까곤 했지만요.
    (감자 튀김용으로)
    확실히 직접 구워먹는 김이 맛있어요.

  • 20. 수박나무
    '11.4.1 3:23 PM

    몰지각한(??) 사람...
    우리 친정어머님.. ㅠㅠ
    매년, 빠짐없이 단 한차례도 빠짐없이 세 며느리하고 저에게 100장짜리 날김 2톳씩 꼭 주시네요.
    저희뿐만 아니라, 한박스씩 사서 지인들한테 다~~~~~ 돌리시는듯...
    언젠가는 받는사람이 그닥 기쁜선물이 아닐 수 있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꼭 돌리십니다.
    올 겨울엔 하지 말라해야겠습니다.

    김... 저는 잘라서 뽁아먹어버립니다.

  • 21. 하회탈
    '11.4.2 10:25 AM

    기름바르지않고 그냥구워서 게장(청량고추다지고+파+통깨+마늘다지고)에 찍어 먹음
    맛과 영양이 그대로 살아있구 정말 맛있습니다.

  • 22. 바이올렛
    '11.4.2 11:35 AM

    질문 있습니다.^^
    기름을 바르고 굽는 게 맞는 순서이지요?
    오늘 막상 하려니 굽고 기름을 바르면 안 될까 싶었어요, 그저 갑자기요. 기름을 불에 구우면 안 좋을 것 같은 막연한...
    굽고 참기름 약간 바르고 소금 뿌렸습니다.
    제가 한 방법대로 하면 맛이 훨씬 떨어지나요? 잘 모르겠더라구요.

  • 23. 사사
    '11.4.2 9:12 PM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들기름 묻혀 문지르니 편한거 같아요~~

    요즘 열심히 구워먹네요

  • 24. 세빈엄마
    '11.4.7 12:19 PM

    그런데.. 선생님~
    소금은 맛소금뿌리는거죠? 찝찝하긴 하지만. .뭐 그냥 사먹는 김은 다 맛소금 뿌려져 있으니...

    그냥 뿌릴까 하다가도, 집에서 하는 정성에 대한 배반같아서...

    그냥 소금은 안되죠? ^^ 구운소금이여야 하나요? 가는소금이면 되나요? ^^
    왜이리 질문이 많은지... ^^

  • 25. 용필오빠
    '11.4.8 2:22 PM

    전 요새 그냥 구워먹는김에 맛들였어요. 어려서 생각이 나 그냥 구워 간장 찍어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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