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지 않아도 언제 기회가 닿는다면..제가 지지는 녹두전 얘기를 한번 쓰려고 했는데,
마침 어제 여름골골님께서 녹두전 지지는 방법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제가 녹두전 부치는 방법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은평 뉴타운 개발 때문에 지금은 자리를 옮겼고,
자리를 옮긴 후에는 한번도 안가봤지만,
예전에 구파발에 만포면옥이라고 있었습니다.
만포면옥은 냉면전문점이지만, 저는 이집 냉면보다 녹두전이 더 좋았어요.
제가 이집 녹두전을 제일 처음 먹었던 것이 중학교 2학년때인가, 3학년때인가 였는데..
'어쩜 이렇게 맛있을 수가!!' 감탄에 감탄을 했더랬습니다.
어릴 때 각인된 그 훌륭한 맛 때문에,
후에 그와 똑같은 맛을 내지 못해도, 여전히 제 기억에는 너무 맛있는 녹두전으로 남아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몇년전 만포면옥에서 냉면과 녹두전을 먹는데, 마침 자리가 주방근처였습니다.
우연히 주방쪽을 들여다보다가, 녹두전을 튀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름을 많이 두르고 지지는 것이 아니라,튀김을 하듯 녹두전을 튀겨내는 것이었습니다.
'아, 두껍지만 속까지 잘 익고, 거죽이 바삭바삭한 맛의 비결이 튀기는 것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명절에 저도 튀기는 방법을 써봤어요.
녹두전을 튀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일단 프라이팬에 원하는 크기의 녹두전 반죽을 올려, 거죽을 노릇노릇 지진 다음,
그걸 달궈진 튀김기름에 넣는 것입니다.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간 녹두전이 속까지 충분하게 익고, 거죽도 바삭바삭 맛있지만,
이렇게 지지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닙니다.
애벌로 녹두전을 익히는 프라이팬과 튀김기름이 담겨있는 웍을 나란히 불에 놓고 해야하고,
또 기름도 많이 필요하고, 그냥 지지는 것보다는 좀더 느끼한 것 같아요.
몇번 명절때 이렇게 녹두전을 튀겨봤지만, 요새는 그냥, 팬에 지지고 맙니다, 튀기지 않고요.
제가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명절 때 다른 전은 전기프라이팬에 부치지만, 녹두전만큼은 가스불에 프라이팬 2~3개 얹어놓고 부칩니다.
불조절을 좀 해줘야 하고, 또 다른 전에 비해서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너무 두껍지 않게 녹두전을 부칠 때에는,
우선 프라이팬을 달군 후 기름을 아주 넉넉하게 둘러줍니다.
그다음 불은 중불 정도로 하고, 반죽을 올려주지요.
중불에서 녹두전의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여줍니다,
약불로 줄여줘야, 타지않고, 또 속의 돼지고기까지 완전히 익거든요.
불의 세기나 녹두전의 크기, 두께에 다르겠지만, 약 5분 정도 익힌 후 뒤지개를 녹두전 밑으로 넣어봅니다.
녹두전이 빳빳하다고 느껴지면, 뒤집어 줍니다.
뒤집고 나면 다시 일단 불을 세게해서,거죽이 먼저 바삭하게 익도록 하고 다시 불을 약하게 해서 지져줍니다.
양면이 다 익고나면, 살짝 눌러가면서 좀더 익힙니다, 불을 줄여 뜸을 들이는 기분으로 조금더 불에 놔두는 거죠.
녹두전에 돼지고기를 넣어, 돼지고기에서 기름이 많이 나와 식용유를 조금만 둘러도 될 걸로 생각하지만,
의외로 녹두전이 기름을 많이 잡아먹어요.
기름은 충분하게 둘러줍니다. 대신 익히고 나면 채반이나 종이위에 얹어서 기름을 빼줘야 하지요.
그런데,
어제처럼, 제가 중학교때 먹어봤던 만포면옥의 녹두전처럼 두껍게 부칠 때에는,
위의 방법으로 하면 속까지 덜 익을 수 있습니다.
그럴때에는 반죽을 얹어서 중불에서 익히다가 약불로 줄일 때 뚜껑을 덮어줍니다.
어지간히 익으면 뚜껑을 열어, 수분을 날려주고,
뒤집은 후 다시 뚜껑을 덮어서 익히다 뚜껑을 열어 수분을 날려주는 식으로 익힙니다.
명절 때 부치는 전들중에서 다른 건 몰라도,
녹두전만큼은 꼭 가스불로 부치는 것이 이렇게 불조절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음식이 마찬가지이지만,
녹두전도 얼마나 정성들여 부치느냐에 따라 맛이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불 조절, 기름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면 거죽은 바삭하면서 속까지 잘 익은 노릇노릇 맛있는 녹두전이 되고,
대충 지지면..대충의 맛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