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 TV의 홍합요리를 보니까 홍합이 먹고 싶어졌어요.
특히 완차이의 매운 홍합볶음!!
입안에 불이 활활 나는 것 같은 그 홍합요리가 매우 먹고싶었으나,
어제 사온 홍합의 알이 너무 자잘한 관계로 그냥 탕을 끓였습니다.
요즘 홍합, 세척해서 나온다더니,
정말 손질하려고 보니까 거죽에 묻은 것도 그렇고 끈같은 것도 그렇고 별로 손질할 게 없는 거에요.
사실 홍합탕, 끓이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손질이 귀찮잖아요.
냄비에 홍합 가득 넣고,
물 자작하게 붓고 팔팔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하고, 홍합 자체의 짠맛때문에 소금 많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어슷하게 썬 청양고추와 대파, 그리고 편으로 썬 마늘을 넣었어요.
후추도 넣지않았답니다.
역시 국물이 너무 시원해요.
홍합 2천5백원어치 사서 끓였는데, 절반은 남았으니...정말 홍합탕은 서민의 음식 맞습니다.

월요일날 남당항에서 사온 새우가 남아있었어요.
껍질 벗기고, 등을 갈라서 내장 꺼내고(그런데 내장이 거의 없더라구요),
꼬리쪽의 물주머니 가위로 잘라내고,
이렇게 번거로운 손질을 거쳐서, 튀김가루, 달걀물,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혀서, 새우튀김을 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런 번거로운 손질이 귀찮아서,
껍질 벗겨 냉동한 새우를 사다가, 해동을 잘해서 튀기곤 했는데,
맛이야 생새우튀김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힘들고 번거로워도 맛있는 것을 택할 것이냐,
맛은 좀 떨어져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을 택할 것이냐,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몇년전만해도 90%이상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을 택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만드니까요.
어제 서오릉에 도토리를 줍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봤습니다.
산나물이나 도토리 등을 채취하지말라는 안내팻말이 있지만, 그래도 도토리를 줍고 계셨는데요,
제가 내려온 가파른 길 가운데에는 아직 아무도 줍지않은 도토리들이 꽤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할머니, 저쪽 길에 도토리 많이 떨어져 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청설모나 다람쥐의 개체수가 너무 많은게 아닌가싶어서, 이렇게 가르쳐드렸습니다.
(다람쥐, 청설모..미안.....)
"그러우...가봐야겠네.."
"그런데 할머니, 그거 도토리묵 하시려고 하는 거죠?"
"그렇다우"
"그럼 도토리 말려서 빻고 앙금내고, 너무 힘드시잖아요? 힘드는데 그걸 하세요?"
"힘들고 귀찮지"
"그런데 그걸 왜 하세요?"
"우린 시간이 많잖우. 놀면 뭘해"
맞습니다,
시간이 많으면, 좀 힘들고 번거로운 거 해먹을 수 있죠.
그렇지만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요, 가끔 쪽지를 받습니다.
남들은 별거별거 다 직접 해먹는데 자신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고,
그래서 가족에게 미안하고 늘 마음이 편치않다고.
이런 쪽지를 받을 때마다, 제 대답은 같습니다.
모든 걸 손수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사시라고...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요, 생새우 껍질까서 튀기면 더 맛있다는 제 말 때문에,
없는 시간 쪼개서 새우껍질을 벗기는 분들이 계실까봐 걱정이 되어서 입니다.
요즘은 냉동새우도 잘 나와서, 충분히 자연해동해서 사용하면, 괜찮습니다. 이 말씀드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