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인지,10번째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주도는 언제든지 제 가슴을 설레게하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섬입니다.
화요일 아침 9시 비행기로 내려가서, 목요일 저녁 5시반 비행기로 올라왔는데,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서 이용한 저가항공(제주항공)이지만,
가격이 너무 착해서(이벤트 기간에 구입, 왕복요금이 9만9천원 선), 더 자주 제주를 가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프로펠러의 시끄러운 소리를 참아내야 하지만요...
제주 이야기는 예전에, 2005년에도 제가 장황한 여행기를 희망수첩에 올린 적 있어서,
이번에는 아주 간단하게, 사진 설명 정도로만 정리할까 합니다.
2005년 제주 여행의 목적이 휴식과 관광, 그리고 맛있는 걸 실컷 먹는 것이었다면,
이번 목적은 하염없이 걷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가자마자 올레 1코스로 향했습니다.
위치정보는 이렇습니다.
http://www.jejuolle.org/course/co_course.html?csno=1

성산항 앞의 쏠레민박이라는, 올레꾼들이 많이 묵는 깨끗한 민박에 가방을 내려놓고,
민박집 맘씨 좋은 여사장님이, 1코스의 시발점인 시흥초등학교앞에 내려주셔서,
거기서 부터 천천히, 당근밭 사잇길을 따라서 말미오름에 올랐습니다.
사진은 말미오름에 본 우도, 그리고 당근밭.

그 유명한 올레의 파란 대문. 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올레길은 이어집니다.
대문 안쪽은 소나 말을 방목하는 개인목장입니다.
그런데, 그 목장주들이 우리같은 올레꾼을 위해 사유지를 개방한 것이지요.
말이나 소가 달아나지 않게 파란대문을 해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도록 되어있답니다.
사유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주신 목장주들께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려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종달리의 소금밭.
옛날에 이곳이 바위에 붙어있던 소금을 채취하던 곳이래요.
그래서 소금밭이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벼를 심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요새는 더이상 논농사를 짓지않고 억새와 갈대가 자라는 숲이 되었는데, 장관중의 장관이었습니다.
재밌는 건 물가에 사는 갈대와,
땅에 사는 억새가 함께 살고 있다는 점.
소금밭의 가장자리에는 술이 더 부슬부슬하고 키가 작은 갈대와,
안쪽으로 키가 더 크고 술도 더 적은 억새가 자라고 있습니다.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가뿐 숨을 몰아쉬다가,
종달리의 소금밭을 거쳐, 해안도로를 걷는 맛..그게 올레의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해안도로를 따라걷는데, 해안가에 마치 김장배추를 절이고 난 후 우거지들이 떨어져있는 것 같은거에요.
정말 처음에는, 누가 성산 앞바다에서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고, 배추 부스러기를 떨어뜨렸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양이 어마어마한거에요.
나중에 물어보니...파래랍니다. 그런게 누런 잎이 섞여있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 배추겉잎 같은지..
올레 1코스를 끝까지 가려면 성산갑문을 거쳐서,
우리 숙소를 지나 광치기 해안까지 가야하는데, 숙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어두워져서,
15㎞ 전코스를 돌지는 못했습니다.

두번째날은 우도 코스 였습니다.
성산항에서 빤히 보이는 섬 우도, 왕복요금 5천5백원내면 1시간 또는 30분간격으로 다니는 도항선을 탈 수 있습니다.
우도 올레는 1-1이라고 하는데, 정보는 이렇습니다.
http://www.jejuolle.org/course/co_course.html?csno=14
사진은 배에서 찍은 성산항의 등대.

우도올레는 우도를 한바퀴 뺑 도는 코스인데, 저희는 일주버스를 이용했어요.
일주버스를 항구에서 타면, 제일먼저 우도봉에 내려줍니다.
거기서 구경을 하다가 20분 간격으로 계속 운행되는 버스를 다시 타고 이동하면 되는 건데요,
우도봉, 검멀래(동안경굴),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그리고 항구로 오게됩니다.
우도봉.
사람들 진짜 많죠??
그런데 여기만 이렇고 다른 곳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요.

우도봉에서 본 성산일출.
서울에서 출발할 때 꽤나 쌀쌀해서, 두꺼운 옷을 입고 갔는데, 첫날도 그렇고 둘째날고 그렇고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흐렸다 개었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다시 거세졌다가 했지만, 제주도의 날씨가 원래 그러려니 하니까,
그 날씨마저 너무 좋던데요.

우도봉 옆의 등대공원 등대.
계단과 데크옆에 세계 각국의 등대미니어쳐 들이 전시되어있는데 참 예뻐요.
그런데...이번 여행,카메라 보다는 제 눈에 열심히 담느라 촬영을 별로 안해서,
그 이쁜 꼬맹이 등대들을 못 찍은 거 있죠?

등대공원에서 검멀래까지는 버스 타지 않고 걸어갔습니다.
2㎞쯤되려나 걷기 딱 좋았어요.
검멀래는 모래사장이 검은색입니다.
그래서 검멀래라고 하는데요, 검멀래 앞바다가 태평양이잖아요,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경관이었습니다.

검멀래와 동안경굴.
동안경굴이란, 동쪽 해안(東岸) 고래(鯨)굴이란 뜻이랍니다.
자세히 보면 굴이 두개있어요.
물이 좀 빠지면 동굴 안 관광도 하는 것 같던데, 제가 갔을 때는 바람도 좀 불고 물이 차있어서 구경은 못했어요.
바다만, 태평양만 눈 가득, 가슴 가득 담아왔지요.

여기는 산호가 부서져서 모래가 됐다는,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
하얀모래도, 에머럴드빛 바다도, 참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여름에 아이들 데리고 해수욕하러 가면 좋을 듯 해요.

우도에 10시 타고 들어가서, 오후 2시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성산으로 나와서, 제주도를 한바퀴 휙 도는 일주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나가서, 서귀포 시장에 가서 놀았어요.
제가 놀아봐야, 뭘 사는 건데...
마른 제주 고사리 130g에 1만원, 표고버섯 상품 400g에 2만원 주고, 흐뭇해져서 돌아왔어요.
사진은 우도에서 돌아오는 길 배에서 찍은 성산항 등대.

마지막날은 아침 9시쯤 역시 순환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나왔습니다.
일단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안 담배가게에 가방 하나에 1천원씩 주고 맡기고,
일단 삼성혈 앞에 가서 고기국수를 한그릇 사먹고, 살살 걸어서 동문시장으로 갔습니다.
동문시장 부근에 있는 이쁜 집.
집의 담벼락에 그려놓은 접시꽃이며, 외벽의 나무와 돌이 너무 이쁘잖아요.

동문시장.
그냥 지나가면서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지금보니까, 오른쪽의 저 이쁜 처자에게 옥돔을 사왔네요.^^
옥돔 구입이 모델료?!

동문시장에서 귤 좀 사서 택배로 부치고, 옥돔, 쥐치를 사서 들고는 용두암으로 갔습니다.
용두암이 공항에서 가깝기도 하고,
용두암 근처에 카페촌도 있어서, 근사하게 커피나 한잔 할까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다가 너무 이뻐서...눈을 떼지못했습니다.
그리고...딱 하루만 더 있다 왔으면 좋겠다 싶었으나...
아.....가정을 지키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건 긴 글 읽어주시고, 화질이 좋지도 않은 사진 여러장을 봐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인사하는 차원에서,
여행내내, 입이 귀에 걸려있던, 김혜경,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