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엉터리 냉면
얼마전 운동갔던 kimys가 뭔가를 잔뜩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운동하는 도장 근처에 '식자재 도매', 이렇게 써붙인 가게가 있더래요.
마누라 일이 일인라..아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궁금했었나봐요.
늘 '외부 업무중, 연락처는....'이런 메모가 붙어있었는데 그날따라 가게문이 열려있으니까 들어가서 뭔가를 사왔습니다.
그 뭔가가...바로 냉면이었어요.
냉면육수 1인분씩 포장되어있는 것 한묶음과 냉동 냉면국수...무려 20인분을 사온거에요.
일인분에 800원씩이라며..너무 싸게 잘사서 기분이 좋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꺼내는데...
차마, '왜 이런 건 사와욧!!'하고 한옥타브쯤 높은 목소리로 따지지는 못했습니다.
"어...이거...맛이 별로 일텐데...", 이 정도만 했습니다. 어차피 맛보면 알텐데요,뭐.
20인분이나 되는 거 냉동실 안에 넣어두고..(이 대목에서 엄청 짜증났어요..서랍 한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있죠?)
사람수 만큼 꺼내서 냉면을 해보니...정말 너무 맛이 없는거에요.
그래도 이거 분식집 같은데 납품하면, 아마 우리 애들들에게 3,4천원 받고 팔거에요. 고명 조금 얹어서..
국수가 진짜 맛없는데...
맛은 없어도..버리지는 못하고...
다들 그렇겠지만, 특히 저희 세대는..먹을 것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고 배워서, 어지간한건 모두 먹죠.
모두 먹는게 꼭 좋은거다 라고는 말 못해도..아무튼 저는 그래요..그냥 먹어요.
이렇게 꾸역꾸역 먹어서..드뎌 거의다 먹었습니다.
오늘 점심에 마지막으로 했어요. 엉터리 냉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즈질 냉면!
달걀 삶고, 오이채 썰었는데, 아무리 엉터리냉면이라도 고명이 너무하다 싶어서,
김치 좀 썰어서 참기름 후추 넣어 무쳐서 좀 올렸어요.
그랬더니...한결 먹기가 낫네요.
이 냉면 사건을 계기로..kimys의 음식물 쇼핑이 좀 사드라들기를 바랩니다.
싸다고 좋은 것이 아닌데...이 남자...싼 것에 상당히 흔들리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옥션에 찹쌀떡이 싸다고 샀는데...며칠이 지나도 전혀 굳지 않아서..뭔갈 넣는다면서요, 굳지않게...
찜찜한 상태에서 먹느라 혼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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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뚱띵
'09.8.10 1:51 PMㅋㅋ 저도 매일 인터넷에서 맛나보여서 사서 뭐 거의 50%는 실패하는것같아요
그래도 이놈의 식탐은 맛나보이는 이미지에 매일 지르지요^^2. 후리지아
'09.8.10 1:57 PM집근처 유명한 분식점에 납품하는 만두와 냉면이 있어서 친구들이랑
박스로 사서 나눠 먹었더니 별로 맛이 없었어요.
냉면은 육수는 사지않고 면만사서 열무비빔냉면 해먹었는데
이젠 안사요.3. 안개
'09.8.10 1:57 PM울 집 냉동실에 **동치미육수 쟁겨두고 여름을 보냅니다..
본 육수에 다데기양념 만들어 같이 먹으면 괘안터라구여,,4. 은하수
'09.8.10 1:57 PM저도 그런곳에 가보니 식당에서 나오는 모든것이 있더군요
쇼핑하러 갔었는데 원산지도 엉망이고 질도 별로라 못사고 그냥 나왔습니다5. yuni
'09.8.10 2:27 PMㅎㅎㅎ 예전에 저희 친정 아버지가 그렇게 음식물 쇼핑을 즐기셨지요.
아침마다 산책을 나가시면 항상 뒷따라 자전거에 짐을 실은 배달부가 따라 왔어요.
그때는 벌이도 좋으시고 집이 청량리 시장과 경동시장 가운데이니
깡통 도매시장 등등도 즐비하고 얼마나 신기하고 사고 싶은게 많았겠어요?
그나마 다행(?)인게 우리집은 우리 식구보다 군식구가 더 많은 집이라
뭘 사들고 오셔도 소비가 쑥쑥 되니 구매실패의 걱정이 없었죠.
kimys님의 취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네요.
아부지이~~~!! 뵙고 싶슴더.6. 좋은소리
'09.8.10 2:28 PM연락 끊고 고만 아파하세요.
힘내세요.7. 예쁜솔
'09.8.10 2:31 PMㅋㅋ 우리집에도 그 즈질 냉면 있어요.
그런데 동네 고기집의 냉면이 얼마나 맛이 없는지
우리 식구들은 그 즈질 냉면위에
열무김치와 계란 반 개만 올려줘도 감탄을 합니다.8. 두리몽실
'09.8.10 2:42 PMㅎㅎ 즈질 냉면 친정집 냉동고에도 있습니다~ㅋ
저는 이제 그맛이 맛난줄 모르겠는데..
나이 차이 한참 나는 막둥이 동생은 그거도 맛있다고 매일 매일 해달라고 한답니다. ㅋ
신랑이랑 저랑 주말에 집에가서 그 즈질 냉면 먹으면서.
참.. 우리도 2년전만해도 이런거 4000원 넘게 주고 먹으면서 맛있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했어요. ㅋ 입이 무서워요~~
이젠 시내 어디 어디 유명한데 가서 먹어도 옛날맛이 아니야~
하면서 입맛이 까다로와졌음을 느끼거든요. ㅋㅋ
그래도 친정엄니는 우쨌든 맛나게 먹일려고..
돼지고기도 삶고 무우김치도 손수 담아서
동생이 냉면 달라고 할때 마다 챙겨주시더군요. ㅎ
언제 한번 다 같이 전문냉면집으로 고고씽 해야겠어요.. ^^
저희집만 사먹는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런 경험 있으신분들 있으시네요. ㅋㅋ9. 소금별
'09.8.10 4:51 PM사무실 근처의 분식집이나 백반집 냉면도 즈질냉면일텐데,
먹을때마다 맛 없다 푸념이면서, 혹시하고 시켜보는게 저 즈질냉면이네요.10. mustbe-happy
'09.8.10 6:10 PM글이 너무 재밌어서, 간만에 로그인합니다.
그동안은 눈팅만 주로...(죄송합니다)
싼값에 좋은 재료 구해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으셨을 kimys님.. 실망하셨을까봐 걱정되네요.
저희 신랑도 가끔 말도 안되는 거 사와서(식재료는 아니지만요...), 구박할 수도 없고,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억지로 쓰자니 참~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답니다..^^
살림은 잘 모르면서, 마음만 넘치는 분들.. 미워할 수도 없고요..ㅎㅎ11. 꽃게
'09.8.10 8:40 PM저도 음식점 냉면에 너무나 실망을 해서리 ㅋㅋㅋㅋㅋ
홈쇼핑에서 산 냉면..음식점것보다 낫다..이럼서 가끔 먹어요.
열무김치국물 조금 더 섞고
쫑쫑 썬 열무김치, 잘게 찢은 돼지고기 안심 장조림, 노각 살짝 절이고 계란 삶아서 고명으로 얹으면
먹고 돌아서면서 돈 아까워했던 냉면보다 쬐금 나은것 같아요.12. 그린
'09.8.10 11:24 PMㅎㅎㅎ
냉면(메밀냉면)을 못 먹는 저인지라 괜히 자상한 kimys님이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먹거리로 장난 치는 사람들은 정말 꼭꼭 천벌이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떡은 정말 며칠씩 그냥 두어도 굳어지지 않아 입맛을 뚝~ 떨어지게 하기도 하죠.
제발 좀 비싸더라도 먹는 거에 장난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해요.
날씨가 더워 죽겠는데도 왜 내 입맛은 도망치지도 않고 그대로인지...ㅜㅜ13. ilovehahaha
'09.8.10 11:48 PMㅎㅎㅎ 자상하시고 귀여우셔요...
14. 또하나의풍경
'09.8.11 4:59 AM20인분 @@;;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
저같아도 냉동실 자리 많이 차지해서 속상했을거같아요.근데 선생님도 같은 맘을 가지셨다니 왜이리 동지의식이 드는지...^^15. 아이사랑US
'09.8.11 6:47 AM올여름 시원하게 냉면파티 하셨네요^^
사진으로는 맛있어 보이는데.. 영~아니셨어요?
갑자기 냉면 생각에 냉동실에 굴러다니는 냉면있나 보러 갑니다 휘리릭~~16. naamoo
'09.8.11 1:50 PM저희는 올해 둥* 냉면 한박스 사서 먹고 있습니다. 물냉면만 먹어봤는데요,
인터넷에서 육수 따로 판매하는 냉면에 비해 맛이 썩 나쁘지 않아 자주 먹고 있어요.
면을 포장설명대로 삶습니다.
( 시간은 딱 3분 / 면을 계속 저어가며 삶는다 / 중간에 찬물 한컵 추가해준다 )
물을 조금 적게 잡아 육수를 만든 다음 얼갈이배추 물김치 국물을 조금 섞습니다.
얼음 넣어 시원하게 하고.
고명은 얼갈이 배추 물김치 혹은 열무김치. + 시판 무우초절임( 풀무원) 길게 썬 것.
두가지만 얹어요.
먹을만 합니다 ...^^...17. 산새
'09.8.11 6:34 PM좋은 성격 느껴지네요. 항상 배워가네요.
18. 월광
'09.8.16 10:39 AM음식점 냉면도 반죽 재료로 만 보면 거기서 거기일텐데요...